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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인미D Aug 26. 2023

4.쇼핑의 지혜

<나는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나?>


진.짜. 원하는 것을 사본적 있나요?


 우리는 소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원하는 것은 대체로 다 구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래서 자기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값싼 물건을 마구 사대는 쇼핑 중독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이럴수록 더욱더 자신의 취향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SNS의 알고리즘 광고는 어떻게든 나를 현혹하여 결제에 이르게 하고 있다. 내 취향을 정확하게 모른다면 광고가 나올 때마다 후회하는 소비 실수를 이어갈지도 모른다.


 나는 대체로 SNS광고나 주변에서 이게 좋더라 하는 것에 큰 관심이 없지만 요새 알고리즘은 무섭다.


 어느 날 남편에게 새로 나온 미우미우 펌프스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그날 저녁 인스타그램에 미우미우 펌프스광고가 떴다. 검색을 한 것도 아니고 그저 말로 했을 뿐인데, 알고리즘의 우연인지 음성도 도청이 되고 있는지.

 아무튼 광고로 한번 더 확인하니 확실히 갖고 싶어진 것은 사실이다.


 가성비라는 굴레에 갇혀 있으면 현명한 소비를 할 수가 없다. 

 무조건 비싼 게 최고라는 것은 아니지만 한번쯤은 가격 말고 진정 본인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선택할 용기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쇼핑에 미쳐서 삶을 나락으로 보내라는 극단적인 쇼핑 종용은 아니니 오해말기 바란다.


 왜냐하면, 좋아하는 제품이나 마음에 드는 브랜드를 따라가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럭셔리 브랜드와 만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들이 일상에서 쓰는 많은 제품들은 럭셔리 브랜드 제품에서 영향을 받고 대중에게 대량생산품으로 도달한다.

 일반적으로 대량생산으로 시장에 풀린 매스브랜드의 오리진을 찾아 퀄리티를 올려가다 보면 레벨이 계속 올라갈 수도 있다. 그렇게 양질의, 오리지널을 찾다 보면 어느새 본인이 찾는 제품이 명품이라는 것을 알게 될 때가 꽤 있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한 럭셔리 브랜드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컬러 '셀룰리언 블루'가 다른 럭셔리 브랜드에 영향을 미치고 그 컬러는 다양한 디자이너와 캐주얼 브랜드들에 영향을 미쳐 결국은 주인공 앤디가 사서 입는 재고떨이 창고 매장에까지 흘러간다는 것이다. 자신은 스마트하고 패션에 무관하다고 생각한 주인공 앤디에게 편집장이 따끔한 한마디를 내뱉는다. 

 니가 클리어런스에서 사입은 그 끔찍한 블루셔츠 역시 럭셔리브랜드의 영향이 있다는 것을.

 한마디로 패션을 하찮게 여기는 앤디 역시 패션의 흐름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존재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대해 할 말은 많지만 여기서 앤디의 실수는 다른 이들의 전문 영역을 '자신의 짧은 식견'으로 비웃으며 하찮게 여긴 것이다.


 타인을 비난할 때 그 기저에는 본인의 결핍이 반영되어 있을 때가 있다. 

 모르고 안 해보고 편견에 감정을 실어 평가하는 것은 가장 쉬운 행동이다. 대체로 비난에는 그 대상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

 오롯이 어떤 것을 비난할 수 있다는 것은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알고 있을 때만이 합당한 비평 논리가 이루어진다. 

 서론이 길었다. 오늘은 명품 소비에 대한 약간의 해명을 위해서 글을 쓰기 때문이다.


 자신은 현명한 소비자여서 사지 않고 럭셔리는 무조건 나쁘다는 이분법은 적절한 판단일까. 명품 소비는 무조건 비난받아야 마땅하고 현명치 못한 소비의 노예인가?

 우리는 명품 브랜드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비난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명품을 선호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에 비례하여 비난하는 사람도 많다. 명품에 대한 부정적인 글은 비단 SNS뿐만 아니라 출판서적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대체로 명품 소비가 자존감 낮은 사람들의 겉치레 식으로 거론되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 치고 브랜드의 역사나 철학, 지향하는 가치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들은 그저 브랜드 이름정도를 배경으로 과열된 과시소비의 행태로 싸잡아 명품 소비 자체를 비난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명품은 잘못이 없다. 그것은 무분별하게 소비하는 사람을 비난하고 싶었을 것이다.

