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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인미D Jun 12. 2021

16.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수련 후 기분이 나아지지 않아도 괜찮아. 그럴 때도 있더라고.>


 SNS에는 요가 수련의 정신적 효과를 표현하는 짤이 많다. 요가수련 전의 스트레스로 쩔은 모습과 요가 수련 후 행복에 흠뻑 빠진 모습으로 묘사 되고는 한다. 대체로 요가 수련을 하고나면 기분의 전환이 일어나고 마음이 차분하게 정돈 되기는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일어난다. 이런 소셜 이미지를 볼때마다 수련 후에도 괜찮아 지지않는 나의 상태를 심각하게 고민할때도 있었다.

내 수련에 집중이 부족했던가? 수련 후 충분한 사바아사나를 하지 않았던가? 어떤 아사나의 완성도나 수련이 모자란 걸까? 혼자 수련했던 것이 문제일까?


 충분히 집중을 했던 수련임에도, 그 날 보냈던 하루가 너무 힘든 시간들이었다면 바로 기분의 전환이 일어나기는 어려웠던 적이 많았다. 내가 부족하거나 수련이 잘못 되어서라는 생각을 조금 내려 놓기로 했다. 사람이 로봇처럼 바로 온오프가 되는 존재도 아니고 수련 한 시간으로 기분을 완벽히 바꿀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기계 아닌가. 


 인간이기에 기분의 잔상이 남아있다. 좋은 수련을 마치고 나도 그 하루동안 쌓인 지치고 무거운 기분을 바로 바꿀수가 없다. 

 수련을 거쳐 불쾌한 감정을 무로 없애는 것이 아니라 평온한 상태를 향해 아주 천천히 움직여 간다는 것이다. 

 요가는 불편한 감정을 제거하여 기분이 급격히 바뀌는 것이 아니라 바뀌는 기분을 향해 움직이는 속도라고 느껴진다. 


 사실 전혀 수련을 거치지 않으면 기분이라는 것이 때로는 달라지지 않을 때도 많다. 물론 기분을 전환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용도로만 수련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우리는 수련을 통해서 그 기분의 변화라는 흐름을 느껴볼 수 있다. 우리 스스로 마음을 달래고 다스리는 방법을 알아갈 수 있다.  


 세상 속에 살면서 우리는 원하지 않아도 외부로부터 자극과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 모든 순간에 일일이 반응하여 나를 잃기보다 하루가 끝난 시점에는 적어도 내 마음을 평온의 지점으로 데려올 수 있으면 다음날 하루를 새롭게 시작하기 좋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우리의 몸과 마음은 어디로 치우친 곳이 아니라 저울의 '0'점(영점)을 만들듯이 중간점을 향해 조절해 나가면 좋겠다. 마음의 영점을 찾지 못하고 매일 괴로움이 쌓여만 갈 때 우리는 번아웃과 우울로 향해갈 수도 있다.  


 그렇기에 퇴근 후 저녁 수련은 영점 만들기를 위한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그 순간 당장 기분이 나아지지 않아도 수련으로 전환 스위치를 누른 뒤, 저녁에 해야 할 일들을 하고 휴식을 취한 뒤 숙면을 취하고 다음날이 되면 내 마음은 영점 상태가 되어있다.

 그렇게 스트레스와 분노가 다음날까지 누적되어 있지 않고 그날의 화는 밤이 지나는 순간 사라지도록 요가 스위치를 작동시킨다. 


 그럼에도 여전히 SNS의 수련 전후 기분차이를 보여주는 이미지들에 의아한 기분이 들기는 한다. 거의 요가가 종교며 맹신하는 어떤 이념인 듯 보여주는 듯하기에..

 그런 이미지를 접한 뒤 요가를 만난 사람은 본인에게 일어나지 않는 정신적 변화나 현실에서 나는 무엇이 부족한가 좌절을 느끼기도 하고 요가를 오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소셜에서 보이는 단편적인 이미지들은 그저 아주 극적인 요약정도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기 그지없다. 


 요가 수련을 통해 일어나는 마음의 변화는, 형광등을 켜고 끄는 즉각적인 전환이 아니라, 천천히 동이 터서 날이 밝아오듯, 수채화가 번지듯, 나도 모르게 서서히 그리고 천천히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참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고 나서야 내 마음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수련 후에 바로 괜찮아지지 않아도 괜찮다. 서서히 스며들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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