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00.외로움의 관리

<외로운 건 병도 아니고 부끄러운 것도 아닌...>

by 전인미D

외롭다고 하면 사는 게 한가하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외로운 건 뭔가 여유 있어 생기는 부정적인 감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안 한가해도 외로울 수 있다.


그러나 대체로는 한가할 때 더욱 외로운 감정이 증폭되는 건 사실이다.

남는 시간을 여유가 아닌 시간의 방치라는 개념으로 지내고 있다면 더욱.

왜냐하면 나의 존재가치가 무의미하고 스스로가 하찮게 느껴질 때 주로 이런 감정이 생긴다.

“세상에 오롯이 혼자 있는 느낌, 외롭다.”

(너무너무 잘 나가는데 주변에 진실된 인연이 없어서 외롭다는 감정은… 좀 흔치 않다. 있다고 해도 우리 주변엔 없다. 일단 너무너무 잘 나가기가 어렵다.)


보통은 불안과 못남을 마주할 때 외로움이 찾아온다.

나조차도 내가 뭐 하는 인간인지 이해를 못 하겠고 세상에 유의미한 존재도 되지 못한 상황에서 본능적으로 느껴진다.

스스로 나의 의미를 못 찾으니 타인이라도 나를 의미 있게 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 곁에 누구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바라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를 빛낼 수 있는 건 남이 아니다. 결국은 내가 그 의미를 찾아야 한다


억지로 바쁨 속에 밀어 넣어 외로움을 꾹꾹 누르고 숨기고 살라는 건 아니다.

통감과 마찬가지로 외로움 감각 레벨도 강렬하게 느끼는 사람, 적게 느끼는 사람, 거의 느끼지 않는 사람 다양하다.

외로운 건 병이 아니니까 숨기고 억누를 필요가 없다. 나약한 것도 아니고 무능한 것도 아니다.

외로움은 살다가 느껴지는 그냥 감정일 뿐이다. 그러니까 어떤 상황에서 외로운 감정이 드는지 이해해 보고 이 감정을 잘 운영할 자기만의 방법을 찾으면 된다.

외로울 때마다 타인에게 기대 흔들릴 순 없다. 그렇다고 방치하라는 것도 아니다.

어디서 길을 잃게 된건지, 내 진짜 욕망이 바라는건 뭔지 찾아야한다.


외롭다는 생각에 빠져 살다 보면 마음이 궁핍하고 존재 가치가 없게 느껴질 수 있다. 그렇기때문에 가능하면 원인을 찾아보고 적극 해결해 보는 게 좋다.

외롭지 않아야 건강하고 만족스러운 일상을 만들 수 있다.


뭐 대단하게 살아야 유의미한 인생은 아니다. 자신이 의미 있게 생각하는 가치를 찾으면 된다.

내가 만족할만한 것들은 아무리 사소해도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주기 충분하다. 그래서 자기만 좋아하는 소소한 취향과 취미가 많으면 좋다.

경제력을 잃을 때를 대비하여 돈 안 드는 취미 생활도 몇 개 있어야 한다.


살아가며 일상적인 만족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행복 백만 개보다는 안 외로운 게 중요하다. 외롭다는 건 결국 정서적으로 어떤 결핍이 있다는 것이다.

외로운 이유는 주로 목적을 놓친 채 삶이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때가 자신을 한번 점검할 시간이 된다.

내면의 욕망과 다르게 현실에서 뭐가 결핍되고 있는지.

매일이 바쁜 거 같긴 한데 그 안에서 내 의미를 찾을 수 없고, 나를 잃은 느낌일 때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외롭다는 건 한가해서 하는 소리가 아니라는 거다.

다만 길을 잠시 잃었을 뿐인지도 모른다.

뛰어는 가는데 어딜 향해 뛰는지 모를 때, 내가 어디 서있는지 존재 가치를 나조차도 모를 때다.


여유가 있어도 내면적으로 충만함을 만끽하고 있다면 외로운 느낌이 들지 않으며,

바쁜 와중에도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고 스스로 만족을 채우지 못할 때 외로운 감정이 생긴다.

타인의 인정보다 중요한 것이 자기 스스로 인정하여 만족을 얻는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다르게 내 속에 진짜 빠진 게 있기 때문이다.

남들 보기에 다 가져 보이는 사람도 자신의 욕망과 현실이 다를 때 외로울 수 있다.


외로운 건 타인을 통해서 타개할 수 없다.

외로움을 불식시킬 수 있는 건 나의 행동이 먼저 움직여 의식의 변화를 수반해야 한다. 그 빈틈을 찾아 내 손으로 채워야 한다.


사는 게 허전하고 허망하게 느껴지는 순간.

내가 생각하는 대로 인생이 흘러가지 않는 순간.