 명품의 시작과 역사, 하다 못해 지난 몇 년간의 디렉터 성향이나,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면 비난을 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저 가격으로써 비난의 도마에 올랐을 뿐이다.


 개인의 어떤 인생관이나 취향 혹은 가치에 따라서 이것을 선택하지 않건 선택을 하건 본인의 판단이다.


 명품을 비난하는 실용&가성비 주의자들이 그렇다면 합리적일까? 

 가격이 싸다는 것이 모든 소비를 합리적으로 만들기는 어렵다.

 또한 사람은 소비의 기준이나 상황이 다르므로 표면적인 행동이나 소비결과로 시시비비를 가리기 쉽지 않다.


 사실 누구나 신는 나이키 신발만 봐도 우리는 미국브랜드 나이키 신발을 구매한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은 중국, 인도네시아 등의 나라에 아웃소싱하여 제조된 상품이다. 왜냐하면 미국에서 제작했을 때 제조시설 & 인건비를 따지면 그 가격에 상품을 판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국 브랜드의 포장을 한 제3국 나이키를 구입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제조국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미국 나이키사라는 브랜드 개런티에 가치를 부여하여 신발을 구입하며 누구도 이에 대한 이견이 없다. 나이키가 꼭 미국에서 생산되는 상품에만 브랜드를 붙일 수 있다면, 지금 가격의 수십 배 이상은 올라갈지도 모를 일이다. 

 극단적인 설명이지만 이것이 브랜딩이다. 어디서 제조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브랜드인지가 중요한 것이다.


 원가만 따지자면 브랜드가 안 붙은 시장표 만원, 혹은 학교 실내화 정도를 신고 다녀야 합리적이고 가성비 있는 소비일 수도 있다. 

 이론상 전통 경제학 모델인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기준에서 보면 이것이 합당한 논리이다.

 그렇지만 우리의 소비라는 것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인간의 소비심리는 상당히 비합리적이며 직감이나 본성에 의존한다. 우리의 선택은 합리성을 외면하는 경우가 많아 (전통)경제학에서조차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그래서 행동경제학이라는 학문이 생겨나게 되었다.


 우리는 상품의 원가보다 브랜드의 가치가 더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이것을 비합리적이라 판단할 수도 없다. 우리는 나를 둘러싼 사회의 관계에 기반한 소비를 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많은 기업은 소비 심리에 주목하여 전략을 내고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여 경제를 흘러가게 하고 있다.

 브랜드의 노예라고 생각되는 타인을 비난할 필요도 없고 스스로 자책할 필요도 없다. 이 시대의 기준이 브랜드라는 무형의 존재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지금의 상황이므로 전혀 이상할 것도 없다.


 상품에 브랜드가 부여되며 대체로 그 생산원가에서 그 가치의 10배 혹은 100배 이상의 가격이 부여된다. 브랜드의 가치를 소비하는 대부분 사람들은 10배인 나이키는 옳고 100배인 명품은 나쁘다고 우열을 가리고 서열화하는 것이 맞을까? 브랜딩 관점에서는 오십보백보인 상황이다.


 럭셔리 브랜드는 일부 상품을 제외하고 대.체.로. 그 상품을 현지에서 공방의 장인을 통해 직접 제작한다. (근래 명품 제조에 일부 중국산도 있어 비난이 있긴 하다.) 유럽현지의 물가, 제조공방, 수많은 전문가와 장인의 현지 인건비에 브랜드 헤리지티의 가치를 더한 가격이 명품에 부가된 금전 가치이다.


 동대문 택갈이라는 속어를 들어봤을지 모르겠다. 

 동대문에서 3만 원인 옷이 국내 중저가 브랜드로 택만 갈아서 백화점에 들어가면 가격이 10배로 뛴다. 같은 옷인데 택갈이로 10배인 제품으로 둔갑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가 얼마나 브랜드에 있어 현명한 소비자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반증한다. 

 소비자는 똑같이 공장에서 대량생산 된 이 옷을 백화점에서 10배 비싸게 살뿐이다. 물론 이 문제의 잘못은 소비자에 있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는 피해자일 뿐이다. 

 그러나 브랜드가 상품에 주는 금전가치는 언제나 100% 물질적인 가치로만 환산할 수 없다는 극단적인 사례이다. 합리적이고 싶은 수많은 소비자는 이 사회 속에서 언제나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만큼 합리적인 소비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에 앞서 정확한 정보와 자신만의 기준과 신념을 바탕으로 두면 좋다.


