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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인미D Jun 19. 2022

06.쉬라는 말에 반감이 생겨

<팔자 좋은 소리 하고 있네? 근데 휴식은 어떻게 하는거죠?>


  대부분 쉬는 걸 빙자한 빈둥되는 것을 휴식, 여유라고 착각하는데 그건 휴식이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수동적으로 시간에 떠밀려 하루를 통으로 날려먹고 잘 쉬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최근 몸살감기로 고생을 하고 있던 중 주변에서는 쉬엄쉬엄 하라는 둥, 너는 휴식이 필요하다는 등의 말을 해주었다. 내가 아프면 사람들은 너 그렇게 무리하다 그럴 줄 알았다, 욕심을 버려라는 조언을 주기 때문에 아픈 것을 가능하면 숨기려고 한다. 

 대부분 나를 염려해서 하는 말이겠지만 나 대신 일해주고, 생계를 책임져주며, 마감에 맞춰 밀린 일을 처리해주며 꿈을 성취시켜줄 것도 아니면서 왜 자기 마음대로 내 고삐를 늦추려는 건지 의문이 든다. (단순 감기가 아주 큰일도 아니고 이렇게 호들갑 떨 일인가 싶은 마음.)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뤄두고 나면, 회복 후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일을 보고 병이 도로 생길 것 같은데. 그리고 아플 때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이 병의 고통을 더 가중시키는 느낌이다. 몸이 아파도 해야 할 일에 집중하고 있으면 잠시 고통을 잊게 되기도 한다. 물론 100% 건강할 때보다는 성과가 덜하긴 하지만 그건 나중에 한 번 더 정정하거나, 더블체크를 통해 부족분을 보완하면 된다.


 몸이 아플 땐 쉬어라? 할 일을 안 하는 것의 핑계를 병으로 합리화시키는 것은 아닐까? 인간에게는 늘 게으름을 정당화시킬 이유가 필요하다. 그게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고 게으름은 인간 본성의 문제이긴 하다. 자기 관리를 잘하는 사람도 태생적으로 부지런한 것이 아니라 매일 게으르고 싶은 자기와의 싸움을 반복해 나갈 뿐이다. (게다가 내가 하는 대부분 일은 몸을 쓰는 것이 아닌 정신노동이므로 굳이 몸을 놀리게 둬야 할 이유도 없다.)


 '너 그러다 훅 간다??'라는 말이 날카롭게 꽂혔다. 대부분 사람들보다 내가 더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것 같은데, 단순히 하릴없이 시간의 흐름에 맡기는 것이 휴식인 건가? 나는 내가 계획한 시간에 규칙적으로 자고, 좋은(좋아하는)것 사 먹고, 영양제 챙겨 먹고 매일 꾸준히 목표한 운동을 하며 철저하게 관리를 하고 있다. 능동적으로 시간을 계획하여 허투루 보내는 짬 없이 살아가는 모습은 전혀 못 쉬는 사람으로 비추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무리하며 살아가는 것처럼 보여도 내가 잘 버텨내는 이유는 규칙적으로 생활한다는 것이다.


 게으름을 온몸으로 흡수해 휴식도, 일도, 운동도 제대로 못 챙기고 퇴근 후 소파에 누워 휴대폰을 보며 정신을 릴랙스 하는 사람과 피곤을 무릅쓰고 운동을 하지만 육체적으로 쉬지 못한 사람. 어떤 사람이 휴식에 가까울까. 후자는 나의 모습이지만 휴식은 아니고 관리라고 생각은 한다. 누워서 뒹굴거리는 것보다 운동을 하다 보면 정신도 좀 쉬거나 정화되기도 한다. 

 이게 남들 눈에도 그렇고, 내가 생각하기도 휴식은 아닌 것 같긴 한데 딱히 안 한다고 뭐가 더 나아지는 것은 없어서 그냥 하는 쪽을 선택한다.


 아니면 나만 모르는 심신이 아주 청정한 상태로 회복되는 특별한 휴식의 비밀이 있는 것일까?

 

사실 전 휴식을 어떻게 하는 건지 몰라요.

 시간이 없다기보다 정말 몰라서 못하고 있다. 심신을 회복하는 휴식의 방법을 알았다면 하루 중에 또 일정 시간을 내어 투자할 생각이 있다. 그런데 정말 쉰다는 것은 뭘까?

 여행? 여행은 나에게 스트레스와 피로를 더 가중하는 활동이라 도전으로 생각하지 휴식으로 여기지 않는다. 나는 휴식을 위해 여행을 가는 것이 아니라 도전이 필요할 때 여행을 간다.


 휴식은 어떻게 따로 시간을 마련해서 만들어가야 하는 활동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일상을 촘촘히 만들어내는 이 모습을 만족하며 살아왔다. 

 따로 휴식의 주간이 필요하기보다 매일 조금 더 잠을 많이 잘 수 있게 하루가 36시간이라거나, 근무 시간이 5시간 이하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휴식을 위한 별도의 기간이 필요하기보다 매일의 시간에서 조금 더 여유 있고 뛰어다니지 않으면서 천천히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는 것이 정신적인 휴식이라는 느낌에 가깝다. 내가 진정 못하고 있는 것은 아무 생각도 안 하는 멍~때림의 시간이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쉬엄쉬엄 편히 살라고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냥 저녁에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하루가 끝나는 걸 보면 딱히 그들도 휴식을 잘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ps. 직장 생활하고 생긴 정말 큰 문제는 성격적으로나 행동적으로 여유는 전혀 없고 늘 조급하다는 것에 있다. 항상 긴장 상태에서 전투를 대비하고 있고 편안한 마음 가짐이라는 것과 마음을 늦추는 것을 못하고 있는 것은 인정한다.

 아픈데도 어떤 일을 하고 나서 생기는 마음은, '멍하니 누워 있어도 아프고, 일을 해도 아픈데, 그 와중에 일을 하며 회복으로 향한 시간으로 다가갔으니 엄청 개이득?'이라는 생각조차 든다.

 내가 바라는 것은 다음날 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와 책임 없이 그냥 하루하루를 부담 없이 하고 싶은 것으로 가득 채우고 싶을 뿐이다. 시간을 비우는 것보다 마감 없이 어떤 것을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이 휴식에 가까운 내가 원하는 삶이다. 은퇴 후에는 그렇게 살 수 있으려나 싶은데 이미 성격이 아주 조급증에 걸려버려서 불가능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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