세월 속에서 진짜의 내 알맹이가 빠져있다고 느낄 때.

세상이 나를 몰라줄 때 외롭다.

내 옆에 누가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온전히 나를 세우지 못해 내가 흔들려서 외로운 거다.


이럴 때 단 한 명만 나를 응원해 주면 된다고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딱 한 명이라도 내 편으로 만드는 게 쉽지 않으며 아무리 내 편이 있다고 해도 외롭지 않은 건 전혀 아니다.

또한 누가 응원만 해준다고 그 외로운 결핍이 채워지는 것도 아니다.

사랑받고 큰 아들, 딸도, 풍요로운 가정 속에 있는 사람도 외로울 수 있다.

자신이 원하고 만족할 수 있는 충만한 시간 찾지 못했을 때 사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감정이다. 외로움과 주변의 사람수는 전혀 상관관계가 없다.

나 빼고 모두 행복해 보이고 나만 홀로 다른 세상에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은 옆에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나를 잃어버린 때다.


해결책을 늘 바깥에서 찾는 것은 근본적인 방법이 아니다.

사람을 통해 외로움을 불식시키는 건 나쁘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것은 지속적이고 능동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요인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잠시 외로움이 없어진다고 해도 사람이 근본 해결책이 될순 없다.

어떤 상황에도 변수 없이 균일하게 통제 가능한 건 자신밖에 없다.

타인은 언제나 변수 투성이의 통제밖 일이다.

물론 자기와의 싸움에서도 종종 질 수는 있지만 타인에게 내 욕망을 투영하는 것은 얼마나 더 허황된 일인가.


그래서 외로움을 관리하는 방법을 나에게서 찾는 것이 가장 지속가능하며 현실적인 솔루션이라고 볼 수 있다.

아무리 혼자여도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충분히 시간을 채우고 만끽할 수 있을 때 외로운 감정은 잘 생기지 않는다.

타인의 존재가 이 근본적인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외로움은 결국 주변사람에게 의지를 하고 싶은 나약함을 담고 있다. 그래서 사람을 찾아 외로움을 해결하려는 형태로 움직이게 된다.

둘 이상의 복수의 사람이 되어야 안 외롭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주변에 사람이 차고 넘쳐도 외로울 수 있다.

반면 주변에 한 명도 없다 해도 외로움이 잘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의 감정이란 얼마나 가변적인가?

모든 것이 완벽하고 빈틈없이 구성되어 있다고 해도 때때로 외로울 수 있으며, 빈틈 투성이인데도 외롭지 않을 때도 많다.

외로움은 그냥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 중 하나며 아무리 완벽하게 일상이 관리되고 있다고 해도 여러 감정은 오갈 수 있다.

목적과 만족도 있고 목표도 정확하게 나가고 있다 해도 가끔씩 다채롭고 말로 설명 못할 감정이 생기기도 한다. 인간이니까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 모든 방향성이 없을 때는, 모든 순간 내내 외로움이 나를 지배할지도 모른다.

외로움의 반대는 스스로에 대한 만족과 충만이기 때문이다.


내 외로움은 내가 다스려야 한다. 내 숙제를 남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


내가 잘 다스린다고 해도 살아가며 때때로 느껴지는 다양한 감정은 인간으로서 겪을 수밖에 없다.

외로울 때마다 흔들리고 책임지지 못할 돌발행동을 하여 후회할 결과를 가져오지 않도록 평소에 미리 외로움을 케어할 수 있는 다양한 삶의 비책을 마련하는 건 스스로의 몫이다. 취향, 취미가 다 다르므로...


외롭지 않아야 성공한 사람인건 아니다.

외로운 게 무능한 것도 아니다.

외로운 건 유약한 것도 아니고 부끄럽고 한심한 것도 아니다.

어떤 방법을 동원한다 해도, 살아가면서 우리는 가끔 외롭다.

외로운 건 나쁜 것이 아니므로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감정을 무조건 경계해야 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외로움을 느낄 때 더욱 성숙하고 건강한 나를 찾아 나설 수 있다.



외로워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는 무기력과 비슷하여, 신체 에너지를 먼저 쓰는 게 좋다.

몸에 남는 에너지가 머리를 맴돌다 마음으로 넘어갔다. 잉여의 에너지는 당신을 더욱 외롭게 만들 수도 있다.

외롭다면 일단 모든 것을 제치고 신체활동(운동, 청소, 작은 육체적인 실천)을 해야 한다.

목적이든 목표 관리든 나중 일이다.

즉각 반응을 확인 수 있는 건 힘을 빼는 거다.

지금 내 몸에 남는 에너지를 마음으로 다 보내지 않는 게 중요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97.실패를 이해하는 습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