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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인미D Oct 08. 2023

5.사치의 힘

<사치는 사실 낭비가 아니라 기회를 가져왔다.>


 절약은 절대 미덕이며 사치는 무조건 나쁘다? 

 많은 사람들은 사치를 경계한다. 이 사치라는 단어조차 부정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나는 사치에서 인생의 저력을 느끼고 있다. 

 돈, 시간, 공간적인 사치를 통해 나의 가치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사치의 사전적 정의는 

 '필요 이상의 돈이나 물건을 쓰거나 분수에 지나친 생활을 함.'

 그러나 필요이상의 돈과 분수의 지나친의 기준은 누구 중심인가??


 어떻게 쓸지 몰라 무조건 손에만 쥐고 있다고 절약의 미덕은 아닐 것이다. 아주 잘 쓰면, 양손에 무의미하게 쥐고 있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는 일들이 생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을 이해하듯 나는 아주 잘 쓰는 어른이 되었다. 아끼다 똥 되는 미련한 짓은 하지 않는다.


 우리들은 너무 어린 시절부터 부모나 사회, 선생들의 부정 확언에 세뇌되어 있다.

 너무 기존의 사상을 그대로 흡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생각해 볼 때다.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가라. 집안 좋은 배우자 만나라. 돈 모아서 집 사라. 안 그러면 인생 나락이다." 등등 셀 수 없이 많다. 생각보다 우리는 많은 부분 사회나 부모의 부정 확언에 길들여져 있다. 미래란 무조건 어두운 곳이니 대비대비대비를 하라!!!


 그런데 이제 우리는 성인이 되었고, 부모가 아닌 내가 살아가야 하는 내 인생이니 한 번쯤 의심해 볼 수 있다.

 절약은 미래지향이고 사치는 현재지향이며 욜로살면 진짜로 골로 갈까?

 현재는 꼭 미래에 담보 잡혀 희생당해야 하는 시간들일까? 


 그렇다면 왜 현재를 살면 안 되는 것일까?

미래에 도착하면 또 다른 미래를 위해 그 순간을 희생만 하고 도달한 그 현재에 기쁨을 못 느낀다면 어떨까? 


 사실 부모 시대에는 고도성장시대로 미래지향으로 산다는 것이 많은 것을 보장해 주었다. 실제로 현재를 희생하며 도착한 미래에 더 큰 부와 핑크빛 미래가 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저성장 시대에 살고 있다. 

 오늘을 희생해도 미래에 그 대가가 만족스러운 결과가 아닐 가능성은 거의 확실하다. 그렇게 희생한 현재를 바탕으로 맞이한 미래가 현재가 됐을 때 약속했던 행복이 정말 있을까? 


 정말 불쌍하게도 행복한 현재도, 행복이 약속된 미래도 모르고 인생을 마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기준으로 미래만을 꿈꾸는 것엔 현재의 기쁨을 죄악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 마음대로 사치스럽게 살기로 했다. 


 나는 지금 미지의 미래가 아니라 지금 행복하고 즐겁기를 바란다. 미래만을 위해 배팅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생활에서 사치를 갖기로 했다.


 그랬더니 사치가 오히려 여유를 주었다.

 사치는 낭비가 아니라 투자라는 생각이 든다. 


 돈 모으는 재미는 미래가치 VS. 쓰는 재미는 현재가치라고 이분화한다면 그냥 현재를 살기로 했다. 


 그런데,

 사실 사치도 미래가치가 되기도 한다. 

 현대인들이 늘 부족하다고 허덕이는 돈, 시간, 공간에서의 사치를 부리며 살고 있다. 뭐 대단한 사치는 아니다.



1. 시간의 사치


 시간을 펑펑 쓸 수 있는 사람은 진짜 부자인데, 살아내기 위한 많은 노동을 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평범한 우리가 그럴 수는 없으니 과감하게 쓸데없는 것을 다 잘라냈다. 프로거절러가 된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낸 시간은 나를 위해 마구 낭비하듯 사치롭게 쓰고 있다. 

