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주말 시간 붙잡기>
시간에 관련된 책에서 왜 주말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왜 퇴근 후 저녁 시간은 통으로 없어지는가에 대한 글을 보았다. 우리의 뇌는 효율을 위해 한 가지의 사건을 시간의 양(길이)과 상관없이 하나로 요약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주말 아침 쇼파에 누워 TV를 켜고 그 앞에서 밥을 먹고, 전화하고, 간식을 먹고, 뒹굴뒹굴 거리다가 밤이 되면, 그 수많은 사건을 우리의 뇌는 하나로 축소해서 간결한 한 가지의 상황으로 기억한다. TV를 보며 뒹굴거리며 하루를 통으로 날린 단일 사건으로 기억에 남게 된다.
시간을 이렇게 의식하지 못한 채 흘려보내기 싫다면 상황과 상황 사이를 끊어 새로운 일로 들어가게 하는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 학창 시절 1교시가 끝나고 10분의 휴식 후 2교시가 시간 되어 새로운 과목을 공부하듯, 주말 낮, 늘어져 있는 시간을 보내다가 다음의 새로운 일로 전환하기 위해 잠시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
멍 때리고 뒹굴거리며 놀다가 무슨 또 쉬는 시간인가 싶지만, 바쁜 현대인에게 주말에 이 정도의 뒹굴거림과 휴식은 보약 같은 보상이다. 긴장 속에 초조한 평일 시간을 보냈다면 주말에는 데드라인 없이 좀 편하게 늘어져 있어도 좋다.
그 와중에 조금 더 현명하게 쉬자면, 어느 정도 뒹굴거리며 점심 식사가 끝났으면 2교시로 들어가기 전에 쉬는 시간을 가지면 훨씬 효율적이다. 휴식에도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
주말을 대체로 통으로 날리고 후회하는 사람은 뒹굴거리며, 어떤 일을 해야 하는데 라는 짐만 마음에 얹고 그대로 하루를 보내버리는 것이다.
그러기보다는 어느 정도 뒹굴을 만끽한 뒤 낮잠을 한번 자고 오는 것이다. 이때 꼭 잠이 들지 않아도 좋다. 그저 편안하게 마음을 놓고 누워있으면 대체로 스르르 잠이 들어버릴 수도 있다. 잠시 낮잠을 자고 일어나면, 이제 2교시가 시작되고 있다. 아직 몸은 느릿느릿 잠을 모두 털어내지 못했다. 커피를 한잔 마시고, 천천히 요가매트로 올라간다.
살짝 졸리고 멍하지만, 천천히 수련을 시작하다 보면 잠이 깬다. 조금씩 몸에 에너지가 돌기 시작한다. 구석구석 에너지를 채우다 보면 힘이 솟는다. 몸은 무척 힘이 드는데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의지가 솟아나는 신기한 상황이다. 수련을 마치면 맑은 정신과 에너지가 가득 찬 몸으로 2교시를 시작할 수 있다.
청소를 할 수도 있고, 저녁 식사를 준비하거나 다음날 입을 옷들, 쌓여있는 택배 상자 정리하기 같이 해야 할 일들에 손이 가고 몸이 움직인다.
우리가 한없이 늘어져 있을 때 우리 몸은 휴식보다는 더욱더 늘어져 침체되기도 한다. 몸이 침체되니 마음도 의지도 같이 침체된다. 아무것도 하고 싶은 의지가 생기지 않는다.
그럴 때 잠시 낮잠으로 기운을 충전하여 쉬는 시간을 가지고 나서, 몸과 마음을 깨우는 요가를 하고 나면 심신에 다시 에너지가 가득 찬다. 남은 하루를 후회 없이 미루지 않고 어떤 일들을 해 내게 한다.
휴식이 좋긴 하지만, 빈둥댐으로 모든 하루를 사라지게 만들고 싶은 사람은 없다. 우리에게 어느 정도의 빈둥거림만 허용하고 쉬는 시간(낮잠)과 충전 시간(요가)으로 2교시는 활기차게 보내보면 어떨까?
덧글1>
나는 주말 낮잠을 너무너무 사랑한다. 꼭 잠들어야 한다는 압박도 없고 낮시간 편안하게 누워서 교감신경을 안정시키는 것도 좋다. 편하게 호흡을 하면 잠이 오지 않아도 대체로 잠이 든다. 이렇게 잠이 들면 길게 잠들지 않아도 너무 편안하고 개운하다. 마치 힘든 수련 마지막 사바아사나와 같이 맑은 정신으로 깨어나기도 한다.
덧글2>
야근을 하지 않은, 평범한 퇴근 후 저녁시간이 순삭 되지 않는 방법도 비슷하다. 이때는 긴 낮잠을 잘 수가 없어서 우선 귀가 후 무조건 요가를 먼저 시작한다. 피곤하면 피곤한대로, 배고프면 배고픈 대로 늘 최상이 아닌 상황에도 수련으로 그 시간을 버텨본다. 수련을 마치고 잠시 사바아사나를 하고 일어나면 어느 정도 심신의 피로가 정리된다. 그리고 남은 저녁 시간의 일들을 일정대로 진행해 본다. 그래서 대부분 해야 했던 일들을 미루지 않고 마무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