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이 2배가 되는 마법>
드디어 고대하던 토요일이 되었다. 금요일 퇴근 무렵 설렘이 시작된다.
주말 오전을 늦잠으로 날려버리고 싶은 사람은 없다. 토요일 새벽부터 계획한 일을 차곡차곡 채워 넣어 하루를 후회 없이 보내고 싶다.
매주 맞이하는 주말이니 방탕하게 하루를 날려버리는 것도 한두 번이다. 무의미한 시간이 매주 반복되면 상당히 현타가 온다. 평일에 돈 벌러 가기 위해 주말에 오로지 쉬거나 놀기만 하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아침 일찍 일어날 것과 이번주에는 정말로 성실한 주말을 보내겠다는 결심을 한다.
사실 이 계획은 토요일 아침에 눈을 뜨기 위한 '강력한 의지'만으로 시작되는 것만은 아니다. 그러니 의지박약이라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
본디 성실한 주말의 시작은 '금요일 저녁'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서 성공 여부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아마 다들 토요일 아침, 이른 기상으로 성패가 결정된다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게 늦잠을 자버리고 일어나 자기혐오에 빠져 하루를 또 허비해 버리기도 했을 것이다.
원래 본론을 낭비없이 잘 하려면 준비과정이 더 중요하다. 본 게임의 성공은 준비 운동에서 완성된다. (수업 시작전 예습 5분이 전체 수업의 몰입과 완성도를 올리듯 말이다.)
고작 주말 이틀이 뭐라고 '갓생주말 성공'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을까 싶지만, 주 5일 근무 직장인에게 단 하루라도 자기 생활의 의미를 찾기에 꼭 필요한 시간이다.
주말의 이틀조차 원하는 형태로 보내지 못하면 짧게는 일주일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고, 길게는 1년이 지나도 이룬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장기적으로 그렇게 십 년 넘게 시간이 흘러도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일상을 반복하기만 했을 뿐 달라진 삶은 없다고 느껴진다.
우리의 주말은 긴 생을 의미 있는 방향으로 키를 돌리는 소중한 시간이 된다.
고작 이틀이 전체 삶을 달라지게 할 만큼 영향력이 있을까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토, 일 이틀을 1년으로 환산하면 104일 정도가 된다. 1년 중 1/3이 조금 안되지만 꽤 긴 시간이다.
이것이 얼마나 긴 시간이냐면,
대학 강의 한 학기가 15주다. 과목당 30번의 수업이 1년 과정이다.
이 104일은 대학의 한 과목으로 치면 거의 7학기(105회의 수업)에 준하는 시간이다. 시간을 약간 더 투자하면 4년제 대학의 한 과목 기본은 마스터하는 시간인 것이다. 반올림이 좀 있지만 대략 이런 느낌.
막 보낼 수 없는 길고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문학적 표현으로 이해해 주시길...
그렇게 주말만 하는 루틴들을 만들어 본다.
주말에만 하게 되므로 변화는 느리고 더디지만 앞으로 가긴 한다. 그 하찮음을 우습게 여기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제자리일 뿐이다.
그렇게 어제와 다르지 않은 내일과 오히려 뒤처진 10년을 맞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말만의 작은 생활 습관들이 쌓이면 매해 몸이 달라지고 생각이 성장하게 된다.
어떤 것을 해내는 힘은 대단힌 한방의 재능이 아니라 미약한 하루를 쌓아가는 인내일 뿐이다.
다시 주제로 돌아와, 완벽한 주말루틴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금요일 밤이 완전 중요하다.
금요일 밤을 제대로 쉬지 않고 늦게 잠에 든다면 이미 토요일 미라클 모닝은 물 건너간다.
1. 일단 칼퇴를 해야 한다.
다른 날은 몰라도 금요일만은 야근을 피해고 빠른 귀가를 통해 심신을 회복해야 한다.
보통 나는 6시 반 정도에 귀가하여 요가를 하고 식사를 하고 약간의 유흥을 즐기고 이른 수면에 들어간다.
풀타임 8시간을 자고 일어나도 미라클 모닝이 시작된다.
새벽 3시에 자서 토요일 아침 11시 기상하는 것과 전날 10시에 자서 6시에 기상하는 것은 주말의 깊이를 확연히 다르게 만든다.
일단 AM 6시라는 시간을 보는 순간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는 용기와 기쁨이 생긴다.
같은 수면의 길이라도 10~2시 사이에 수면에 들어가 있는 것이 다른 시간대보다 수면의 질과 신체 회복에 훨씬 더 좋다.
5~6시에 일어나 하루를 알차게 보내고 계획한 모든 일을 마무리 지었는데도 아직 12시도 안된걸 봤을 때 희열이 생긴다. 나에게 토요일이 2번 반복되는 느낌.
