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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인미D Jun 09. 2021

15. 위로의 요가

<말 한마디 위로대신, 요가 에너지를 나누며..>


 요가 지도자 과정을 이수하였지만 강사생활이 아닌, 여전히 직장생활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생활적인 것에서 달라진 점은 별로 없다. 다른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스트레스를 받고, 야근도 한다.

 다만  힘든 나의 하루 끝에는 혼자 하는 수련을 통해, 지친 나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시간이 있다. 나만 느끼는 하루의 이 작은 수련시간 이외에는 적혀 요가적인 삶을 살아내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조금 달라진 점이라면 회사에서 사이가 안 좋은 동료와 미팅 전에 미리 호흡을 통해 긴장을 조금 내리고, 화나는 일이 있을 때 참선 호흡으로 잠시 마음을 정리한다. 

 일상에서 나를 위한 요가적인 작은 순간들이 추가되었다. 회사에서 요가를 하는 모습을 전혀 들키지 않고 몰래 요가적인 삶을 실천하는 짜릿함도 느끼기도 한다. 


 최근 힘든 시간을 보내는 직장 동료와 주말에 만나 공원에서 요가를 함께 했다. 그 친구에게 밥 한 끼, 커피 한잔의 수다보다는 새로운 시간을 나눠주고 싶었다. 사실 나도 함께 힘든 시간을 보내는 시기라 나에게 요가의 에너지를 나눠줄 힘이 있을지 걱정을 하기는 했다. 처음 요가를 접한다는 동료는 수줍게 요가에 응했고 우리는 그 시간, 최선을 다하여 하늘과 나무와 산들바람 속에서 각자 수련의 에너지를 채웠다.  


 나는 그 친구에게, 그 친구는 나에게, 그리고 자연은 우리에게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었고, 불 필요한 감정의 덩어리를 씻어 주었다. 오랜만에 자연 속에서 정신의 기운을 회복했던 시간이었다. 요가적인 에너지가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은 기우였다. 요가를 시작하자마자 엄청난 에너지가 나를 감싸 정말 이 친구를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 찼고, 수련이 끝날 무렵 오히려 내가 치유되는 시간이었다. 


 "요가는 혼자 수련해도 나를 충만하게 하지만, 이렇게 다른 사람과 나누는 시간도 엄청난 치유와 회복을 경험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루하지만 나의 작은 에너지라도 누군가와 나누고 힘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었는데, 오히려 내가 채워지고 충만했던 시간이었다. 


 누군가를 돕고 싶다면 말 한마디, 식사 한 끼로도 위로를 건넬 수 있다. 하지만 마음을 위로하고 심신에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요가가 나에게 있어서 더욱 고맙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어쩌면 언어의 대화보다 몸으로 에너지를 채워 주는 이 시간은, 우리를 치유하기 위해 더 필요한 시간이 아니었나 싶기도 했다.


 위로의 말 한마디 대신, 오래오래 남는 위로의 요가를 나누며 힘든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힘을 줄 수 있으니 오히려 내가 위로를 받는다.


  힘들 때는 몸을 움직이라고 한다. 몸을 움직여서 아사나 수련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머리가 비워진다. 해야 했던 말들도, 하고 싶은 말도 모두 사라지고 조용한 침묵만이 남게 된다.

  요가 수련을 해나갈수록 불평의 말들이 줄어들게 되었다. 말을 해야 할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고 굳이 입밖의 언어로 만들 이유를 찾지 못한다. 

 그저 힘든 순간들을 이겨내는 나만의 침묵의 힘을 키우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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