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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인미D Sep 16. 2023

37.쉼을 빙자한 빈둥이

<쇼파에 누워 뒹굴대지 말고, 진짜 머리 좀 쉬렴>


 주말에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서 멍 때리고 쉬었는데 피곤하다?

 우리의 삶에 멍 때림이 필요하다는 말 뜻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일요일 하루종일 집에서 핸드폰을 붙들고 멍을 때렸다. 평일동안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진짜 제대로 쉬었는가?

 멍 때림을 잘못 이해하면 빈둥대는 것을 합리화하기도 한다. 멍 때림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뇌의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뇌가 쉬라고 했는데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것은 뇌에게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하게 일을 시키고 자극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사실 우리 뇌는 전혀 쉬지 못하고 있다.


 멍을 때리라고 했더니 그냥 폰멍을 하고 있다는 건 전혀 휴식이 아닌 상황이다.

 몸은 비록 쇼파와 한 몸이 되어 있어 휴식의 상황으로 보이긴 하지만 핸드폰을 바라보는 눈은 수많은 정보를 머릿속에 집어넣고 있다.


 우리는 멍 때림이 필요하다를 몸이 쉰다가 아니라 머리가 쉰다로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멍 때리기라고 몸이 무조건 가만히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몸이 가만히 있어도 되긴 하지만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황을 견디기 어려워한다. 

 그래서 명상이라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몸이 가만히 있어야 하긴 때문이다.


 창 밖을 보며 최소 5분은 멍 때려야지 하지만 1분도 지나지 않아 우리는 핸드폰을 찾아서 별달리 의미는 이미지를 보며 뇌를 자극에 노출하고 만다.

 뇌(정신)를 쉬게 두라고 했더니 몸(육체)을 쉬게만 한다. 뇌는 눈과 함께 바쁘다. 정신이 바쁘니 피로가 가중되고 몸은 더더욱 늘어진다. 머리는 복잡하고 몸은 무겁다.

 사실 우리가 원했던 휴식의 결과는 이것과 반대였다. 

 머리는 비워져 상쾌하고 몸은 에너지가 넘쳐 의욕적이길 원한다.


 그러나 멍 때림이 필요한 것은 다 알지만, 가만히 멍을 때리는 것은 상당히 고난도의 연습이 필요하다. 

 부동의 멍 때림이 어렵다면 단순 반복하는 가벼운 신체의 움직임을 찾으면 좋다. 


 오히려 제대로 멍을 때리기 위해서는 몸에게 적당히 할 일을 줘야 한다. 그래서 가벼운 청소나 산책, 설거지 같은 단순한 움직임을 통해서 오히려 뇌가 쉬게 되기도 한다. 

 우리는 단편적인 정보를 눈으로 너무 많이 캐치하고 뇌에 집어넣으며 항상 교감신경이 항진되어 있다. 스마트폰 중심의 생활에서 우리의 뇌는 좌뇌 중심으로만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은 상대편의 실제 표정을 바라보며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한 우뇌의 기능이 점점 떨어져 가고 있다고 한다.

 좌뇌중심 뇌활동이 강화되며 타인의 마음을 헤어리는 여유도 많이 사라지고, 교감신경이 늘 항진되어 있으니 차분히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다들 쫓기듯 말하고 행동하며, 정신적인 분노가 타인과 세상을 향해 있다.


 그러나 핸드폰을 놓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멍을 때리게 될 때 호흡은 천천히 그리고 아주 깊어지며 점차 부교감신경으로 자율신경계가 안정화되기도 한다. 공격적인 행동과 분노했던 감정을 다스릴 수 있고, 자신에게 조금 더 집중할 수 있다. 

 현대인들은 심신의 밸런스를 찾을 수 있는 활동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요가 수련을 매일 하고 있다. 

 요가를 하며 수많은 생각들이 떠오르고 지나가기는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신적인 멍 때림과 아주 가까운 활동이다. 

 수련을 하며 몸은 움직이지만 머릿속 생각들은 흘러가고 결국은 비워지게 된다. 특히 고난이도 피크 동작을 마치고 다음 아사나 전 잠시 호흡을 고를 때 아무런 생각이 없는 상태가 될 때가 많다. 

 이렇게 머릿속 자체를 아예 무의 상태로 비움이 가능한 자신만의 멍 때리는 활동을 잘 찾아야, 멍을 때리고 나서 심신이 잘 쉬고 회복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주말 내내 누워서 핸드폰을 보는 남편이 이상하게 더 피곤해 보인다.

 요가를 하고 나면 이상하게 에어샤워를 한 듯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 

 이상하게 오늘도 나는 요가 전도사처럼 글을 끝맺고 말았다.



 요가에서 현대인들이 알고 있는 아사나 수련은 사실 고대에서는 명상을 잘하기 위한 신체의 단련이었다. 요가를 하는 중에도, 요가를 마치고 나서도 우리는 머리의 비워진 편안한 순간을 느낄 수 있다.


 현대인의 휴식은 뇌와 눈이 쉬면서 멍 때림이 필요한데 이것을 몸만 쉬어버림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다. 

 우리 몸은 오히려 멍하니 가만히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부동으로 한 가지 자세에 머무는 것은 신체에 상당히 나쁜 영향을 미친다. 

 이렇듯 쇼파에 누워 폰멍을 하는 것은 진짜 휴식이 아니니, 늘 피곤할 수밖에 없다.

 뇌를 쉬게 하는 멍 때림의 휴식활동을 모르겠다면, 정말 요가라도 한번 해보심이 어떠신지?


 늘 조급하고 알 수 없는 우울이 나를 점령할 때 진짜로 필요한 것은 정신이 편안하게 쉬며 머리가 비워져야 할 때이다. 그래서 오늘도 요가.

 너무 힘들어서 눈물이 터질 것 같은 날에도 나는 요가 동작을 이어가며 눈물을 줄줄 흘리고, 욕을 내뱉었다.

 한결 시원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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