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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인미D Jun 13. 2021

17.내가 먼저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

<요가 지도자는 모든 아사나를 잘해야 할까?>



 재작년 12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암밸런스 연습들을 통해 스스로 엄청난 채찍질을 하고 있다. 특히 핀차마유라아사나는 요가의 꽃이라고 불리며 많은 요기(요기니)들이 도전장을 내밀기도 한다.  


 나도 도전장을 던진 지 1년하고 6개월이 넘었는데 아직 한 번을 제대로 서지 못해 봤다. 중간에 허리를 엄청나게 꺾어 몇 번 서 보기는 했으나 그 편법은 허리통증이라는 후유증으로 몇 주간의 고생을 낳았다.

 지속 가능한 수련을 위해 그냥 한번 서보기보다 제대로 중립 척추로 서는 것을 목표로 하다 보니 다시 뒷걸음질 치는 느낌이다. 


 그러나 이게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고 못하는 것이 나의 현실임을 받아 들어야 한다. 그렇게 나를 한심하게 바라보기도 하고 스스로 좌절에도 빠지고 이것이 매너리즘인가 몇 번의 괴로움도 느끼며, 과연 나란 사람은 핀차를 할 수 있는 것인가 고민하며 전반적인 등 뒤를 쓰는 법이나 수련과정을 의심해보기도 했다. 의심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해내고야 말겠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나를 몰아세우며 어둠을 뿜어내는 수련을 해왔다.


 수련을 해 나가는 과정 자체도 소중하게 받아 들어야 했었는데 너무 목표로만 설정해서 나 자신을 원망했다. 얼마나 한심한 마음으로 매일의 수련을 이루어갔는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듯하다. 수련을 거의 회사 프로젝트처럼 운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과와 성과주의, 그 외에는 아무것도 의미 없다는 생각. 


  내가 구루라고 생각하는 요가 스승님들은 매번 그 끝없는 열정과 넓은 마음에 무척 존경을 갖게 된다. 그 사랑은 본인에 대한 충분한 깊이와 사랑이 넘쳐 타인에게 나눠줄 정도의 충만함이라고 느껴진다. 


 요가 지도자는 모든 아사나를 다 잘할 수 있어야 할까? 

 할 수 있는 아사나가 많을수록 수련자에게 알려줄 수 있는 것도 많고 요가 지도자 스스로도 자신에 대한 믿음이 충만하여 나눠줄 에너지와 열정이 풍부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사나를 많이 할 수 있다고 해서 자신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충만하다고 할 수는 없다. 아직 완성된 아사나가 아니지만 그것을 목표로 열심히 자신을 믿고 사랑으로 돌보며 수련을 닦아 나가는, 내면이 꽉  차 있는 좋은 지도자가 많다. (그런 몇 분이 주변에 있다.)


 나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상실한 채 어떤 챌린지 아사나를 드디어 잘하게 된 나에게 그렇게 넘치게 나눠줄 마음이 있는지 모르겠다. 완성된 아사나가 많다고 좋은 지도자라고 불리기 힘들다는 것은 이로써 스스로 느끼게 된다.  


 나는 지금 이 상태에서 몇 달 혹은 몇 년 내로 암발란스 동작을 모두 할 수 있게 된다고 해도 이 마음을 고쳐먹지 않으면 좋은 지도자라고 생각되지 않을 것이다. 내 안에 풍부한 에너지와 사랑, 나에 대한 믿음을 먼저 채우지 않고서 아사나의 성공과 완성만을 추구하는 것은 지도자가 아니라 그저 수련자라는 생각이다. 


 내가 힘들던 시절 요가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렇게 나도 요가를 통해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었다. 혼자 수련만을 열심히 하겠다가 아니라 이런 수련을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나는 목표 완수를 하는 수련에 앞서 나에게 먼저 믿음으로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게 내가 요가인이 되겠다라고 처음 결심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내가 먼저 나에게 손을 내밀어 따스하게 받아주지 못한다면, 내가 타인에게 손을 내밀 수 있을까? 요가 지도자로서 자세의 완성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애정과 믿음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내면에 사랑이 가득 차 넘쳐야 드디어 남에게 나눠줄 사랑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나를 먼저 믿는 스스로의 수련을 동반하면 타인에게 나눠줄 에너지는 자연스럽게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쉽지 않다. 늘 나를 괴롭히고 미워하고 채찍질하며 정진만 해봤지, 못나면 못난 대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아끼고 사랑할 줄을 몰랐다. 


 그런 스승님들이 있다. 

 어떻게 저렇게 퍼내고 퍼내도 나누고 나눠줘도 마르지 않는 샘처럼 늘 가득 차 있고 온화한지. 그것은 완성된 아사나가 만들어 냈다기보다 스스로에 대한 신뢰와 사랑이 먼저 만들어낸 것이다. 



P.S.

 사람에게는 어떤 곳을 향하는 속도가 모두 다르다. 먼저 앞서간 친구가 시속 3센티로 가고 있어 내가 앞설 수도 있고, 뒤에 오던 친구가 시속 100킬로로 달리고 있어 조만간 나를 스쳐 지날 수도 있다. 

 내 속도가 어떻든 내가 앞서고 있든, 추월을 당하든, 우리는 지금 내가 가는 속도에서 나를 믿고 그저 멈추지 않고 내 속도를 유지할 수 있는 믿음만 가지면 된다. 우리는 모두 다른 속도로 살고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나를 믿고 멈추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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