 주변 사람들의 만남 제의, 친목 제의 등은 대체로 거절하고 오로지 나의 자기 계발에 시간을 쓰고 있다. 심지어 빈둥대거나 혼자 노는 것조차 철저하게 내 에너지를 회복하고 셀프 스트레스를 푸는 충전 시간으로 확보하고 있다. 조금 더 욕심내서 새벽에 일어나 출근 전 독서 및 작문 시간을 확보했다.

 시간의 사치가 사치가 이렇게 과할 수 없다. 남들은 그저 자느라 쓸 수 없는 시간들을 사치하고 있다.


 그중 내가 본 최고로 시간 사치하는 사람은 "유튜브에서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는 김유진 변호사"다.

 우리는 미라클 모닝을 하면 '새벽에 무척 의미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결의'가 든다. 그러나 그녀의 새벽마다 하는 취미활동 중 가장 충격은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그림은 나에게 있어서 지적으로 성장하거나 스스로 발전하기보다 그냥 정서적으로 즐겁게 하는 취미활동일 뿐이다. 그 새벽에 저렇게 그림을 그리며 즐거움을 찾는 모습을 내가 느끼기에 시간을 사치하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대단하다~ 꼭 성과가 아니라 즐거움을 위해 시간을 쓰고 있다. (미술 비하가 아님. 저도 미대를 나왔습니다.)


 그래서 새벽시간 독서를 방해하는 고양이에게 짜증이 났던 나를 반성하며, 친한 척 치근덕거리는 고양이를 안아주고 놀아주며 함께 골골송을 듣는 형태로 새벽시간을 사치롭게 보냈다. 사실 책 한 줄 보다 고양이의 소중한 생애를 함께 나누는 것이 인생에 있어서 중요할지도 모른다. 

 성장과 발전에 빠져있다가 정서적으로 즐기기로 새벽을 써 보니 이것이 사치가 아닌가? 

 시간이 남아돌아야 여가를 할 수 있다는데 정말 새벽의 시간을 사치스럽게 쓰고 있다.

 새벽에 일어나 출근 전에 2시간 혼자 노는 맛이란~ 중독되면 못 멈춘다.



2. 돈의 사치


 돈의 사치는 단연코 쇼핑이다. 

 여기에 기여하는 사람은 쇼핑천재라고 부를 수 있는 아주 사치스러운 남편이다. 신혼 때는 나도 살아온 방식이 있으니 열심히 소비를 자제하고 노력하며 돈을 모았다. 혼자서.

 그런데 나는 불행하고 본인 편한 대로 대충 쓰며 사는 남편은 하루하루 즐거워 보였다.

 마치 "후후~돈을 벌고 모으기만 하는 당신 인생의 맛을 몰라요." 라며 나를 조롱하듯이 막 대충 살아 보였다.


 나도 즐겁고 싶었다. 한량스러운 남편을 바라보며 내 삶의 방식이 조금씩 바뀌어갔다. 

 나는 물질의 사치를 통해 내 일과 삶의 방식에 수많은 도움을 받았다. 

 사례가 너무 많지만 다른 글들에서도 언급했고, 여기선 딱 하나만 말하면 '제복 효과'이다. 

 잘 차려입으면 만족감이 올라가고 당당해진다. 또한 타인으로부터 많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는데 자본주의 사회에서 겉모습으로 평가받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걸 부정하기보다 역으로 이용하여 그 물결에 편승하는 편이 낫다. 


 명품을 휘감고 사는 게 골 빈 여자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다행히 직업이 디자이너라 외모경쟁력을 톡톡히 본다. 겉치레로 꾸미는 것을 부정하기보다 한번 자기 기준보다 조금 더 높은 가격으로 사치를 해보면, 겉모습에 따라 자신의 행동과 기분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겉모습의 도움을 받아 자존감과 내 애티튜드도 달라지면 그것이 나의 정체성이 되는 것이다.

 일도 잘하고 자기 관리도 잘하는 당당한 디자이너의 이미지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이것이 외모경쟁력이 된다.


 어려운 자리나 감당 못할 일 앞에서도 명품을 방패 삼아 자신감 있게 도전하고 잘 끝낼 수 있었다.

 사실 모두 다 잘하고 당당한 척했지만 수많은 두려움과 떨림을 명품 속에 꼭꼭 숨기고 정신승리했다.

 특히 대학 강단에서의 첫 강의, 첫날은 잊을 수 없다. 이 날도 나는 구찌 풀착으로 떨림을 이겨냈다.



