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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인미D Dec 31. 2022

11.게으름이 팽배한 시대

<세상 가장 무거운 엉덩이를 들어 한 발자국 앞으로 내딛으면서.>



조금만 자신의 기준을 느슨히 가지면 쉽사리 향락에 빠져 킬링타임 하기 좋은 세상이다. 


 노력이란 사실 재미없다. 노력을 한다고 즉각 눈앞에 결과를 가지고 오며 매 순간 즐거움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긴 시간을 두고 자신과 싸워나가야 한다. 이 싸움은 재미없지만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노력이 엄청난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별 것 없다. 진실로 그냥 무얼 꾸준히 매일 하면 될 뿐이다. 못해도 잘해도 그냥 주야장천 멈추지 않는 그 시간의 누적이 노력일 뿐이다. 엄청난 전략과 비전을 아직 못 그려서 노력을 못한다 생각할 수 있지만, 하나의 작은 목표가 있다면 그냥 앞으로 한 걸음 그곳을 향해 가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오늘 지금 당장 즐거움을 주는 재밋거리가 얼마나 다양한가. 이 세상은 1차원적인 즐거움만 느끼며 살기에서 모자람이 없도록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 오락거리만 즐겨내도 자칫 정신이 충만하다고 착각할 수 있다. 


 오늘 짊어진 삶의 무게나 내일에 대한 불투명한 생각은, 우리를 지금 당장의 작은 쾌락에 만족하고 머물게 만든다. 그런데 언제나 시작도 전에는 모든 것이 명쾌한 것은 없다. 이 세상 모든 새로운 것은 의심과 불투명한 현재에서부터 시작이 된다.

 해보기 전에 상상만으로는 지구도 멸망할 정도로 두렵거나 하기 싫은 일도, 막상 해보면 별거 아니었던 일이 많다.


어떤 일이 두렵다면, 우선 해보라는 것이 구태의연한 진리이지만 그걸 막상 매주 혹은 매일, 매 순간 자신의 두려움을 뒤로한 채 하는 쪽으로 발을 옮기기는 쉽지 않다. 

 오죽하면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은 내 엉덩이 들어 올리기라는 말이 있지 않겠나. 엉덩이를 들고일어나 무엇인가를 꾸준히 하는 힘은 지구를 드는 것만큼 큰 정신적인 에너지가 필요하다.


 우리는 어떤 일에서 성과의 달콤함을 얻기 위해 1년 혹은 어떤 것은 10년 이상 지금의 즐거움을 잠시 포기한 대가로 얻어질 수 있다. 슬프게도 노력한다고 지금 당장 즐겁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시간 죽이기와 타인의 컨텐츠를 소비하면서 우리는 본인이 원하거나 이상적으로 그리는 모습은 점점 멀어지고, 평생 내 몸에 체득할 나만의 어떤 컨텐츠도 이루어내지 못한다. (여기서 컨텐츠란 유튜브 소재 말고 나만의 저력과 스토리)


 어떤 컨텐츠가 내 삶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시간을 들여서 그것을 쪼개고 파헤쳐 내 몸에 흡수시켜야 한다. 그 지루한 과정은 타인의 컨텐츠를 쉽고 재밌게 소비만 했던 사람들로서는 도저히 시도해 보기 힘든 시간과 인내를 필요로 한다. 

 무엇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못나고 한심한 내 모습을 매일 바라보며, 오르막과 내리막을 사정없이 오가는 롤러코스터 속에서도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어야 한다. 올라갈 때 오만하지 않으며, 내려간다고 좌절하고 멈추려고 결심하지 말기 같은..


 사회 전체에 있어 다양한 컨텐츠가 유통되고 있고, 노력이라는 것을 무의미한 것으로 여기는 시대 상황과 맞물려, 우리는 쉽게 컨텐츠 소비자로 빠져들어 나 자신을 만드는 중요한 시간을 잃고 만다. 

 이것은 마치 음모론 같다. (누가 노력을 쓸모없다고 했는가? 소확행이란 말 만든 사람 다 나와!!!)

 노력해 봐야 얻을 거 없으니 그냥 편히 쉬면서 지금을 즐기면서 살라는 악마의 속삭임 같다.


 나만의 꽤 잘하는 신체적인 활동, 지식을 습득하거나 공부하는 자신만의 방법, 단련이라고 말할 수 있다. 쇠를 쓸모 있고 날카로운 칼이라는 도구로 가공하기 위해서는 수차례 두드리는 단련의 과정이 필요한다. 당장 눈앞에 결과와 즐거움을 주지 못하는 부단한 시간을 이겨내야 한다. 이런 시간을 통해 쇠는 자신만의 컨텐츠인 칼로써의 쓸모와 의미를 찾게 된다. 


 물론 어떤 것에서 만족 비스무리한 것을 얻으려면 일정 기간 못난 나를 이겨내며 지루한 수많은 시간을 이겨내야 한다는 것은 안다. 즐기기 위해, 안 즐겁고 찌질한 수많은 나의 시간을 쌓아나가야 비로소 언젠가 즐거움을 느낄 시간이 온다.



 아무튼 종일 핸드폰하고 유튜브와 sns만 소비하는 것이 삶의 질이 높은 삶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오히려 잉여 시간을 무쓸모하게 보내며 나의 이야기가 채워지지 않은 채 후회와 아쉬움 속에 죽음과 가까워지고 있을 뿐.

 그렇게 남들은 이미 처음부터 다 가졌던 것처럼 스스로 비관하지만, 사람은 애초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그저 엉덩이 한번 더 들고 한 발 앞으로 걸어 나갔거나, 엉덩이 붙이고 핸드폰만 했거나의 차이.


 모든 사람이 노력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대부분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조금만 노력해도 남들보다 탁월해 보이기 쉽다. 

 어쩌면 지금은 성공하기 쉬운 태평성대? 주변 사람들은 그냥 즐거이 오늘을 살고 있다. 그 사이에 자신만의 단단함을 키우고 본인의 기준을 잃지 않고 달리고 있는 사람은 확실히 빛이나 보이긴 한다. 요새 보기 힘든 종족이라서...


ps. 요즘 자꾸 핸드폰만 하면서 폰멍하는 나를 한심하게 여기며 채찍질하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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