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과 납득할 수 있는 디자인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
왜 노란색인가? 하다못해 내가 선택하지 않은 이 디자인이 노란색인 이유를 설명해야 합니다.
“그것은 지난주 상무님(당신)이 노란색으로 바꾸라고 해서 바꾼겁니다.” 로 대답하면 그 디자인은 탈락. 최악의 상황에는 시안을 처음부터 다시 잡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시장분석이 전혀 안된 디자인은 검토할 이유가 없다는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어떤 질문이 들어와도 그것은 이러이러 해서라는 논리적인 근거 설명을 준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지난주 보고시간 상사가 디자인 컬러를 노란색으로 바꾸라고 말했다면 노란색으로 수정하면서 디자인적인 타당한 이유를 찾아야 합니다. 위에서 시켜서 수정 했다는 것은 논리로서 통하지 않습니다. 상사는 “내가 시키긴 했지만 너는 근거를 찾아와라.”는 마음으로 지켜 보고 있기 때문이죠. 혹은 본인이 노란색으로 바꾸라고 했던 말조차 잊고 디자이너에게 근거있는 설명을 요구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내 디자인에서 선 하나, 색 하나도 이유없이 존재하면 안되는 겁니다. 내 디자인이 시장에 출시 되기전에 우선 상사를 먼저 설득해야하기 때문이죠. 이유없이 미적으로 존재하는 어떤 요소라고 해도 시안을 보고 할때 근거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미리 예측해서 레퍼런스를 준비해가면 더욱 좋습니다.
비전문가인 최고 결정권자들에게 디자인시안 보고를 하다보면 생각치도 못한 질문이 들어오기도 합니다.
“이 선은 무슨 의미냐.”
- 시크해서 조형 요소로 그었지만, 공간 분할에 따른 요소의 그루핑과 시선 집중 같은 설명을 해야합니다. 공간 분할에 관련된 레퍼런스를 곁들여 보여주면 좋습니다.
“저 캐릭터는 왜 남자이며 의미는 무엇이냐.”
- 빈티지 하고 예뻐서 넣었지만, 제품에서 인간의 시선이 가장먼저 도달하는 요소는 사람얼굴(표정)이기에 남자 캐릭터로 시선을 집중시키고 타깃이 주로 어린 남자들이라는 설명을 덧붙입니다. 마찬가지로 캐릭터 중심의 레퍼런스를 보여주며 설명합니다.
말 끼워 맞추기 같지만 실제로 디자인 안에서 단순히 예쁘기만한 조형인 것은 없습니다. 단순히 예쁜 것도 제품이 되어 출시가 되기 위해서는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라고 있는 존재가 디자이너이니까요. 실제로 아무 의미없는 예쁜 조형요소를 디자인에 넣었다고 해도 내가 설명할 수는 없는 어떤 요소가 고객의 시선에 호감이라는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죠. 고객 역시 단순히 시선이 가고 예쁘네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안에 수많은 심리적인 원인이 있을 것입니다. 바로 그 중 하나를 우리는 디자인 근거의 이유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노란색에는 상큼한 레몬 컬러부터 샛노란 개나리색까지 다양한 색상 스펙트럼이 존재합니다. 그 중에 한 가지 컬러를 선택 했다는 것은 당연히 디자이너의 결정도 들어있고 선택에 대한 일부 책임도 있습니다.
디자인 메인컬러를 노란색으로 결정하며 근거 자료로, 경쟁사가 현재 레드컬러 시장을 점령하고 있기에 병행 진열시 색상 비교 효과가 있다는 점이나, 올해의 펜톤컬러가 일루미네이팅이어서 노란색 중 레몬컬러가 가장 힙하고 트랜디한 컬러톤이라는 점이나, 혹은 해당 카테고리 제품 군에서 현재 노란색으로 출시된 제품이 없어 선점할 수 있는 컬러라는 점 등 다양한 근거를 찾아내야 합니다. 경장사 제품과 펜톤 레퍼런스를 준비했다가 함께 보여주면 더 설득력 있게 디자인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상사는 노란색을 개인적으로 좋아하기 때문에 제안한 의견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한마디라도 디자이너로써 자신의 작업에 반영할 때는 완벽하고 타당한 논거를 찾아내야 합니다. 노란색이라는 고정값을 변경할 수는 없지만 그 노란 색조에서 가장 적합한 톤을 내 디자인에 어울리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한된 틀 안에서 솔루션을 찾는 것도 디자이너의 역할입니다. 단가 문제로 1도 인쇄 밖에 안된다면 아미값(투명도)으로 표현의 다양성을 찾는 것도 방법입니다.