 오히려 그런 관점에 있어서 럭셔리 제품은 정직하게 소량&수작업 생산을 통해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 오랜 역사 속에 해당 브랜드가 가진 헤리티지와 철학 담아 합당한 가치에 따른 가격을 책정한다. 그 제품 자체로 소비자에게 온전한 가치를 소통하고자 함에 있어, 고객 기만 없이 투명하게 상품 관리를 한다. 

 가격이 상품의 기준이 아니라 해당 브랜드를 제대로 담아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기 때문에 타협된 제품이 아닌 진짜 제품이 탄생되기도 한다.


 어쩌면 제대로 된 제품을 사용하고자 한다면, 이 편이 더 현명한 소비라고 할 수도 있다. (물론 모든 백화점 중저가 제품이 택갈이라는 일반화는 아님)

쇼핑 총금액으로만 기준 삼아 백화점 중저가 브랜드는 현명한 소비고 명품은 허세다라는 치부 자체가 옳은 판단이 아닐 수도 있다는 설명 예시 중 하나일 뿐이다.

 오히려 브랜드에 속임 당한 선택은 합리적인 소비 결과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물건을 살 때 반드시 원재료 생산비, 즉 원가만을 기준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원가만이 소비의 기준이라면 다이소에서 모든 쇼핑이 시작되고 끝나면 된다.

 다이소 에코백은 5천 원이지만 샤넬의 에코백(도빌백)은 600만 원이 넘는다. 이 천배 이상의 차이를 원재료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사람들은 소비를 할 때는 그 물건에 보이지 않는 브랜드의 가치를 위해 본인이 생각하는 상한선의 비용과 물질 가치의 합당성을 저울질하여 결정한다.


 그렇기에 많은 기업들은 브랜드를 만드는 것에 엄청난 심혈을 기울인다. 실용적인 물건 만들기보다 중요하면서 어려운 것이 신뢰감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나는 그 보이지 않는 가치까지 포함하여 기꺼이 내가 원하는 만큼 투자하고 즐기고 있을 뿐이다.

 마치 종교나 문화처럼 브랜드 역시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와 신념을 함께 공유하여 누리고 즐기면 된다.


 우리는 본인의 가치와 선택에 따라 브랜드에 10배 100배 1000배를 소비하고 있다. 누구든 브랜드라는 것에서 자유로운 소비를 하고 있지 않다. 

 그런 시대에 있기 때문에 더더욱 타인의 선택에 옳고 그른 기준을 제시할 수는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품고 있기에 브랜드 자체가 허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우리 세상에는 돈의 가치과 물질의 등가교환, 주식 시스템, 코인 등 현대 시대에 가치를 가시화할 수 없는 수많은 규칙과 구조들이 많다.


 브랜드 디자이너로써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부정하는 입장이 아닌 그 가치를 오히려 적극 찾아서 즐기고 있을 뿐이다.

 지금의 사회 구조 내에서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에, 내가 원하는 비용을 지급하여 소유하고 그 물건 가체를 사랑한다.


P.S.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생각하는 가치에 소비를 한다.

 모든 소비의 가치는 그것을 사용하는 본인만이 느낄 수 있으며 남이 그 가치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먹방을 아무리 봐도 내가 대신 맛을 느끼고 대신 배불러 줄 수 없는 노릇처럼 말이다. 보고 있는 사람은 그 현장의 리얼함을 모른다. 그저 눈에 보이는 편중된 평가만 가능할 뿐이다.


 타인의 눈에는 이것이 합리적인 소비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물건이라는 것이 눈에 보이는 가치 외로 다른 부분도 있기에 그것을 단지 보여지는 형태로만 판단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쇼핑의 지혜란, 진짜 갖고 싶은 것을 하나 제대로 선택하게 되면 대안으로 수십 개를 가질 필요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진짜 원하는 것을 찾아내고 신중하게 판단하여 소장한다.


 갖고 싶은 딱 하나가 아닌 타협 소비야 말로 여러 개를 사며 수량으로 부족함을 달래는 쇼핑의 치명적인 실수이다. 

 내가 원하는 제품의 색상이 더 비싸다면 비싸도 그것을 산다. 색을 포기하면 결국은 그 색상의 다른 물건으로 부족한 욕망을 또 달래야 한다. 이렇게 두 개가 세 개가 되고 물건은 많은데 정작 원하는 하나가 없게 된다.


 그래서 쇼핑에 앞서서 우리는 진짜 원하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단 하나를 찾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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