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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인미D Jan 01. 2024

62.사소한 생활의 완성은 하나의 예술

<한방의 성공보다 매일의 소소한 성취감>


 미루기에 대한 화두는 내 다른 글에서 자주 다루었지만 미루기 행태의 또 다른 원인을 마주하게 되며 다시 뻔한 주제의 글을 쓰게 됐다. 이 글을 읽는다고 미루는 습관을 당장 바꾸기는 쉽지 않겠지만 생활 속에서 몇 가지는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어 방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이 생각을 정리하면서 다시금 미룸과 게으름을 사전에 막기 위한 일상의 규칙을 재검토하게 됐다.

행동의 흐름을 바꾸는 간단한 루틴을 통해 올해도 부지런한 생활을 잘 유지하려고 한다.



 나는 최대한 많은 일들을 미루지 않고 늘 미리 하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게으름과 미룸이 발생하는 근원적인 이유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타고나길 늘 부지런한 사람은 없다는 것이 위로가 될지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보며 어떻게 그렇게 부지런하게 모든 것을 해내는지 신기하게 바라보며 부러워하기도 한다. 그러나 부지런함은 재능이 아니니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몇 가지 스킬을 이용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도 나는 스스로 게으르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나를 부지런하다고 인정하는 건 나 자신이 아니라 주변의 의견일 뿐이다.)


나도 늘 게을러지는 나와 싸우는 중이다.

아무리 부지런하게 보이는 사람들도 항상 게을러지는 자신을 경계하며, 매 순간 이겨낼 뿐이라고 생각한다.

부지런함과 게으름의 차이는 그 싸움에서 행동하냐 주저앉냐의 차이일 뿐 누구나 같은 고민 속에 있다는 것이다.

나도 게으름 때문에 주저앉을 때가 있다. 그러나 많은 부분 행동으로 이어가기 때문에 크게 보면 부지런해 보이는 포지션을 유지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게을러지고 어떤 일을 미룰 때 자세히 관찰한 후, 다음에는 그런 흐름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 왔다. 

나에게는 게을러지지 않을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척척해내는 것은 아니다.

한 두 가지 정도는 귀찮아서 패스하거나 미루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많은 것들은 해냄으로써 생활의 전반을 부지런해 보이는 형태로 유지하고 있다. 한두 개 정도는 누구나 미루거나 스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연스럽고 아주 인간적인 모습이니 괴로워할 필요가 없다.

정말 부지런한 사람들은 이 사소한 한 두 가지 스킵에 대해서 스스로에게 관용을 베풂으로써 정신적으로 여유를 갖고 생활의 융통성을 유지한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겠다는 결심만큼 비현실적인 생각이 없다. 그렇게 될 수 없으므로 결국은 실패는 실망과 포기로 이어지며 많은 것들은 다시 게으름의 흐름으로 연결된다.

오히려 부지런한 사람은 100% 완벽을 목표하지 않는다. 몇 가지는 가볍게 흘려버려도 좋다.


 미루는 원인 중 하나는 '게으름의 관성효과' 때문이다. 

우리는 한가할 때보다 바쁠 때 더 많은 일을 미루지 않고 해내기도 한다. 예를 들면 평일에 출근전이나 퇴근 후에 운동이나 공부를 하겠다는 계획은 주말 내내 뒹굴 거린 후 운동해 보겠다는 결심보다 쉽다.


 사람의 행동에는 관성이 있다. 

주로 무의미하고 쾌락적인 일들이 관성이 있다.(TV, 유튜브, 넷플릭스 시청 및 SNS하기, 술 마시기 등이 포함)

대체로 안타깝게도 어렵고 재미없는 일들은 생각보다 관성이 없다.(독서, 공부, 운동, 글쓰기, 명상 등)

책 읽기에는 관성이 없으므로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일정 시간을 정해서 행해야 하지만, 텔레비전 시청은 별다른 노력 없이도 멍청하게 보고 있으면 관성적으로 하루를 날리기 좋다.


 관성이 발생하는 활동은 주로 뇌와 근육을 움직이지 않는 단순 행동일 경우가 많다. 독서는 뇌 활동을 적극 개입시켜야 하며 공부와 독서는 운동만큼 많은 신체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즉 지치기 쉽다는 것이며 관성이 발생하지 않는 활동이므로 의식적으로 노력하여 접근해야 한다.

이런 신체가 지치기 쉬운 일들은 관성이 생기지 않으니 활동을 지속해 가면 자연스럽게 휴식을 원하게 된다. 그래서 이런 활동(공부, 독서, 운동) 중에는 수시로 딴짓을 유발하며 기회만 있으면 그만하고 싶은 것이다. 운동도 근육(신체에너지)을 쓰므로 독서와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


 주말아침 눈을 뜨고 오늘 하루를 아주 알차게 보내고 싶다고 결심을 한다. 그 상황에서 핸드폰을 열어서 SNS를 보다 보면 오전이 끝나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재밌는 일들은 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신체 에너지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활동이라 그저 누워서 멍 때리면 게으름의 관성이 발생해버리고 만다. 이렇게 누워있다가 갑자기 결심을 하고 운동을 하러 간다면 정말 의지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 게으른 관성을 깨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나는 아예 그런 상황조차 만들지도 않는다.