이때쯤 충전을 위해 낮잠을 자고 일어나면 나에게 새로운 토요일이 한번 더 기다리고 있다.
2회차 토요일은 의미 있는 공부를 해도 되고 부담 없이 신나게 놀아도 좋다. 나는 2회 차에도 놀이&공부를 모두 해내며 자기만족을 채우고 있다.
이도저도 싫어서 그냥 놀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없다. 이미 1회차 토요일을 알차게 보냈기에.
2. 금요일 칼퇴가 어렵다면 9시 전에는 귀가한다.
어쩔 수 없이 야근을 했다면 9시 전에는 집에 와서 간단하게 운동과 식사를 마친다. 유흥은 생략한 뒤 11시 반정도에는 수면에 들어가야 다음날 어느정도 완벽과 비슷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일주일 내내 고생한 나에게 유흥타임을 주고 싶은 유혹이 생기지만 11시 전후로 잠을 자지 않으면 다음날을 통째로 망칠 수 있다. 저녁 시간에는 10분만, 10분만 더 하다가 한두 시간 무의미하게 흘려보내기 십상이다.
어차피 야근으로 심신이 너덜거리므로 의미 있는 일을 하긴 글렀다.
그냥 빨리 잔 뒤 갓생주말을 만드는 편이 낫다. 금요일 밤의 유흥 한두 시간은 내 마음의 위안이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실제론 머리도 몸도 전혀 쉬지 못하는 핸드폰 검색에 빠져있는 경우가 많다.
금요일 밤 몇 시간 유흥은 토요일 24시간을 무너트린다. 아쉽지만 바로 잠을 자야 한다.
휴대폰 내려놓기가 힘들다면 이렇게 외쳐본다.
'나는 대학 나온 지성인이다. 나는 의지가 있는 어른이다.'
역시 완벽한 주말의 시작은 금요일밤의 이른 수면의 시작이 관건이다.
3. 금요일 약속은 주말을 통으로 버리겠다는 의지일 뿐.
갓생주말을 꿈꾸면서 금요일 저녁약속을 잡는 것만큼 멍청한 짓은 없다고 생각한다.
금요일 밤을 온전히 잘 쉬는 것만으로도 토, 일 이틀을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낭비 없이 살아낼 수 있다.
금요일에 약속 없이 부리나케 집에 가는 건 너처럼 인간관계 없는 인간이나 가능하잖아라고 해도 반박은 어렵다. 인정한다.
믿을 수 없겠지만 나에게도 인싸시절이 있었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바빠서 서로 멀어진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중에 남은 사람들은 그럼 언제 만나냐?
고맙게도 이 집순이 인간을 만나기 위해 지인들은 내 회사 앞으로 몸소 점심시간에 찾아와 주고 있다.
이렇게 살면 인간관계 없는 가여운 인생 같지만, SNS로 지인들과 갓생을 공유하면 오히려 응원을 받고 멀리서도 행복을 빌어준다.
사실 남편과 고양이 외에 인간관계는 되도록 담백하고 컴팩트하게 유지하고 있다.
사람들과 엮일수록 나의 소중한 갓생은 멀어진다.
남편과 고양이가 먼저 하늘로 떠나고 혼자 남을 인생에서 믿을 건 '완벽하게 짜여진 나의 하루'뿐이라고 생각한다. 펫로스(이전글에 남편도 일종의 반려인간이라 생각한다고 했었다)는 타인의 위로로 희석되기가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남이 아니라 나를 통해 위로를 찾는 것이 빠르다.
나의 하루를 완성하는 일상을 쌓아가며 그리움과 슬픔을 순간순간 잊도록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멀쩡하게 살아있는 남편을 두고 미리 고민해 본다.
4. 수면루틴 만들기
꼭 주말 시작에 앞두고 하는 일은 아니며 매일 반복한다. 잠에 워낙 이슈가 많아서 술, 아로마, 호흡 등 여러 가지를 시도해 봤다. 최근에 술을 딱 끊고 셀프 마사지로 꿀잠을 자고 있다.
일단 잠자리에 누워 요가 목침(나무경침)으로 두개골 & 뒤통수(후두하근 중요) 마사지를 몇 분 간 진행한다. 바디용 리파캐럿으로 겨드랑이 쪽 림프와 상부승모근, 흉쇄유돌근을 풀어준다. 마지막으로 얼굴용 리파캐럿으로 미간과 이마, 헤어라인을 롤링하여 푼다. 종종 정수리 부근은 바디용 리파캐럿을 굴려주며 마사지한다. 이렇게 하루종일 컴퓨터와 씨름하며 뭉친 목과 어깨, 머리와 얼굴을 풀어주면 편안한 수면에 들어갈 수 있게 도와준다.
한때는 잠을 못 자서 매일 술을 폭주하고 기절하는 것으로 해결해 왔다. 알코올 중독이 되는줄 알았다.
