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97.실패를 이해하는 습관

<내 힘으로 실패를 막는 건 어렵지만, 미룰 수는 있지>

by 전인미D

실패를 이해하는 건 연습이 필요하다.

실패라고 말하고 싶지 않지만 실패라고 단어를 쓰지 않으면 주어가 너무 길어지므로, 어떤 것을 아직까지는 못 가진 상태를 우선 실패라고 정의하고자 한다. 하지만 내 생각에 인생에 실패라는 건 없으며, 내가 지속하는 한 모든 것은 과정의 시간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실패가 아니라 아직 획득의 순간에 도달하지 않은 과정의 상태인 거다.


나는 대체로 실패 없이 많은 것들을 손에 쥘 수 있었다고 말해왔는데, 사실 그냥 계속했기 때문에 이뤄낸 것들이 많았다.

엄청난 재능적 인자도, 미친 듯 좋은 머리도 없지만 실패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도중에 멈추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보면 그냥 다 가져온 인생이라고 뻔뻔하게 말할 수 있다.

운 좋고 머리 좋아서 다 가진 것처럼 오해할 수 있겠지만. 사실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겨우 가진 것들이 많다.


우선 과정의 중간 결과가 미획득한 상태를 실패라고 간결하게 명칭을 정하고 이야기하려고 한다.

비록 이 실패를 '과정의 시간들'이라 정신승리 할지라도 어떤 것을 해내지 못한 중간결과를 맞이하면 좌절의 감정이 찾아오게 된다.

이때 실망하고 멈추면 그 일은 실패로 끝난다.

하지만 이때도 과정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마음 가다듬고, 중간 점검에서 패스가 안 됐으니 전략을 수정해 지속하면 결국 이뤄내는 영광의 시간(성공 비슷한 결과)을 맞이할 수 있다.


우리 인생은 노력한다고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없다. 그러니 괜히 고생스럽게 노력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노력이 무의미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게으른 놈들이 자기 합리화하고 다른 사람들까지 하향 평준화 만들려는 계략이니 절대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


사실 노력을 해도 내가 그걸 가질 확률 반 못 가질 확률 반. 성공과 실패의 기회가 반반일 뿐이다.

그러나 노력을 안 하면 그냥 못 가질 확률 즉 실패만 100%이다.

그래봤자 못 가질 확률도 50%나 되잖아라고 반문해서는 안된다. 이 50%는 시간을 들여서 공들여 만들면 확률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연히 얻어걸려 성공한 적, 시간으로 버텨내어 얻어낸 것, 생각보다 우리는 세상에서 많은 성공과 기회를 가졌다. 그러나 우리는 얻어낸 것은 당연해 감사한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그저 못 얻은 아픔만 기억한다.

게다가 물리적인 노력도 전혀 하지 않고, 마음으로만 기도하듯 바라기만 해놓고 얻지 못했다고 좌절하고 세상을 저주하는 객관화가 전혀 안 되는 사람도 많다.

간절하게 꿈꾸는 마음으로만 다 될 거 같으면, 안될 일이 어디 있겠나? 제발 정신 차리고 헛된 망상에서 벗어나 엉덩이 떼고 몸을 움직여 뭐라도 실천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우리가 뭘 하려고 하든 사는 내내 대체로 많은 실패와 마주하며 살아야 한다. 그때마다 무너져서는 이 험한 세상 살기가 너무 두렵고 힘이 든다.

못 가지는 당연한 사실을 받아들이고 정서관리를 스스로 해가는 것이 좋다. 그리고 사실 못 가질것도 없다. 시간을 들이면 언젠가는 다 가지게된다.

비교 안 하면 행복하다는 말… 너무 뻔하고 진부한 표현이다. 사실인거 다 아는데 그게 쉽지 않다.

이미 성취한 사람은 그저 나보다 먼저 출발한 것뿐이다. 좌절할 필요도, 부러워할 필요도 없다.


실패해서 허우적댈 때 차라리 아무것도 안 해서 상처조차 안 받은 사람이 부럽기도 한다. 그러나 힘들지만 그 늪 속에서 벗어나게 되면 상처를 극복하고 새로운 것을 얻어낸 성공의 아이콘이 될 수 있다.

