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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인미D Jun 27. 2022

07.사실은 굉장히 유한 사람입니다.

<대나무 숲의 글을 써내며 내재된 내 '하이드'에 놀라곤 한다>


 누구나 마음속에는 말 못 할 si발 사연이 있다.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내면 사회적으로 매장되거나 못난 놈 취급을 받기에 아주 가슴 깊이 꼭꼭 숨겨두고 산다.


 그런 나의 이야기를 대나무 숲에 풀어내어 글로 쓰다 보니 이렇게 미친놈 같고 까칠한 사람이 있을까 싶다.


 그러나 실상 나는 화를 거의 내지 않으며, (속으로는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만 겉으론 평온) 늘 대세를 따르며(내 주장을 크게 관철시키지 않음)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지내고 있다.(사회생활에서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을 깊이 새기고 있는 스타일)


 이런 대나무 숲의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내 주위에 있으면 그 까칠함과 염세주의에 치가 떨릴 거 같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만나보면 둥글둥글하고 평범하며 사회생활 만렙의 내 모습에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다. 보통 이렇게 유들유들한 사람이 속에 묻어둔 이야기가 많다. 속이 전혀 쏘 쿨하지 않기 때문이다. 늘 나를 죽이고 배려하고, 타인에게 맞추다 보니 속으로는 병이 들고 있어 글로서라도 털어놓지 않으면 곪아 터져 병원으로 치료를 받으러 가야 할 수도 있다.


 그렇게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할 나만의 일기 속에 숨겨야 하는 이야기를 꺼내서 써 내려간 내 비밀 폭로 글들을 보고 있으면, 내가 봐도 이런 성향이 외적으로 드러난 사람과는 인간관계를 맺지 않을 것 같다. ㅋ (하지만 안심해도 좋다. 전혀 티 내고 살고 있지 않다.)


 주변에서 해탈했다는 둥, 달관했다는 둥의 말을 자주 듣곤 한다. 군말 없이 남의 일까지 떠넘겨 받아도 꿋꿋하게 해내고 있을 뿐이다. 그저 이 일을 잘 마무리하겠다는 마음으로 무사처럼 하나씩 쳐내고 있으며 남에게 미루거나 내 일이 아니라고 내팽개치지 못한다. 일을 할 때는 감정을 배제하고 어찌 됐든 이 프로젝트를 잘 끝내야겠다는 생각만 하며 참고 참으며 업무에 매진한다. 이러니 얼마나 속병이 나겠는가?

 평온하게 일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속으로 부글부글 분노가 넘치다 못해 온몸의 피가 마르고 파들파들 양손을 떨고 있다.


 대나무 숲이 없었다면 나는 사표를 던졌거나, 미쳐 돌아버렸거나, 술에 절어 나를 파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누구나 말하지 않지만 이런 시bal 사연 수십 개쯤은 가슴에 품고 살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가슴속 분노는 말로 꺼내는 순간 미친x 되기 십상이니 다들 잘들 숨기고 살아간다. 오늘도 내일도 나는 사회생활 만렙으로 유능한 직원의 미소 지으며 살아갈 것이다. 집에 와서 분노의 키보드질을 하며 세상을 비관하는 글을 쏟아내고 있는 줄은 아무도 모르겠지? ㅋㅋㅋㅋ


 내가 쓴 글을 읽으며, 나답지 않네 라는 생각이 자주 들곤 한다. 정상적이고 젠틀한 지킬박사 같은 겉모습 그 안에 하이드를 꼭꼭 숨기고 오늘도 썩소를 짓고 있다.  

 칼을 갈아 펜을 깎아 날카로운 글을 쏟아낸다. 

 그리고 체기가 해소된 편한 얼굴로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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