그러나 지난 몇 달간 술을 딱 끊고 이 마사지를 통해 5분 만에 기절할 수 있게 됐다. 명상과 수면 호흡을 하며 잠들기보다 효과적이다.
우리 같은 사무직종 사람에게는 머리와 목, 어깨를 잘 풀어주는 것이 어떤 운동효과나 수면유도 방법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루종일 뒷골이 땡겼다??' 반드시 자기 전에 후두하근을 풀어줘야 한다.
주말 전날인 금요일 휴식이 망하면 성공한 토요일을 맞이할 수 없다.
억지로 새벽에 일어난다고 해도 금세 피곤하여 능률이 떨어진다. 졸음이 쏟아지고 에너지가 딸려 의욕이 떨어진다.
전날의 늦은 잠자리로 인하여 짧은 수면시간을 거친 다음 날은 상쾌한 하루가 시작되기 힘들다. 토요일을 성공적으로 보내기 위해선 피로없이 산뜻하게 기상할 수 있는 상태다.
뭔가 해보겠다는 의지는 몸이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머리가 편안해야 생기는 법이다.
의지박약인 사람은 어쩌면 신체에 에너지가 많이 부족한 사람이다. 자신은 기질이 활기찬데 게으르다 싶은 사람도 있지만 이 활기참은 성격이나 대인관계와는 상관이 없다. 내면적인 에너지인 것이다.
주변에 조용하게 야망찬 사람들을 떠올려 보면 된다. 겉으로 버려지는 에너지가 아니라 속으로 에너지를 아주 잘 수렴하고 있을 뿐이다.
어떤 것을 해내기 위해서는 '인내와 의지'가 필요한데 이 정신적인 영역에 부스터 역할을 하는 것이 신체 피로도가 없을 때다. 몸이 받쳐줘야 뭔가를 해내고 도전하게 하는 의지가 생긴다.
나는 에너지가 늘 부족한 사람이므로 평소에 최대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으려고 한다.
불필요한 말을 아끼고 붐비는 곳에 가지 않는다. 사람들을 관찰하고 어울리거나 가십 같은 이야기를 듣는 것조차 힘들어서 시선을 차단하고 귀를 닫는다.
회사에서는 활기도 없고 차가운 인간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것(에너지 손실)을 제한한 시간에 업무에 집중하여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일을 빠르게 몰입해서 끝내고 칼퇴를 할 수 있다.(그러나 빨리 끝내는 자에게 더 많은 일이 주어지는 무시무시하고 슬픈 회사의 흐름이란...)
그렇게 몇 년간 같은 사무실에서 일해도 옆 사람 얼굴이나 이름조차 모르는 문제가 발생할 때도 있다. 그러나 부족한 내 에너지를 끌어모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방법이다.
길 가다가 내가 인사를 하지 않았다면 진짜로 못 본 것이다. 바로 앞에 있는 사람도 시각적 피로도를 방지하기 위해 차단하고 있다. 나에게는 앞에 지나가는 사람은 한 무리로 퉁쳐 배경으로 설정하고 한명 한명 세세하게 살피지 않는다.
심지어 화장실 바로 옆 세면대에서 동료가 손을 닦고 있을 때도 거울을 통해 누구인지 살피지 않는다. 머릿속에 다음 할 일을 고민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인사를 못한 점 미리 사과드립니다.
어떤 성공이나 성과를 분해하여 아주 작은 하루를 들여다보면 특별할 것도 없는 작고 미약한 순간의 반복일 뿐이다. 오늘 사소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수십 번 수년간 평생 반복하면 그것이 내 전문 분야가 되거나 꽤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잘하는 취미가 된다.
이런 유익한 글을 쓰고 있지만, 나는 어제(금요일) 야 근 을 했다는 것이 현실.
퇴근 후 회사 근처 술집에서 한잔 기울이는 동료들 모임에 들러 한 시간반정도 맥주 2잔을 마시고 들어왔으며 한심한 나를 달래기 위해 이 글을 첫머리를 쓰고 새벽 1시 넘어서 잤다.
즉 오늘 아침 미라클 모닝은 대 실패를 했다는 것이다. ㅠㅠㅠㅠ (이런 대참사는 자주 일어나진 않음.)
새벽 독서와 아침 오픈런 골프를 패스한 채 이번 주에 러닝 되었던 업무들을 곱씹고 있다. 몇 주간 힘든 프로젝트를 하며 매주 금요일마다 이 말을 반복했다.
"내일 금요일이지??" 아니다 내일은 토요일인 것이다. 일할 수 있는 하루가 사라진채 너무나도 바쁜 금요일을 보내고 있다.
하루하루 무슨 요일인지도 모른 채 달리는 요즘, 아슬아슬하다.
나를 지탱하는 이 루틴들이 무너질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