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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인미D Jul 10. 2023

36.이렇게 마른 제가 왜 고혈압이죠?

<숨도 못 쉬는 현대인들>


 현대인들의 호흡의 길이는 굉장히 짧아졌다.(호모사피엔스 종인 우리는 부드러운 음식을 통해 아래턱, 하관이 상당히 작고 짧게 진화했다. 이 때문에 치아가 삐뚤빼뚤해지거나 입 호흡을 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이 불편해진 몸을 이끌고 스트레스 가득한 세상을 살다 보니 요즘 사람들의 호흡법이 저마다 각양각색이다.

 사실 제대로 호흡을 하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호흡이 수명과 연관 있다는 결과도 있다. 아주 천천히 호흡하는 거북이(분당 2~3회)는 최대수명 300년, 코끼리(분당 5~6회)는 최대수명 200년이다. 인간은 1분당 15회 정도 호흡하며 최대 수명 100년 이내이다.


  1초마다 한번 마시고 내쉬고를 반복해, 분당 60회를 호흡하는 사람도 있다. 이건 상당한 빈호흡이다.

 누가 이렇게 호흡을 하냐고? 바로 나다.

 (*추천 호흡은 5.5초간 천천히 내쉬고 5.5초간 들이마신다. 들숨, 날숨 포함해 1분당 총 5.5회의 호흡을 하는 것이다. 거의 코끼리 호흡법이다.)

 그러나 일상에서 이렇게 거북이처럼 느리게 호흡하기란 쉽지 않다. 성인 평균 분당 호흡은 15~20회임.


 본인이 느끼기에 정상 호흡이라고 해도 분당 20회 이상이면 자신의 호흡 방식을 한번 고민해 보면 좋다.

 나처럼 빈 호흡을 하면 항상 교감신경이 항진되어 있고 체온이 평균보다 높다. 두통도 달고 산다.

 요가에서 순간적으로 체온을 올려 정화하기 위해 하는 바스트리카 호흡(풀무호흡)이 빈 호흡과 꽤 비슷해 보이긴 한다. 그러나 바스트리카는 순간적으로 짧게 강렬하게 하는 호흡 수련일 뿐 하루종일 이렇게 숨 쉴 수는 없다. 그랬다가는 의식을 잃을지도 모른다. (다만 일상의 잘못된 빈호흡은 가슴으로만 하지만 바스트리카는 복부와 횡격막을 적극 이용하여 빠르게 들숨날숨을 반복함. 바스트리카는 1분 정도가 적당함.)


 평생 이렇게 살아온 내가, 이 호흡이 내 몸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전혀 몰랐다.

 이런 짧은 1초 호흡은 윗가슴으로만 얕게 하게 되는데 심장에 굉장히 큰 무리를 주게 된다. 횡격막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이 짧은 호흡은 심장에 과도한 부담을 주어 심혈관 스트레스와 더불어 인체의 효율적인 기능을 저해한다. (횡격막은 제2의 심장으로 불리며 횡격막 호흡을 통해 심혈관뿐만 아니라 신체의 정상 리듬을 찾을 수 있음.)


 그렇게 난 고혈압 1기를 진단받게 된다.

 고혈압은 운동 안 한 비만인에게만 오는 것은 아니었다.

*나의 인바디 검사


 나는 마른 편이다. (BMI 16.7/*보통 BMI는 키와 몸무게로만 측정하는데 허리둘레를 추가하는 것이 정확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혈압이 굉장히 높고 수면 무호흡 즉 코를 곤다.

 건강검진을 할 때 의사 상담을 받을 때면 선생님도 할 말을 잃는다.

 "혈압이 왜 높지? 긴장하셨어요?" 내 몸 상태를 보고 선생님들은 그저 긴장 탓이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검진표에는 주 7회 운동이 적혀있다. 나는 주 7회 요가, 주 2~3회 골프를 친다. 식단 관리는 채식위주로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혈관이 막힐 일도 없다. 30대부터는 당을 조절하기 위해 디저트류도 멀리하고 있다.