3. 공간의 사치


 공간의 사치라고 하면 당연히 인서울에 투자가치 있는 굉장히 큰 아파트를 구매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전혀 반대다. 나는 돈을 쓸 줄이나 알지 투자나 절약에 젬병이다. 


 나는 투자 가치가 전혀 없는 작은집에 살고 있다.

 이 집은 '공간의 사치'를 부리기 좋은 집이다.

 창문을 열면 저 멀리 국민대와 북악산이 시원하게 펼쳐져있다. 서울인데 앞뒤로 막힘없이 굉장히 시원한 자연 병풍을 자랑한다. 고양이가 창문에 앉아서 이 뷰를 즐기면 더할 나위 없겠다 싶었던 것이 이 집 선택의 가장 큰 이유다. 

 창문도 큼지막한 통창으로 선택하며 4단으로 나눠야 할 창을 2단으로 나누면서 유리 가격이 꽤 비쌌다. 유리도 반투명이 아닌 사생활을 포기한 100% 클리어 투명창으로 선택했다. 일반 가정에서 쓰는 반투명 유리가 너무 싫었다. 사생활 대신 눈의 즐거움을 얻고 창밖도 내 공간이 된 셈이다.

 집 내부 공간이 넓고 앞집 벽뷰보다 집이 좁아도 정릉 자연뷰를 얻어 훨씬 더 쾌적한 집이다. 햇살도 장난 아니다.

 사실 몸이 사는 공간보다 눈이 보고 마음이 느끼는 공간 크기가 더 중요하다.


 집이 좁은데 침대와 리클라이너, 6인 테이블은 벽에 붙이지 않고 집 한 중간에 배치했다. 

 나는 가구를 벽에 붙이는 것이 너무 싫다. 공간 효율은 떨어지지만 벽에서 떨어져 있는 가구는 사방으로 그 기능을 활용하기 무척 용이하다. 물론 그 앞뒤좌우 모든 공간을 고양이가 돌아다니며 재미있는 공간이 완성된다는 것도 좋다.


 작은 집이다 보니 부동산 구매 가격도 저렴했다. 돈을 부동산에 깔고 앉지 않았다. 대신 그 돈을 주식에 투자를 했다라고 하면 이 글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 

 나는 그 돈으로 재미있게 하루하루 하고 싶은 일들에 잘~~쓰면서 살고 있다.

 크고 좋은 집을 사면 돈이 남아돌지 않는 형편이므로 그냥 집은 내가 원하는 가치 기준 몇 가지만 충족되는 것으로 선택하고 나머지는 융통할 수 있는 현금으로 남겼다. 


 그리고 그냥 원하는 것을 샀다. 과거였으면 어찌 내가 감히 명품을 싶었겠지만.

 가고 싶은 곳에 가고, 먹고 싶은 것을 먹는 것에 쓰고 있다. 역시 과거였으면 어찌 감히 내가 한 끼에 20만 원도 넘는 밥을 먹고 다닌단 말인가 싶지만.


 주변에서 자주 묻는 질문이 있다. "로또 됐니?"

 아니다. 선택과 집중으로 포기할 건 과감히 포기하고 내가 하고 싶은 삶의 방식을 위해 소비를 하고 있다. 

 이것이 타인의 눈에는 사치를 하고 있다고 보인다.


 그래서 나는 사치를 통해 진정 내 인생을 원하는 방식으로 살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한다.

 사치가 만들어준 만족스러운 인생이다.



P.S.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생을 더욱 맛깔스럽게 즐기는 법. 그냥 사치를 해버리는 거다. 

 내가 원하는 것이 뭔지 잘 생각해 보고 돈, 시간, 공간을 마구마구 사치하며 살기를 바란다.

 그러면 시간이 흘러 과거를 돌아보며 후회하며, 자기 연민에 빠질 필요가 없다. 

 "매 순간 후회 없이 알차게 살았다."라며 눈감을 수 있을 거 같다.

 

 사실 이런 생각은 죽을 때까지 갈 필요도 없다. 돈과 시간, 공간을 마구 사치하다 보니 요새 잠자려고 침대에 누우면서 늘 하는 말이다. "오늘도 알차게 갓생 살았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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