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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인미D Jun 17. 2023

35.명상과 요가 사이

<렛 잇 고 하도록 도와주는 인요가>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도착했지만 여전히 내 몸은 휴식할 생각이 없다. 머릿 속도 마찬가지다.

 이제 휴식 모드이니 진정하라고 내 마음에 억지로 지시를 하지만 내 심신은 스위치 오프가 될 생각이 전혀 없나 보다.

 오늘도 무엇을 더 해보고, 잘 해내기 위해서 나를 극단으로 밀어붙이는 '양(陽)적인 에너지'를 끌어내어 더 더 더 더 많은 양의 기운으로 가득한 하루였다.

 상당히 투쟁적인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많은 일들을 꽤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후회 없는 하루를 보냈지만, 그 끝에 평화는커녕 내 심신은 어쩜 이렇게 지치고 힘이 드는지. 

 

 때로는 열정을 멈추지 못해, 귀가 후에도 여전히 심장이 뛰며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해내야 할 것 같은 상태(교감 신경이 항진된)가 이어지기도 한다.

 퇴근 후 나는 멈추고 싶었다. 

 그리고 휴식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평화롭게 마무리하고 싶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요가다.

 특히, 인요가

 여기서 인은 음양의 음(陰)을 말한다. 

 *인양은 음양의 중국어 발음으로 영어권 국가에서 그대로 Yin and Yang(negative and positive)이라고 표기하고 발음한다.


 오늘 하루가 너무 지쳐서 방전 상태이든, 힘든 하루 뒤에 여전히 긴장과 열정 속에 릴랙스가 되지 않는 상태이든 두 가지 상반된 상황에 모두 인요가는 크게 도움이 된다.

 물론 양(陰)의 에너지를 그대로 쓰는 아쉬탕가나 빈야사 요가도 좋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힘든 하루 뒤에 이런 양의 요가를 하며 나를 다스리곤 했다. 

 그러나 최근 몇 달 전부터 방전이 되거나 흥분이 된 날 모두 음의 밸런스를 찾는 인요가에 푹 빠져버렸다.

 

 현대인들은 아무래도 양의 기운만 가득한 삶을 살기 쉽다. 난 모든 삶의 가치를 양에만 촛점을 맞췄기 때문에 음양의 밸런스는 상당히 불균형한 상태이긴 하다.


 그동안 땀 한 방울 나지 않는 인요가를 굉장히 경시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인요가의 동작들은 나에게는 거의 휴식에 가까운 쉬운 아사나이기 때문에 요가라는 이름을 달고 나에게 그 어떤 도움이나 혜택을 주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해보지 않고서는 몰랐다.

 아무리 쉬운 아사나라도 부동(장시간 움직임 없이 한 동작으로 홀딩하는 것)으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 게다가 휴식에 가까운 쉬운 동작을 1분 이상 홀딩을 한다는 것은 평소에 쓰는 것과 다른 근육을 자극하여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가끔 길어진 홀딩 속에서 '이 쉬운 동작이 이렇게 어렵다고?' 나 자신을 의심하며 모래시계만 뚫어져라 바라본 날도 있다.(인요가는 홀딩 시간을 일정하게 체크하기 위해 분단위 모래시계를 사용하기도 한다.)


 어느 날 퇴근 후 너무 방전이 되어 팔은 커녕 숨쉬기조차 제대로 하기 힘든 날이 있었다. 회사에서 업무를 할 때 대체로 긴장 속에 나를 엄청나게 푸쉬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이를 꽉 깨물고 숨을 참는 경우가 많다.

 내가 하루 중 숨쉬기를 제대로 할 때는 요가와 명상할 때 밖에 없다. 

 우리는 숨쉬기만 제대로 해도 상당히 신경에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 힘들 때 평소의 2배 길이 이상으로 하는 심호흡이 꽤 도움이 되기도 하는 이유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내가 의식하지 못한 채 얕고 짧은 호흡만 내뱉듯 반복한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퇴근을 하면 두통이 상당하다.


 오늘은 팔 들 힘조차 없다? 얕은 호흡으로 두통이 심하다?

 그럼 인요가를 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누군가에게 힘들 수도 있고, 너무 간단한 동작이라 나에게 크게 도움이 안 될 거라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이해한다. 나 역시 인요가는 너무 쉬워서 나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꽤 오랫동안 해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우연히, 내 몸이 자연스럽게 음의 기운을 갈망하게 되었다.

 별다른 계기가 없었다. 그냥 자연스럽게 목이 마른 것처럼 음의 에너지를 갈구하고 있었다.

 그날 나는 요가를 하며 명상과 요가 사이에 느낄 수 있는 굉장히 특별한 느낌을 경험했다.


