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시간의 소비자가 아닌 창조자를 위해

<글을 쓰고 요가를 하는 이유>

by 전인미D

우리는 대부분 남의 시간을 살기가 쉽다. 회사에서는 나를 잊고 회사의 일을 하며 근무시간을 채우고, 퇴근길에 핸드폰을 보며 다른 사람들의 이미지나 이야기를 읽고, 집에 와서 티브이나 유튜브를 보며 다른 세상을 본다. 내 생각이나 내 시간을 갖기 힘든 시대에 살고 있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글을 쓰는 순간에야 비로소 내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글을 쓰기 위해 잠시 멍하니 머릿속으로 생각을 조합해서 이야기의 연결 구성을 만들어 낸다.

그 이야기를 정리하며 '아~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살았지.' 다시 한번 되새기고 느끼게 된다.


하루종일 내 생각은 들여다보지 못하고, 내 생각을 가지지도 못하고 보내버린 수많은 날들이 많다. 아마 글을 쓰지 않았다면 내 생각이란 돌아보지도 못하고 살아버리고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의식적으로 생각해 봐야 내 마음을 인지하고 알게 된다.


요가를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온몸으로 내 시간을 가지기 쉽지 않은 세상이다. 온갖 미디어에 생각을 뺏겨 흘려보내듯, 내가 내 몸의 시간에 흠뻑 빠져들 시간이 많지 않다. 내 몸으로 무엇을 하고 그 몸의 움직임에서 내 머릿속의 생각을 따라가거나 생각을 비울 시간이 없다.


하루를 마치고 요가를 하는 시간은 몸과 마음으로 나를 느끼는 순간이다. 샤워하면서 물리적으로 내 몸을 느끼는 시간 말고, 내 몸이 능동적으로 움직여 내 몸이 살아있음을 느끼는 시간이다. 육체가 능동적으로 움직이며 정신에도 자신감과 용기가 생긴다.


요가를 하며 몸과 마음에 자율성이 생긴다. 다른 사람의 시간을 사는 것이 아니라 그 수련 시간은 내 몸으로 내 시간을 살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요가에 집중하고 있는 시간은 내가 만든 시간으로 흘러가고 있다.

시간의 소비자가 아니라 시간의 창조자의 느낌이 든다. 그래서 글을 쓰고, 요가를 하고 있다.

내 시간을 잃지 않고 나로 채워 나가기 위해서.


우리는 남이 만들어낸 시간(여러 매체)에 우리의 시간을 쉽게 소비해 버린다. 그래서 그런지 나를 위해 '내가 만든 시간'은 그렇게 많이 남아있지 않다. 우리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기 위해, 모두 각자의 시간을 창조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잘 찾아내면 좋겠다.


타인의 시간에 묻혀 버리면, 오랜 세월이 지나서 나를 만들어 온 시간은 전혀 남아있지 않다. 그렇게 나이를 먹고, 은퇴를 하면 세상과 삶이 허무했다고 여겨질 수 있다. 지금이라도 나를 만드는 창조적인 시간이 무엇인지 고민해 보면 좋겠다.


오랜 시간 동안 나를 만들어 가는 것은 내가 마음으로 겪고 직접 만들어 가는 시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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