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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인미D Jun 08. 2024

82.생활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예민보스일 수밖에

<겉=평화 & 속=전쟁>


몸이 편하면 마음이 불편할지도 모른다.

반대로 몸이 좀 고생스러울 때 마음은 편해지기도 한다.


무슨 말이냐 하면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있을 때, 몸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 몸이 편하게 대기 모드로 세팅되어 있다.

그러나 마음은 어떤가? 신체가 대기전력 모드면 마음도 대기 상태여야겠지만, 사실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다.(아우 아까워. 실적 없이 버려지는 정신 에너지)

왜냐하면 언젠가는 그 일을 해야 하고, 미뤄봤자 일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며, 마음속으로 부담만 가중되기 때문이다.


할 일을 지금 하든, 미뤘다가 하든 어차피 마음의 에너지를 써야 한다면 그냥 빨리 해버리고 불필요한 정신의 에너지를 아끼는 편이 낫다.


이게 내가 미루는 것을 싫어하는 이유다.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미루는 내내 불편하고 정신적으로 부담이 된다.

당장 처리해 버린다면 생각보다 간단한 일이 될 수도 있지만, 미루다 보면 그 일이 점점 부담되어 결국엔 시작도 전에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시작도 안 하고 상상만으로 많은 정신 에너지를 쓰며, 해야 할 일들을 더욱 부담스럽게 만드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항상 무엇이든 마음에 부담이 되기 전에 몸부터 움직이면 생각보다 별일 아니게 끝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새로운 일을 하기 앞서서 너무 깊이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냥 해버리는 게 중요하다.

별것도 아닌 일들은 머릿속으로만 저울질하면 이상하게 확대 해석을 하고 몸이 멈칫하게 된다.

실제로는 고양이 덩치처럼 작은 일이지만, 상상만 하고 있으면 그 두려움의 크기는 호랑이만큼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생각을 최소화하고 몸이 먼저 움직이면 짐처럼 쌓인 숙제가 없다.

모든 일을 미리 말끔하게 처리하여 생활을 안정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아 보면 꽤 삶이 만족스럽다.

그래서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딜레이다.


미리 모든 것을 변수 없이 진행하기 위해서 속으로 늘 신경을 곤두세워 놓치는 것들을 체크해야 한다.

일상의 안정을 위해 정신이 아주 날카롭다.

생활이 정돈되고 놓치는 것 없이 세팅되기 위해서는 성격이 까다로워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미리 해서 성격이 예민해지는 게 올바른 선택인가 고민 속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미룬다고 성격이 유해 지는 건 아닌 듯하다. 미룸을 잠시 상상해 봤는데 발생가능성에 대해 그리다가 이미 느긋은커녕 가만히 있는 순간이 지옥이 되었다.

미뤘다가 발생하는 문제는 나를 더욱 미치게 할 것이다.

느긋함도 성격이 받쳐줘야 누릴 수 있는 여유라고 생각한다. 조금 넉넉하게 상황을 받아들이기에는 내가 너무 속이 타서 안된다.

일단 하고 해치워버리는 것이 제일 나에게 맞는 선택이다.


“언니 이제 제발 좀 쉬어~”

예전부터 주변 사람들이 워워~ 많이 말렸다. 그러나 나는 멈출 수가 없다.

“안돼, 쉬면 마음이 너무 불편해.”

제발 미리 좀 할 수 있게 내버려 둬. 날 막지 마~


그저께 수업을 마치고 선배 언니와 여유라는 주제의 짧은 대화를 했다.

매주 수업 후 내가 너무 정신없이 뛰어나가기 때문에 조금 여유를 가져보라고 했다. 

좀 늦으면 어때라는 배짱.

“제 평생 한 번도 지각 안 해봤어요. 지각하면 너무 괴로워서 차라리 미리 가요. 늦을 것 같은 변수까지 계산해서 움직이거든요. 변수가 생겨봤자 정각에 도착하고, 변수가 없으면 상당히 일찍 도착해요.”

“네가 그러니까 늘 마음이 여유가 없고 힘들지.”

“노노 이러는 게 제가 편해서 그래요. 안 그러면 더 힘들다니까요. ㅋㅋㅋ”


내가 나의 뒤쳐짐, 지각, 미루는 행동을 보는 게 괴롭다. 그냥 미리 하고 빨리 내 마음속 투두 리스트에서 없애 것이 나에게 여유다. 여유의 관점이 다른듯하다.

남들은 내가 여유롭지 못해 보이겠지만, 다 해놓고 마감 직전에도 늘 같은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남들은 놀다가 막판에 벼락치기하느라 분주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같은 속도로 조금 미리 빠르게 가는 것. 벼락치기가 더 괴롭지 않나요??


나에겐 벼락치기를 할 폭발적인 에너지가 없으며,

마감 직전까지 무엇을 미루며 안하고 지켜볼 정신적인 강단(?)이 없다.

그래서 늘 미리 움직이고, 꾸준히 해내는 일상을 선택할 수 밖에.



이런 삶을 위해 늘 휴식을 최우선으로 선택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친구가 없다. 쉬는 게 우선이라 친구를 만나서 놀 시간이 없다.

혼자 쉬어야 하니 혼자 놀 수 있는 취미를 개발하여 일상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혼자 논다고 밋밋한 유튜브쟁이는 아니라는 말~


사실 혼자 노는 게 제일 재밌잖아요?

어떤 것 하나 특출나진 않지만(이 부분이 상당히 안타깝다. 노력에 비해 크게 재능이 없다.), 대부분의 것을 평균적으로 다양하게 잘하는 것으로 삶의 만족을 더하고 있다.

평균값의 취미 활동이 여러 가지 갖게 되면 굳이 남을 만나서 놀아야 할 필요가 없다.

상당히 사회성 떨어지는 발언인지 모르겠지만 40대가 되니 더욱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남에게 기대기보다 나 혼자서 잘 서는 사람이 결국은 자신의 인생에 만족도가 높다는 것을.


게다가 나는 많은 사람과 두루두루 친하게 지낼 성격이 못된다. 

많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 기쁨이기보다 힘든 노력이 될 뿐이다. 나는 그래서 혼자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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