그래서 주말아침 눈을 뜨자마자 다른 생각은 안 한다. 무조건 옷을 갈아입고 골프연습을 하러 간다. 운동이 끝나면 도서관을 갔다가 집에 와서 글을 쓰고 독서를 하는 순서가 이어진다. 늦잠은 절대 자지 않는다. 늦잠을 자는 순간 모든 흐름은 무너진다. 그러니까 이 계획은 아침부터가 아니라 전날 밤부터 시작된다. 10시에는 자야 가능한 계획이다. 원래 사소하고 쉬운 모든 행동에는 사전 준비가 철저히 수반되어야 한다.

남들이 어떤 일을 아주 수월하게 하고 있다면 그 뒤에 얼마나 많은 준비와 연습이 숨어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쉬워 보일수록 사소해 보여서 지속적으로 해내기 힘든 일들이다.


 이렇게 오전을 하나도 낭비하지 않았으므로 만족이 크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낮잠도 자고 조금 느긋하게 쉬면서 보내기도 한다. 할 일도 다 하고 휴식도 완벽한 하루다.

얼마 전 주말 아침, 골프를 안치고 여유 있는 아침을 보내며 글도 쓰고 요가도 하고 책도 읽으려고 했다. 그러나 느지막이 일어나서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보다 보니 하루가 끝나있었다. 느긋하기는커녕 계획한 일들은 하나도 하지 못했다.

그날 깨달았다. 주말 아침을 느긋하게 보내는 것은 결국 게으르게 아무것도 안 하는 관성에 빠지게 한다는 것을. 쉬면서도 숙제 미룬 아이처럼 안절부절 불편했지만, 넷플릭스를 보는 내내 내 손은 그걸 멈추지 못했다. 

오히려 아침부터 분주하게 많은 것들을 완료한 뒤 오후를 맞이할 때 느긋한 마음으로 휴식을 즐기기 쉽다.


 어떤 일을 미루는 게 습관인 경우는 대체로 미룰 만큼 여유시간이 많고 한가하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그 일은 아예 못하는 상황일 때 우리는 미루지 않는다.

이것은 마감효과라고 불리며, 벼락치기가 최적화된 사람이라고 해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많은 일들은 급하게 해 버릴 때보다 미리 여유 있게 해낼 때 그 퀄리티와 지속성에 있어서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벼락치기가 습관인 사람은 지속적으로 어떤 일들을 이어가지 못하며 매번 많은 일들을 마지못해 해 버리는 일회성 형태로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급하게 했던 일들에서 만족과 보람을 찾기 쉽지 않다. 그저 해치우고 손에서 털어버리고 싶은 불안감만 있을 뿐.


이렇게 끝까지 미루는 벼락치기를 안 하게 하는 방법은, 마감일까지 그 일을 할 수 있는 유예시간을 주지 않는 것이다. 그 일은 지금 당장이 아니면 아예 하지 못하도록 마감 시간 전까지 그 사이에 몇 가지 일들을 촘촘하게 끼워 넣는다. 데드라인이 남았지만 그 일은 지금 당장 해야 한다. 끼워놓은 몇 가지 일까지 하기 위해 미룰 여유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다른 일을 모두 마무리하고 운이 좋아 마감전에 시간이 좀 더 남는다면 그 일을 한두 번 더 체크하여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대체로 나는 많은 일들을 미리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세팅해놓다 보니 신기하게 마지막에 늘 시간이 남게 되었고 마감전 몇 번씩 더 검토하며 업무의 성과나 생활의 완성도를 높여올 수 있었다.

미리 하게 되면 오히려 시간이 남는다는 진리. 

그리고 쫓기는 마음 없이 하게 되니 모든 일들의 퀄리티는 오히려 좋다. 마감에 쫓기는 마음일 때 늘 실수 투성이거나 놓치는 것이 많다.


 관성이 작동하지 않는 귀찮은 일들은 성취해 낸 경험이 많을수록 좋다. 

미룸에 대한 죄책감과 하루를 낭비한 속상함을 잘 기억하여, 어떤 귀찮은 일들을 해낸 순간의 보람과 성취감을 비교해 보는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을 해낸 기쁨보다, 하기 싫은 것을 꾹 참고 해낸 만족감은 더할 수 없이 크다.

하기 싫은 일들은 시작 전에 큰 에너지가 필요하다. 골프 연습을 하기 싫지만 막상 해보면 재밌고, 독서를 하기 귀찮지만 읽다 보면 집중하게 되며, 요가하기가 싫을 때도 수련이 끝남과 동시에 얻게 되는 그 이너피스를 기억하면 귀찮은 일들 끝에 얻게 되는 만족을 예측할 수 있다. 

막상 하면 꽤 할만하다는 것이다.

귀찮아서 안 하고 미룬 정신적인 에너지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 안 하는 상황에도 우리는 마음의 에너지를 소비한다. 그냥 그 힘을 귀찮은 일을 하는 것에 쓰는 것이 효율이다.

이런 만족에 대한 기억은 게을러질때 그 일을 하도록 내 몸을 움직이게 한다.



사소한 생활의 완성에서 얻는 기쁨은 인생의 큰 성공보다 중요하다.(대박 성공만 꿈꾼다면, 그건 갑자기 오지 않는다. 이런 사소한 생활의 정리에서 서서히 눈에 안 띄게 올뿐.)

어렵고 귀찮은 상황을 해내는 생활을 유지하면, 인스턴트적인 만족을 지연하는 힘이 있다. 

이렇게 독하게 스스로를 다잡아도 가끔은 미루는 일이 발생하긴 한다. 스스로 참 인간적이다 생각하자. 그럴 때 자학해 봤자 얻을 건 없다.

그렇게 빈틈없이 소소한 일상을 유지하는 모습은 한 편의 깔끔한 예술작품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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