같은 노란색이어도 색조를 우선 선택했다면, 표현에 있어서 그라데이션 혹은 솔리드 컬러, 패턴을 쓸지 단색조로 쓸지 다양한 연출 방법이 남아있습니다. 색상의 고정값이 주어진 상태에서도 디자이너는 다양한 변주를 해낼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습니다.
이렇게 설명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무장해서 시안을 보고하러 가면 비교적 원활하게 디자인의 수정 방향이 정해집니다. 역시 한번에 정해지는 법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나만의 기준을 가지고 수정 방향을 이끌어 갈 수 있는 것입니다.
회사에서 디자인은 약간의 전략, 결정권자의 약간의 취향, 약간의 차별화, 많은 보편성, 약간의 디자이너 스타일 합쳐진 교집합에서 탄생하는 결과입니다.
그렇게 모든 사람이 동의할 수 있는 일반적인 디자인이 탄생하게 됩니다. 가장 안전하고 해당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잘 담은 디자인이 나오겠지만, 그래서 어쩌면 인하우스 디자인은 혁신이 나오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가장 그 기업다운 모습을 담아낸 디자인이 됩니다.
혁신적인 제품이 나오기 위해서는 혁신있는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그것을 선택할 수 있는 혁신적인 마인드의 윗 사람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겠죠?
혁신은 만들어내기 보다 선택 당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그러면서 맨날 혁신 하라고 하니 조금 난감하기는 합니다. 아무튼 시안 중에 혁신적인 것이 있어도 대부분 채택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혁신을 바라지만 혁신을 선택할 수는 없습니다.
요즘은 누구나 디자인을 할 수 있고 더 이상 전문 영역으로 제한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냥 예뻐서라는 이유 이상을 설명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실제로 레퍼런스를 잘 정리하면 방향성이 명확한 좋은 디자인이 나오기도 합니다. 디자이너로써 컨셉보드 만큼 레퍼런스 정리와 데이타 수집이 중요한 부분입니다. 단순히 모으기보다 지금 작업하려는 디자인 컨셉, 키워드에 맞춰서 레퍼런스를 수집하고 분류하는 습관은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중요한 '준비 운동'과도 같습니다.
무의식적인 표절이 두려워 자료 서치를 피할 필요는 없습니다. 디자인 개발에 앞서 다양한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면서 내 디자인 시각언어로 정리하는 것은 꼭 필요한 작업 입니다. 어쩌면 자료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표절을 의식적으로 더 잘 피할 수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미 참신함으로 가득찬 세상에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하겠다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우리는 여러가지 중에 선택하고 내 관점을 통과시켜 새로운 컨셉과 개념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기에 내 관점이 중요하며 분야의 경계를 허무는 다양한 경험을 디자인적 안목으로 바라보고 내 언어로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마르셸뒤샹도 같은 맥락에서 새로운 시각 예술을 창조하기 보다 예술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통해 개념미술 작품을 많이 남겼습니다. 더 이상 시각적인 새로움이라는 것이 있을까요? 디자인에서 중요한 것은 새로운 관점과 해석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뒷이야기>>>>>
'왜 노란색으로 했냐고?? 니가 노란색으로 하라며?? 그 이유를 왜 나에게 묻고 있냐고??'
라고 말하고 싶은 것을 꾹 참고 온화한~ 그렇지만 당당한 미소를 지으며, ( ^_^; )
"올해의 펜톤 컬러는 두가지 컬러가 있습니다. 일루미네이팅과 얼티밋그레이 입니다. 그 트랜드를 반영한 컬러로 ~~블라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