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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인미D Jul 17. 2022

08.미안, 회사에선 아무와도 가깝게 지내고 싶지 않아

<제발 거리두기 좀 부탁합니다!>


 회사에서 사람들과 사적으로 가까이 지내는 것이 좋은 점이 있을까.

 사적인 이야기는 소문을 타고 떠돌다가 내가 약해져 있는 순간에 그 틈을 비집고 와서 나의 약점이 된다. 그 이야기들이 부풀려지고 왜곡되어 결국은 이상한 형체의 암덩어리가 되어 나를 조금씩 파괴하기도 한다.


 회사에서는 중간의 입장과 중간적인 관계, 튀지 않는 회색 인간이 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느낀다. 그래야 어떤 불상사가 생겨도 그 문제 상황 자제로 나를 판단하게 되지 내 주변의 소문까지 끌어와 나를 바닥까지 내동댕이치지 않을 수 있다.


 내 개인의 패가 많이 노출될수록 상대의 공격 포인트를 많이 생성하는 것과 같다. 신입사원일 때 아직 학생의 풋풋함으로 많은 사람들과 허물없이 대화하고 가까워지기도 했다. 그러나 내 이야기들은 많은 사람들의 안줏거리가 되고 내가 있는 자리에서조차 나를 모욕하는 형태의 질문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내가 없는 곳에서도 내 이야기는 여기저기 떠벌려지다가 그 소문이 돌고 돌아 내 귀에 들어왔을 때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이야기가 되어서 나를 당황시키기도 했다.


 매번 사적인 가까움의 끝은 나에게 공격의 칼날로 돌아왔다. 사회생활에서 사적인 친밀함이 이득이 된 상황은 전혀 없었다.


 일 하기도 바쁜데 이런 정신적인 암투가 있을까 싶지만, 일로써 분노와 이해의 밀당을 하며 여유도 틈도 없이 업무가 부딪히면 사람의 마음에 서로 스크래치를 낼 수밖에 없다. 그럴 때 일에서 생기는 마찰에 개인적인 영역까지 끌려와 2배의 스파크로 튀어, 결국 생채기에 소금을 더 뿌리는 격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동료와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대략의 중립적인 위치로 관계의 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사적으로 밖에서 만나거나 서로 좋은 사람을 소개해주고, 함께 여행을 다니는 친구 같은 동료 관계를 많이 보았는데 결국은 파국으로 치달아 회사 생활에 지장을 받고 불편을 초래하는 케이스를 많이 보게 된다. 회사에서는 극도로 가까우면 극도로 미워하게 되는 일이 꼭 생기게 된다. 


 회사라는 곳에서 일과 보상이라는 이해로 모인 사람들이기에 업무 속에 있으면 서로 매일 사적인 관계를 나누기가 쉽지 않다. 결국 퇴근 후나 주말의 짧은 찰나의 시간에 개인적인 친밀함을 쌓기도 전 매일매일 얼굴은 볼 수 없지만 한 공간에서 해명할 수 없는 소문들이 서로의 사이에 오가게 된다. 그 둘은 만나지도 않는데 그 둘 사이의 이야기는 매일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떠돌게 된다. 직접 만나 관계를 쌓는 시간보다 떠도는 이야기를 베이스로 그 관계가 유지되기 때문에 무척 위험하고 금방이라도 무너질 모래성 같은 상황이 된다.


 모두들 사적인 존재, 자신만의 공간에서 좋은 사람들 일 수 있지만, 회사에 출근만 하면 다들 조금씩 미친 몬스터가 되는 것 같다. 아주 비상식적이고 비일상적인 일들이 회사에서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기도 한다. 그 무서움의 끝판왕은 블라인드(직장인의 대나무 숲 앱)이라고 생각한다. 그곳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이야기는 드라마보다도 극적이라 비현실적인 느낌조차 든다.


 사회 초년생 시절 여러 가지 일을 직접 겪거나, 세월의 흐름 속에 다른 사람들이 겪는 일들을 보아오며 내가 회사에서 일에 집중하며 살아내는 방법이 사람들과 적당한 거리두기였다. 이렇게 거리두기를 해도 이상한 소문은 ‘쟤 왕따 아니냐.’, ‘팀원들과 사이에 문제가 있나.’라는 의문의 소문들이 돌기도 하지만 이런 소소한 소문은 나를 공격하기 전에 금방 사라지는 거품 같은 가벼운 가십이 된다.


 일하기도 힘들어서 겨우겨우 버텨내는 하루들인데 이런 유언비어로 사람들과 마찰하고 정신적인 상처를 받고 싶지 않기에 늘 나에게 너무 밀착하며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마음속으로 외쳐본다. 

‘미안, 회사에서는 아무와도 가깝게 지내고 싶지 않아.’ 그리고 이 회사를 퇴사하는 순간 동료들과의 공적인 관계도 깔끔하게 정리하여 아무도 개인 영역의 지인으로 남기고 싶지 않다. 


 동료들이 개인 sns 친구 요청이 오면 그렇게 당황스러울 수가 없다.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결국은 거절을 누르기도 한다.


 그러니 자꾸 회식하자 술 먹자 저녁에 팀워크 모임 하자는 말씀 좀 지양해주시고 제발~~거리두기 좀 부탁드립니다!!!!!


회사에서 일만 하기에도 벅차서 다른데 쏟을 에너지가 전혀 없다. 공적인 공간에서는 공적인 관계로만 지내고 싶을 뿐.

 우리는 회사에 공동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모였다. 그렇기에 여기서 우정을 쌓거나 친밀감을 만들어 인간미를 나눌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실적을 잘 내는 성실한 직원과 동료로서 각자의 역할에만 최선을 다 하면 될 뿐. 친구는 회사가 아니라 동호회에서 만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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