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르네상스맨을 위해>
하나의 일, 하나의 세계에만 속하지 않는 것은 풍요로운 인생을 보내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다중 세계에 속함은 정신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나의 일에만 매달려 모든 것을 걸어온 사람은 그 세계가 무너지거나 잘 풀리지 않으면 헤어 나오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 에너지를 하나가 아니라 여러 세계에 걸쳐서 투자하는 편이 좋습니다.
하나만 잘하기도 힘든 세상에 이것저것 해보라는 말이 부담스럽지만 투자의 정석에도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이 있듯 우리 인생의 시간과 에너지도 그저 한 가지 방향으로만 쓰지 말고 골고루 활용을 하는 편이 좋습니다.
백세시대, 그러나 정년이 짧아진 요즘 여러 가지 방향으로 나의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이 점점 더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다양한 길을 만들어 간다는 것은 어느 하나를 소홀히 한다는 것이 아닌 오히려 서로가 영향을 미치고 보완해 주면서 각각을 더 완성도 있게 만드는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학문의 융합과 통섭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원래 학문은 한 가지 갈래에서 시작되어 현대에 와서 굉장히 세분화되었습니다. 학문 분야의 줄기는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한 분야만을 할 때와 달리 다양한 분야를 공부한다는 것은 각각의 분야가 서로 영향을 주어 훨씬 더 깊고 넓은 안목을 만들어줍니다. 각 학문이 서로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에 두 가지 이상 복수 분야를 공부한다면 생각보다 각 분야별로 연결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물론 쉽지 않지만 생각보다 2배, 3배로 에너지가 드는 것이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분야의 지식들이 새로운 공부와도 많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르네상스맨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통섭학자로 불립니다. 그 시절의 학문은 대체로 그런 통합의 형태이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업적을 남겼습니다. 그를 수많은 명화를 남긴 예술가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사실은 그 행적을 열거하면 끝도 없습니다. 화가, 시인, 작가, 음악가, 해부학자, 물리학자, 건축가, 발명가 등 현대 직업 관점에서 보면 연결성이 전혀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각 분야는 서로 영향을 미쳐 그의 업적을 보다 완벽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하는 것을 통해 나 혼자만의, 하나의 세계를 벗어나 외부세계와 다른 사람의 활동을 돌아보게 되고 자신을 더 깊이 있게 만들어나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경영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피터 드러커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술가, 경영학자, 사업가, 교수, 평론가, 철학가로서 여러 분야에서 활동을 했고 분야를 망라한 지식의 폭과 깊이가 놀랍습니다.
어쩌면 전공 분야의 책을 뒤적이면서 그의 이름을 한 번쯤 접해보았을지도 모릅니다. 모두 다 다른 모습으로 기억한다는 점이 그것을 증명합니다. 미술계통 사람은 그를 예술가 혹은 평론가로, 경영학도에게는 경영학자 혹은 교수로 알고 있을 거예요. 그리고 여러 자기 개발서로 많은 사람들에게 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그를 현대판 르네상스맨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처럼 다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두 번째 직업도 생각해 보자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요새 평생 두 가지 직업도 모자라다는 생각도 들지만 적어도 하나의 직업으로는 상당히 곤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10년을 배워야 20년을 먹고살 수 있다고 하는데, 중년이 되면 이제 배운 것을 다 써먹은 셈이 됩니다.
그럼 인생 후반전에는 새로운 무언가를 배워 다시 인생을 설계해 나가야 합니다. 요즘처럼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지식의 유효기간은 점점 더 짧아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현대인은 그저 다양하게 이것저것 경험해 보고 시도해 보고 직업으로도 개발해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할 것을 고려해 봐야 합니다.
특히 전반전의 경제활동이 끝나고 나서가 아닌 전반을 살아가는 중에 후반전에 대한 준비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으면 좋습니다.