 의사 선생님도 난감하시겠어요. 이렇게 마르고 운동을 열심히 하며 식단관리까지 하고 있는 이 여성은 대체 왜 고혈압인가?

 "가족력이 있으신가 봐요?" 그렇게 우리는 가족력으로 정리하고 의사 선생님께 마음의 평화를 드린 채 검진을 마친다.


나의 혈압을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나의 코골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체중, 식단, 운동관리까지 완벽한 이 여성을 위한 해답은 있을까?

나의 혈압의 원인은 호흡이었다. 더 엄밀히 말하자면 스트레스로 인한 나쁜 호흡 습관.


 보통 사람들에게 고혈압 진단 후 내리는 특단 조치인 뺄 살이 나는 없다. 식단 조절을 할 부분도 없으며 운동을 더 추가할 부분도 없다.

 그렇다면 고혈압을 맞이하여 그냥 평생 약을 먹어야 할까??

 그렇게 나는 호흡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현대인은 호흡 이슈가 많으며 얕은 호흡, 과 호흡, 빈 호흡, 입 호흡, 무호흡 등의 호흡 문제를 갖고 있다.


 최근 나는 여러 가지 호흡을 연습하며 호흡의 힘을 느낀 적이 있다.

 지난주 건강검진에서 또 고혈압 1기가 나왔다. (148/93)

 검진 선생님이 의아해하며 수동 혈압계를 꺼낸다. 그 사이 심호흡을 추천했다.(자동기 보다 수동 검진이 혈압이 조금 더 낮게 나옴)


 "심호흡 크게 두 번 쉬세요."

 그러나 나는 안다. 지금 심호흡을 크고 강하게 하면 심장박동과 교감신경이 오히려 항진될 것 같은 느낌을...

 나는 아주 천천히 얇고 길게 호흡을 이어갔다. 4초간 마시고, 8초간 천천히 내쉰다. 느린 호흡보다 더 느리고 편하고 가늘게. 그러나 너무 무리하면 또 심박이 날뛰니 최대한 편안하고 가늘게 가능한 만큼만.

 그렇게 재 검사를 했다. 단 1분 정도의 호흡으로 130/80 정상에 가까운 혈압이 나왔다. 내 생에 했던 건강 검진에서 나온 가장 낮은 혈압이었고, 오랜만에 정상으로 기록되었다.


 그 뒤로 호흡을 조절하며 감정, 자율신경계 등을 다양하게 조절해보고 있다. 자율신경계는 우리가 조절을 못한다고 하여 자율신경계로 불리지만 실제로 호흡연습과 명상만으로 자율신경계를 약간 다룰 수 있다.


 내 호흡이 남들보다 유달리 짧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요가 지도자 과정을 참여할 때였다. 수련을 하며 3~4초간 내쉬고 3~4초간 마시라고 했지만, 2초간 마시거나 내쉬기도 어려웠다.

 내 호흡은 평생 1초 마시기와 1초 내쉬기를 반복해 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윗가슴으로만 얕게 호흡하며 살아왔고 그에 따라 흉곽은 상당히 열려있었다.


 "Close your bottom ribs."

 요가에서 어려운 동작이 '흉곽닫기'였다. 팔을 올리고 내리기처럼 흉곽을 닫는 게 가능한지 몰랐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할 때는 0.5초도 안되게 입으로 짧게 마시기도 했다. 이럴 땐 내쉬는 호흡도 어렵고 흑헉 숨을 마시기 급급했다.


 신입 때 한 번은 붐비는 퇴근길 지하철에서 숨이 막힌 적이 있었다. 숨이 내 쉬어지지 않고 극도의 공포를 느꼈다. 추운데 식은땀이 나며 온몸이 안절부절못하고 힘들어지며 수경 없이 물에 들어간 것처럼 시야가 흐려지면서 불안하고 괴로움.

 그러나 기절할 수는 없었다. 그 와중에도 기절은 아무튼 뭔가 부끄러웠다.