아무것도 안 하면 제자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결국 늪에 빠져들고 만다. 일단 앞으로 가면서 먼저 빠져보고 극복하는 게 낫다. 멈춰있든 달려가든 늪은 피할 수가 없으니까...


실패의 감정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게임처럼 나에게 다중 역할을 주어 멀티 아이덴티티로 만들어가면 된다.

실패를 하나 마주했다 해도, 같은 시간에 내가 해오던 다른 것에서 또 성취를 이루어 낼 수 있다.

우리에게는 단 하나의 사건만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가 몸 담은 이 세계에는 어려가지 일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고, 인생에 단 하나 사건과 목표에만 목숨 걸고 살 수가 없다.


만약 단 하나에만 모든 생을 걸고 있다면 삶의 도전 과제를 꼭 여러 가지로 나눠 분산투자 하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진행하는 인생의 수많은 도전 과제 중에서 겨우 하나 안되어도, 내가 하는 나머지 것들은 상당히 원활하게 잘 진행되고 있을 수 있으니 그 작은 실패 하나가 큰 타격을 줄 수 없다.


사실 말이야 쉽지 하나도 잘하기 힘든데 수많은 미션을 동시에 수행하며 어느 정도 수준으로 해내기가 어렵다. 다들 이런 마음으로 안 하고 있으니 시간이 많다고 생각하고 하나씩 그냥 해보면 된다.

급한 마음 버리고 아주 천천히 다중 미션들을 꾸역꾸역 하다 보면 하나에만 몰빵 할 때보다 서로가 선순환이 되어 대체로 다 괜찮은 결과를 얻기도 한다.


그렇게 하나를 꽤 잘하게 되면 다른 여러 가지에서도 꽤 잘하는 결과를 만드는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전혀 다른 분야라도...

노력과 저력도 습관이라, 성취경험이 많은 사람은 의심을 하지 않는다.

하다 보면 언젠가는 다 된다는 믿음밖에 없다. 해서 되겠어?라는 마음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건 정말 바보다.

인간이 해왔던 일이고, 다른 사람도 했던 일을 우리가 못할 리가 없다. 그게 어떤 분야건 간에 사회적 미션은 신의 영역이 아니다. 안 해서 못했을 뿐 한다면 못할 것도 없다.


게 중에 한두 개 안되어도 또 잘되고 있는 것 서너 개 있으니 좌절의 농도가 짙지가 않게 된다.

망한 건 일단 밀어 두고, 잘되고 있는 것을 향해 "네, 다음 거요~."라고 외치며 지속하고 있으면 된다. 그러다가 밀어둔 망한 것도 생각나면 그때 꺼내서 하다 보면 그게 또 잘 풀리게 되기도 한다.


망함과 흥함이 서로에게 위로와 기회가 되면서 인생은 순조롭게 상쇄되어 흘러가는 거다.

그러나 단 하나의 세계만 만들어 간다면 그 좁은 시야 안에서 실패한 것을 부여잡고 도무지 헤어날 방법도 모른 채 사회를 원망하고 자신감을 상실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세상과 등지는 사람이 많다.


나에게만 인생 미션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남들이 한건 과정의 시간을 알 수가 없다. 그들의 노고가 담긴 시간은 생략된 채 이미 다 가진 결과만 보면 나와 차원이 다른 사람 같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처음도 있고, 실패도 있다. 그들도 이 세상에 아기로 태어났다. 태어날 때부터 완성형이 어디 있겠는가?

상처와 영광을 동시에 겪으며 그저 오늘 할 것을 해왔을 뿐.

먼 미래만 그리면 아득할 뿐이다. 그냥 사소한 오늘 하루를 살아왔을 거다.


엉덩이가 가벼워야 생각도 가볍고 상처도 잘 극복한다. 한자리 짓누르고 있으면 없던 좌절도 생기기 마련이다. 실패나 아픔에 의연해지는 법은 부지런한 생활밖에 없다.

참으로 인생이 피곤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96.높은 곳이 아니라 그냥 자신을 바라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