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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인미D Jun 16. 2022

04.난 누구의 생일도 챙기지 않아

<세상의 시선에 한 바퀴 꼬아서 생각해 보기>


 생일이 뭐 별 건가? 어제가 오늘이고 그저 태어나 살아가는 날의 연속되는, 생애 중에 하루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걸 챙기네 마네 하며, 신경전을 한다는 것이 소모적인 느낌이다. 참 정 없다 생각할 수도 있다. 내 성격이 참으로 차갑고, 살갑지가 않아서 그런 건지 몰라도, 어린 시절에도 타인의 생일을 챙기는 것은 오글거려서 여간 고역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내 생일을 안 챙겨도 상관없고 관심도 없는데 이런 태도로 주변인을 대했다가는 욕을 바가지로 먹으므로 생각이 난다면 형식적으로 챙기긴 한다. 피곤한 일상이다. 이제 40대가 넘어서 이런 기념일은 안 챙겨도 될 줄 알았는데 아직도 살가운 주변 사람들은 내 생일을 챙겨주려는 사람이 있다. 감사하긴 한데, 이미 축하를 받은 나는 상대의 생일에 축하를 외면하기도 참 곤란하다.


 정작 내 생일에는 지나는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일을 하다가 흘려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연히 미역국을 끓이지 않으며, 남편과 생일 선물을 나누지도 않는다. 항상 기념일을 서로 챙기지 않으니 이에 따른 스트레스나 서운함에 대한 신경전은 한 번도 없었다. (사실 남편의 마음은 모르겠으나 나와 비슷하리라 생각한다.)


 평소에 못하다가 기념일을 계기로 한방에 관계를 회복하기보다는 그냥 평소에 별 무리 없는 선에서 잘하기 때문에 굳이 생일 등을 챙기는 스페셜 데이가 필요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주변인들에게 평소에 잘하는 것도 없으면서 이런 말을 하긴 송구하지만, 그래도 폐 안 끼치고 내 위치에서 그냥 남편과 잘 살아가고 있다.


 태어났다는 것은 매시간 죽음을 향해 가는 시간이다. 어린 시절 활기차게 살아오며 온갖 생일파티를 다 해봤고 이제 나이를 먹을 만큼 먹어서 생일이라는 기념일이 그렇게 중요한지 모르게 됐다는 것이다. 태어난 그 해 말고 언제까지 생일을 축하해야 한다는 것인가. 죽음을 맞이하는 해에도 생일 파티는 해야 할까? 내가 가지고 있는 이런 비정상적이라고 여겨지는 생각들은 참으로 사회성이 떨어지는 이상한 사람이라고 욕먹을 상황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이 글을 올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지만, 이곳은 나의 대나무숲)


 생일 축하를 받지 못해 실망하고 슬퍼할 때, 생일이라는 것에 대해 내가 스스로 뭔가를 결심하거나 감사하기보다 주변에게, 타인에게 무엇을 하라는 강요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생일이 소중하다면 스스로 기념하고 새롭게 도전할 일을 하거나 주변이나 세상에 베푸는 실천을 결심하여 태어남과 생명에 감사를 느끼면 좋겠다.

 내 생일이 소중하다고 주변인들에게 안부인사를 챙겨라 선물을 내놔라 강요하는 것은 수동적으로 행복을 찾고 타인을 괴롭히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매번 그렇게 하면서 서운함을 느끼는 본인도 괴로울 것이다.

 

 나는 생일의 기쁨을 타인에게 기대하며 맡기지 않으니 실망할 일도 없고, 오늘도 어제와 다름없는 마음 평온한 일상이 이어져서 꽤 괜찮은 생활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타인에게 어떤 것을 바라는 마음이 많아지는 것은 늙는다는 것이다.

 주도적으로 내가 내 행복과 주체적인 생활을 만든다면 굳이 남이 축하해 주는 말과 선물에 내 기분과 행복이 좌지우지될 필요가 있을까.


 내 감정과 행복을 조정하는 것은 남이 아니라 내 선택이 되었으면 좋겠다. 세상을 살면서 가만히 있어도 남에게 상처를 받는 순간이 많다. 

 그런데 생일의 기분조차 남에게 맡겨야 할까?

 생일이 소중하다면 나를 의미 있게 하는 행동을 내가 만들면 된다. 그렇지 않다면, 생일이 그냥 평범한 하루라고 생각하며 별 의미 부여 없이 그저 어제처럼 해야 할 일을 성실히 해내며 살아가면 된다. 


ps.  내 생일을 소중하게 기념하고 싶다면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태어나고 살게 해 준 세상에 좋은 일을 하나 하면 된다. 좋은 일로 봉사를 하거나 기부를 하면 세상은 아주 조금씩 나아진다.

 타인에게 요구하는 아무 의미 없는 생일축하 인사가 아닌, 내 선행에 대해서 스스로 의미 찾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타인이 정말로 내가 태어났음이 경사스러울까? 이런 꼬인 생각을 한번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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