 몸을 펼 수도 없어 90도로 상체를 접은 채 재빨리 지하철에서 내렸다.

... 무언가에 매달려야 했다. 윽윽 대며 온몸과 근육을 쥐어짜며 숨을 쉬기 위해 노력했던 두려움이 있었다.


 지금은 그런 비슷한 조짐이 든다면 과호흡이 생기기 전에 미리 요가에서 하는 느리고 깊이 하는 호흡으로 집중한다. 아주 천천히 입선(서서한 참선)에 몰입한다. 지하철에서도 길에서도 가능하다.

 만원 지하철에서 그 순간 할 수 있는 것은 호흡에 집중하며 최대한 정상 호흡을 되찾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다시 지하철을 타는 것이 너무 두려웠지만, 정상 호흡으로 돌아온 뒤 본능적으로 호흡을 느리고 얕게 유지하고 아주 천천히 걸으면서 무사히 귀가했다.


 숨도 제대로 못 쉬는 것이 이렇게 내 건강과 정신에 문제를 줄지 몰랐다.

 늘 예민하고 스트레스에 취약하며, 잠을 연결하여 2시간 이상 자본적이 없으며 만성두통에 고혈압까지 진단받았다.


 대부분 우리는 숨을 제대로 신경 쓰지 않고 살고 있다. 숨을 잘 쉬고 있는지 내 숨이 내 몸이나 정신을 망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 집중하다가 무의식적으로 무호흡을 하기도 하고 빠르고 가쁘게 숨을 쉬기도 한다.


 하루 중 모든 시간을 '의식하는 호흡'을 유지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나는 퇴근 후 요가와 자기 전 호흡 수련을 통해 명상을 하면서 많은 부분이 좋아지고 있다. 호흡이 편안해지면 마음도 가벼워진다.


 회사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로 또 호흡이 가빠지고 가슴호흡이 시작될 때 의식적으로 아주 느리고 천천히 가늘게 호흡을 하며 스트레스와 긴장 다스린다.(이때 교호흡이 꽤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는 멘탈이 약해서 자주 오나 했더니, 숨을 잘 못 쉬어서 생긴 일이기도 했다.

 이제 호흡을 잘 조절해 가면서 스트레스도 함께 잘 달래고 있다.



P.S.

 최근 읽은 책에서 호흡의 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산소가 아니라 이산화탄소라는 것을 알게 됐다. 코로 하는 느린 호흡을 통해 대사성 폐기물인 '이산화탄소'를 신체에 충분히 확보함으로써, 우리의 신심의 밸런스는 안정화된다.

 흔히 우리가 아는 과호흡은 신진대사가 필요로 하는 것보다 많은 호흡으로 발생한다. 산소의 농도는 진해지고 이산화탄소가 부족한 현상 때문인데, 비닐봉지로 입을 틀어막고 내쉰 이산화탄소를 재흡입함으로써 신체 내 이산화탄소 농도밸런스를 찾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

 과호흡이 심해지면 심박 증가와 이산화탄소 농도 감소에 이어, 공황발작이나 고산병일 때의 혼란상태를 유도한다.(실제로 스쿠버다이빙에서 산소중독이 항상 문제다. 산소의 과유입은 우리 신체의 정상 대사과정을 무너트린다. 스쿠버다이버의 등에 메는 것은 산소통이 아니라 수분이 제거된 공기통이다.)

 이처럼 호흡이 원활하지 못하면 신체의 대사가 원활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늘 불안과 두통이 문제가 된다면 가벼운 과호흡Hyperventilation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아주 일상적인 가벼운 과호흡 상태에서도 우리는 어지러움, 불안, 불편한 감정을 느낀다.

 호흡만 느리고 천천히 바르게 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곧 편안해지고 불편한 감정이 조금씩 사라진다.

 건강과 행복의 비결이 호흡(숨)이라니.

 정말 숨만 올바로 제대로 쉬어도 극심한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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