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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인미D Jan 01. 2023

12.언제나 순조로운 순간에는 얻을 게 없었다.

<삶의 장애물은 나를 엿먹이기가 아니라 내 생각 프레임 때문 아닐까?>


 상처는 흔적을 남긴다. 그 흔적은 단단한 흉터로 남아, 다음번 장애물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나만의 노하우가 된다.

 모든 일이 원활하게 잘 풀릴 때는, 그저 샴페인을 터트리는 기쁨의 기억만을 남기고 기쁘고 순조롭게 그 순간의 일들이 잊혀진다. 다음번을 위한 교훈은 없었다.

 

 인간이 살며 어떻게 매사 모든 것에 교훈과 배움을 얻을 수 있겠냐만, 적어도 불편하고 어려운 일들이 나에게 마이너스가 되는 요인은 아니었다.

 삶이 늘 좋은 일로만 가득하다면, 그야말로 우리 삶이 얼마나 루즈해질까? 더 바랄 것 없기에 굳이 고생이나 노력 따위 할 필요도 없을지도 모른다.

 결핍이야말로 우리가 더 나아갈 수 있도록 하고, 지금보다 나아지도록 결심하는 포인트가 된다.


 그래서 나는 마음으로는 늘 만족스럽고 좋은 일상이 이어지기를 바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 인생이 지금보다 더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을 생각하면, 일부 불행하고 괴로운 상황들을 거부할 수는 없다. 그런 괴로움 속에서 늘 앞으로 그리고 위로 올라갔기 때문이다.


 새해 인사로 "2023년에는 잔잔한 호수처럼 지내보라."는 덕담이 더없이 고맙고 진심이 느껴진다. 지금까지 들었던 인사 중 가장 참신하고 나에게 필요한 말이었다.


 그러나 나는 안다. 잔잔하기만 하길 바라서는 나는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을...


  매번 나를 나아지도록 만든 것은, 풀 수 없는 문제와(그러나 언젠가는 풀린다.) 나를 괴롭히는 장애물, 예기치 못한 변수들이 나타난 순간이었다. 그 걸림돌 앞에서 해결을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실마리를 풀어갈 때 나는 걸려 멈춰진 것이 아니라 당겨진 활시위처럼 팽팽하게 뒤로 가며, 앞으로 나갈 힘을 비축하고 있었다.


 평화로운 삶을 원하지만 그런 인생에는 더 나음이 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 어쩌면 결핍에서 배움이 탄생하는 것을 우리는 자연스럽고 겸허하게, 심지어 때로는 감사하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모른다.


 내가 네거티브한 인간이라서 이런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누군가는 아주 만족스럽고 행복할 때 저력 있게 앞으로 나갈 수 있는지도 모르지만, 나는 힘들고 어려울 때 그 시간을 이겨내면서 늘 더 나아져 있었다.

  상처가 생겨긴 부위는 흉터로 인해 피부조직이 단단해지고, 병원균이 침투할 때 아이러니하게 항체가 생겨 다음번 질병에 대비하도록 한다.


  인간의 뇌는 굉장히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평이하고 반복된 일들은 일상적인 하나의 사건으로 축약해 버린다.

그러나 충격을 받았던 어떤 사건에 대해서는 임팩트 있는 기억을 가질 수밖에 없다. 나 같은 생각 무한대에 빠진 사람은 그 충격을 곱씹어가며 앞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하고, 이전에 그 일을 달리 선택했다면 어떠했을까 여러 가지 옵션을 고민해 본다.

 그렇게 안 하던 온갖 방법을 머릿속으로 고민을 하며, 내 손으로 상황을 바꿀 수 없는 때에는 내 생각이 성장해 있고, 상황을 바꿀 수 있는 다시 기회가 왔을 때는 조금 더 과감하고 후회 없도록 나를 던져보기도 한다.

 모든 것이 순조롭고 평안하기만 했다면 하지 않았을 선택과 도전을 해보게 된다.


 우리는 너무 쉽게 남에게 내 욕망을 투영한다. 자식에게, 부모에게, 배우자에게 "너도 나만큼 해내야 돼. 혹은 너는 나보다 더 잘 돼야 해." 그러나 물리적으로 내 바람정도로 타인이나 환경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하나 바꾸고 건사하기도 얼마나 어려운지 솔직히 우리는 다 알고 있다.

 잘 생각해 보면, 내 말 한마디로 그들이 삶의 모든 기준을 바꾸고 정신 차려 올바르고 건실하게 살기를 바라는 것은 상당히 불가능해 보인다. 그 시간에 나를 스스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이다.

 내가 나를 바꿔갈 때, 순간순간 어려운 과정은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그래도 비교적 '아~ 내 삶은 순조로웠지...' 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세상은 나를 만들어가는 재미라는 것도 있다.


 그래서 내 인생은 왜 이렇게 안 풀리지?라는 불평은 결국 남 때문, 세상 때문이라기 보다 내 생각의 프레임 안에 타인을 맞추려고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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