새로운 일들을 무조건 경제활동의 연결 선상에서 접근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전반전의 인생에서 즐기는 여가 활동 중에 가치롭게 개발할 것들을 고려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우선 다양하지만 꾸준히 어떤 분야든 배우고 익혀나가면 좋습니다. 세상 기준에서의 경제적 가치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든 오래 꾸준히 계속해나가며 어떤 나만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잘 나가는 분야라고 우르르 접근하지만 그곳에서 내 가치를 못 만들면 나는 그 분야의 하수가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별 가치가 없는 분야라고 해도 나만의 전문성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 일은 특별함이 됩니다.
모든 일든은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때문에 일단 경험해 본 작은 점 같은 일들은 결국 서로 연결되어 나중에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새로운 길로 열리기도 합니다.
오늘의 우리 활동들은 그 작은 점들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섬처럼 만들어진 작은 활동과 경험들을 많이 만들수록 좋습니다. 우리의 앞날이 언제 어떻게 풀릴지 전혀 예측할 수가 없으니까요.
저는 하루하루 회사 업무 외에는 다른 곳에 에너지를 쏟을만한 것이 없을 때는 사는 게 참 막막하고 우울했어요. 오늘 같은 일상이 사라진다면 나는 내일을 감당할 수 있을까? 모든 도전의식은 청춘 때 다 쓰고 이제는 그냥 이렇게 살아가야 건가 싶기도 했죠. 그런데 다 큰 어른도 매일 새로운 도전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퇴근 후, 하루가 끝나면 지치는 거 이해해요. 다들 그렇게 지내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 와중에도 아주 작은 점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생각하며 동기부여를 받았어요.
회사의 일만 하면서 살아온 사람에게 인생을 크게 보면서 다른 것도 생각해 보라는 겁니다. 이 직장, 영원하지 않아요. 생각보다 빨리 오늘의 평범한 생활이 끝날 수도 있어요. 오늘 출근할 회사가 사라진다면 돈이 아니어도 몰입할 것이 없었던 사람들은 엄청나게 큰 상실감을 이겨내기 힘듭니다. 은퇴 이후 무기력해지는 사람들에 대해 많이 들어봤을 거예요.
은퇴가 노후나 먼 미래가 아닌 당장 내일 온다고 해도 몰입하고 좋아하는 다른 일들이 있는 사람은 다시 빠르게 일어날 수 있어요. 물론 충격이 없지는 않겠지만요.
숙제가 뭔지도 모르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우리들은 평생의 숙제를 스스로 일깨워야 합니다.
지금의 숙제는 회사 일, 내 전공 이외에도 다른 분야를 통해 다중 세계를 만들어 가라는 것과 후반전에 해야 할 일을 준비하기 위해 다양하게 '점'의 경험을 만들어 가라는 것입니다.
뒷이야기1 >>>>
"회사는 사랑하지 않는 것이 좋다. 퇴로를 미리 계산해두지 않는 것이야 말로 잘못이다."
-소노 아야코-
이미 후반전이 시작된 마당에 조금 초조하기는 하네요. 이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정확한 계획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의 길이 막히더라도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게 즐거운 일을 많이 해보고 있어요.
뒷이야기2 >>>>
요즘 드는 생각은 회사에서 정년이 더 이상 많이 남지 않았다는 느낌입니다. 그래도 회사가 나가라고 하는 날까지는 버텨볼 작정입니다.
저는 돈 안 되는 취미가 여러 개 있어요. 회사에서 나가라고 하면 그냥 취미 활동으로 마음을 정비할 수 있을 정도의 것이에요.
이런 것들이 인생 후반부의 경제활동이 될 수 있을지 아직은 모르겠어요. 그런 순간이 아직 안 와서 그런지 아직 재미로만 하는 취미로 유지되고 있어요.
주의할 점은 회사에서 취미 생활을 되도록 비밀로 하는 것이 좋아요. 신입사원 때 점심에 혼자 토플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부장님이 지나가면서 "왜? 더 좋은데 이직하게?" 저는 그 회사를 잘렸습니다.ㅜㅜ 물론 토플 공부 때문은 아니었겠지만요. 회사에서는 일 말고 나머지는 다 조심, 비밀유지! 말 아끼고, 동료들과 거리두기 하는 것이 오래 살아남는 비결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