 무엇을 더 해보겠다는 양적인 기운을 잠시 밀어 두고 인요가를 진행하는 순간, 많은 것을 받아들이고 수용하며 호흡을 깊이 그리고 천천히 자세를 홀딩했다. 이것은 음의 기운이다.

 1분 이상 홀딩이 이어지면서 다양한 생각이 떠오르는데, 이때 자연스럽게 생각을 흘려보내는 것이 마치 명상을 할 때와 비슷한 느낌을 얻었다.


 많은 사람들이 명상을 어려워하는 것은 아무런 신체적인 움직임 없이 생각을 비우거나 흘려보내는 것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각화 명상, 호흡 명상 등 다양한 방법들이 동원되기도 한다.

 현대인들은 무엇을 하기보다 무엇을 전혀 안 하기를 어려워한다.

 "창 밖을 멍하니 5분간 바라보세요."라고 한다면 1분도 되지 않아 지루하다며 핸드폰을 들여다볼 수도 있다.

 나 역시 열심히 하기보다 아무것도 안 하기가 제일 어려운 과제다.


 그런 현대인들에게 자연스럽게 모든 것을 내려놓도록 도와주는 요가가 인요가라고 생각된다.

 인요가를 통해 삶의 균형과 심신의 조화로움을 다시 찾을 수 있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금 내면의 평화로움을 맛볼 수 있다. 

 인 요가는 명상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경험하면 명상과 요가 두 가지를 동시에 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부동으로 하나의 아사나를 1~5분 홀딩을 하기 때문에 근육보다는 인대와 관절을 자극을 하게 된다. 따라서 생각보다 가볍게 자세에 들어간 뒤 호흡을 해가며 조금씩 조금씩 자세를 깊이 시도해도 좋다. 평소에 쉽게 여긴 아사나를 2분 이상 움직이지 않고 지속하다 보면 생각보다 쉽지 않은 동작이라고 느껴진다. 그렇기 때문에 자세에서 빠져나올 때도 호흡을 깊고 천천히 유지하며 거북이처럼 아주 천천히 움직이며 돌아와야 한다.


 인요가는 대체로 많은 신체의 움직임을 동반하지 않기 때문에 호흡 자체에 집중할 수 있고, 시각적인 자극을 제한하기 위해 눈을 감고 내 몸의 감각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세상의 자극에서 벗어나 내 몸의 감각을 인지하기도 쉽지 않은 세상이다. 

 세상은 너무 빠르고 복잡하고 자극 투성이다. 핸드폰 문자가 계속 울려대고, 집에는 남편이 내내 텔레비전을 틀어놓고 있다. 가끔 이런 수많은 소리로부터 벗어나고 싶다.


 그래서 나는 요가를 하고 명상을 한다. 

 나에게 집중하고 진정한 휴식을 하기 위해....



 P.S.

 나는 일반인 대표 요가 전도사이다.

 요가 지도자 자격증이 있지만 요가 지도자가 아닌, 보통 사람과 똑같이 9-6 사무직 직장생활을 한다. 누구보다 화이트칼라의 심신의 상태를 잘 이해하고 있고 나 역시 그들과 똑같이 살고 있다. 늘 평화로운 요가 선생들과 달리 나는 속에 화도 많다. 사회 생활하면서 화가 없기란 쉽지 않다.

 이런 일반인과 요가인의 경계에 있는 내가 요가에 대해서 말을 하면 사람들은 조금 더 현실적인 믿음을 갖고 듣게 된다. (너무 이상적인 요가세상에 살고 있는 요가 선생님보다 같은 현실에 살고 있는 일반인의 말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는 느낌이라고 한다.)


 내가 나를 봐도 요가 맹신도처럼 보이긴 하다. 그래도 내가 균형을 유지하는 방법은 절대 내가 먼저 타인에게 요가 이야기를 꺼내거나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체에 대해 궁금함이나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이 먼저 나에게 조언을 구할 때만, 요가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을 제안한다. 물론 그전에 병원 먼저 가보라고 안내하기도 한다.


 사실 주변인들 대부분 요가의 긍정적인 효과는 인정하는 부분이다. 

 회사 동료들도 내 이야기를 듣다 보면 "아~ 요가 정말 좋아. 요가해야 하는데..."라며 탄식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 들 마음속에 요가가 좋은 경험으로 기억되고 있다가 지금 당장 못한다고 자책할 것 없이, 인생의 어떤 시점에 몸과 마음이 어떤 에너지를 원하게 되었을 때 다시 한번 요가를 떠올리고 스스로 수련을 할 수 있는 시점이 오기를 바란다.

 그래서 오늘도 사람들이 신체에 대해서 질문을 하면 간단한 요가 동작을 알려주며 그들 삶에 도움이 되고, 또 무의식 속에 요가와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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