이휘재의 인생극장을 보고 자라온 우리 X, Y세대들에게는 사실 이 소설은 그리 깜짝 놀랄만큼 독창적이고 신선한 소설은 아닐 것이다. 몇년전 언젠가부터 유행해서 이제는 일상적으로까지 느껴지는 타임슬립 소재와도 맥락을 같이 하므로 이 소설에 아마 더더욱의 신선함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읽히고 쉽게 자신을 대입시켜 쉽게 인생에 대한 고찰을 해보게 만드니 그것만으로도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삶이 행복한 삶인가.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1. 자신의 인생은 실패한 인생이고, 자신은 인생의 모든 선택의 순간에서 악수를 두었으며, 인생의 모든 순간이 후회라고 생각하는 주인공 노라는 자살을 결심한다. 일부러 실패한 인생을 사는 사람은 없다. 인생의 성취가 노력한 정도와 항상 정비례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만은 거기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용기내어 발버둥을 쳐보아도 점점 나락으로 빠질 뿐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남들은 쉽게 쉽게 얻는 것 같은 행복이 나에게는 오지 않는다.
"네 문제는 무대공포증이 아닌 것 같아. 결혼공포증도 아니고. 그냥 인생공포증이야."
"그녀는 이번 삶에 적합하지 않았다. 그녀가 둔 모든 수는 실수였고, 모든 결정은 재앙이었으며, 매일 자신이 상상했던 모습에서 한걸음씩 멀어졌다."
얼마전 본 단편영화 '커브'가 생각났다. 우울증환자들의 심리를 표현해 내었다고 하는 이 영화를 보면 노라의 마음 상태가 어떠한지 대충은 짐작이 가능하다. 눈을 뜨자마자 극한의 공포가 밀려오고, 주위에는 도와줄 이 한명 보이지 않고, 피를 흘리고 살을 깎아가며 노력을 해도 위로 올라가기는 커녕 미끄러져 내리지 않는 것 조차 버거울 뿐이다. 그런 상황에서 일분 일초를 버티는 사람이라면 차라리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선택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2. 그래서, 아니 아무 맥락없이 노라는 예전의 후회되는 순간으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하여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당연히 어떤 식으로 미래가 바뀌더라도 백프로 만족스러운 삶이란 없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 또한 있는 게 인생이다. 절대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있는 인생이란 없다고 감히 단언할 수 있다.
돈이 많은 삶.
대중의 인기를 얻은 삶.
자아실현한 삶.
세상에 의미있는 일을 하는 삶.
심지어 헤어진 사랑과 다시 만나는 삶에서도 노라는 만족(진실한 행복)을 얻지 못했다.
무언가를 이루고 난후, 목표가 없어진 삶이란 공허하다.
계속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고, 그 과정에서 살아가는 원동력을 얻는다.
얼마전에 개인 sns에 이런 글귀를 쓴 적이 있다.
'산다는 것은, 찰나의 즐거움과 행복을 위해 오랜 시간 열심히 노력하고 준비하는 것'이라고.
원래 세상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유년기, 청년기 시절에는 어떤 일을 하든 새롭고 쉬이 감동 받지만, 나이가 들어 이것저것 이미 다 경험해 볼 수록 재미난 일은 점점 줄어든다. 사는게 재미없고 허무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거지. 그래서 더 노력을 해야한다. 아무도 나를 위해 재미난 일을 코앞에 준비해 놓지는 않거든.
"하지만 어쩌면 모든 삶이 다 그럴지 모른다. 겉보기에는 아주 흥미진진하거나 가치있어 보이는 삶조차 결국에는 그런 기분이 들 지 모른다. 실망과 단조로움과 마음의 상처와 경쟁만 한가득이고 아름답고 경이로운 경험은 순간에 끝난다. 어쩌면 그것만이 중요한 의미일 지 모른다. 세상이 되어 세상을 지켜보는 것. 부모님이 불행했던 이유는 무언가를 성취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다. 애초에 성취하겠다는 기대를 품었지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세상에는 댄처럼 실제로 이루고 나면 싫어하게 될 꿈을 꾸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또한 행복이라고 착각하는 자신의 망상속으로 타인을 밀어넣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3. 결국 노라가 진정한 행복함을 느꼈던 삶은 어떤 삶이었을까.
결국은 '사랑'이다.
'사랑'이 있는 삶.
'사랑'은 많은 것을 가능케 한다. 사랑하는 대상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으로 살아가는데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고, 사랑을 받음으로 살아나가는 원동력을 얻는다.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할 수도 있고, 오감의 온갖 호사를 누릴 수도 있고, 상파울루에서 2만명 관객 앞에서 노래할 수도 있고,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을 수도 있고, 지구 끝으로 여행할 수도 있고, 수백만의 팔로워를 거느릴 수도 있고, 올림픽 메달을 딸 수도 있지만, 사랑이 없다면 이 모든 건 무의미하다. 원래 삶을 돌이켜 볼때 가자 근본적인 문제. 노라가 정말로 힘들었던 이유는 사랑의 부재였다."
"그녀는 텅빈 껍데기였다. 그녀의 삶은 텅 빈 껍데기 였다. 그녀는 지각 능력이 있는, 체념한 마네킹처럼 정상적인 인간의 흉내를 내며 돌아다녔다. 간신히 버텨낼 뿐이었다. "
"하지만 그날, 칙칙한 잿빛 하늘 아래 케임브리지에 있는 집 정원에서 노라는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의 무시무시한 힘을 느꼈다. 이번 삶에서도 부모님은 돌아가셨지만 그녀에게는 몰리가 있었고, 애쉬가 있었고, 조가 있었다. 그녀가 추락하지 않게 받쳐주는 사랑의 그물망이 있었다."
너무 진부하게 들릴 수 있지만, (사실 진리란 지루할 수 밖에 없다) 너무 당연해서 잊고 살지만 사실은 항상 그 자리에 있는 것.
결국은 이 책의 메시지는 '행복은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꿈을 향해 부단히 노력하며 나아가라'.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은 사랑 안에서 가능하다'. 정도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