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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인미D Oct 26. 2022

10.독서는 책 넘기는 맛!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지만, 난 종이책이 더 좋더라>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이 거의 자폭에 가까움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나는 폰이나 컴퓨터로 글을 읽는 것보다 종이 책을 더 좋아한다.

 

 그렇지만 디지털 디바이스로 이용하는 책을 거부할 수는 없다. 지하철을 기다릴 때, 병원에서 잠시 대기할 때 예상치 못한 짬이 났는데 미처 책이 없을 때 핸드폰으로 글을 읽으며 틈을 메울 수 있다.

 늘 물리적인 책을 갖고 있어야 독서가 가능했다면, 아마 지금의 독서 수준의 1/2은 이루지도 못했을 것이다. 좋아서가 아닌 차선책으로 디지털 독서의 혜택을 잘 누리고 있는 편이다.


 그래도  잡고 제대로 책을 읽으려면  도서관에 가서 실물 책을 대출한다. 아날로그 책은 앞으로 넘겼다 뒤로 넘겼다가 물리적으로 자유롭고 빠르게 휘리릭 넘기며 원하는 챕터부터 읽기 용이하다. 디지털 도서는 이상하게 순서대로만 읽게 된다. 북마크를 해도 뒤로 한번 갔다가 앞으로 넘기는 것이 쉽지 않고 페이지 이동이나 검색 기능이 있지만 그게 손으로 책을 휘리릭 넘기거나 잠시 손으로  페이지에 걸쳐 놓고 뒤로 갔다 돌아오는 것보다 편리하다는 느낌이 없다.

 보통 나는 독서 시작 전에 책을 마구 넘기다가 랜덤 하게 꽂히는 키워드 춰 그 부분을 먼저 읽기도 하는데 디지털 도서로는 그게 쉽지 않다. 실물 책은 여기 읽다가 저기 읽다가 앞뒤 사방  마크를 끼워거나 다섯 손가락 모두 다 페이지를 걸쳐놓고 왔다 갔다 뒤죽박죽 읽기도 한다. 디지털 책 보다 아날로그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마 랜덤으로 읽는 것을 좋아하는  독서습관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릴 때부터 수십 권을 동시에 펼쳐 놓고 책을 읽다 보니 한 책에서도 앞뒤로 북마크가 꽂혀있고 이 책을 읽다 저 책을 읽다 널뛰기하듯 왔다 갔다 하기도 한다. 디지털은 디바이스의 한계로 어플 하나를 열어 독서를 시작하면 다른 책을 동시에 양손에 쥐고 비교하기도 쉽지 않다.

 종이 책은 문어발로 여러 책을  손에 닿는 곳에 펼쳐놓고 읽는 재미가 있다. 그러다가 전혀 다른 책인데 연결고리나 비슷한 맥락이 발견되어 그 지식이 더 탄탄해지는 경험을 수차례 했다. 그래서 아날로그 독서는 입체적으로 지식이 형성된다면 디지털 독서는 그저 선으로 지식이 만들어져 가는 느낌이다.(다른 사람들은 반대할 수도 있겠다. 다양한 독서습관이 존재하고 개인의 스타일에 한한 것이니 이해 바람.)


 특히 독서를 하기 싫을 때일수록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을 읽어야 한다. 디지털 독서는 보다가 자꾸 딴짓을 하게 된다. 아무리 독서를 좋아한다고 해도 책보다는 인터넷 검색과 SNS를 보는 것이 훨씬 더 자극적이고 쉽기 때문이다. 퇴근 후 피곤한 몸상태 일 때 능동적인 정신 상태로 책에 몰입하기 쉽지가 않다. 그보다도 SNS는 멍 때리고 수동적으로 시간을 죽이기 쉽다.(다들 그렇지 않은가? 퇴근 후 의미 있고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지친 몸상태로 인해 대충 무의미하게 소셜미디어로 정신적 보상을 찾고자 하는 것이.)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독서보다는 폰을 들여다보며 시간을 흘려보내게 된다. 이럴 때 아예 디지털 기계를 멀리 두고 아날로그 물성인 책을 쥐면 그럭저럭 독서를 하게 되지만, 디지털 독서를 하다가 SNS를 좀 하고 자야겠다 싶을 때는 어김없이 독서는 그냥 패스하고 무의미한 소셜 속의 인스턴트적인 이미지를 넘기다가 시간을 보내버리게 된다.


 독서를 좋아해도 정신과 몸이 피로할  물리적인 책의 무게는 엄청나게 무겁게만 느껴진다. 인간이 아무리 독해도 퇴근 후에는 수동적으로 보내고 쉬고 싶은 마음이 많다. 그렇기에 나에게 있어 디지털 책은 이동 중이나 외부에서 특별히 읽을거리가 없을 때 외에 집에서 각 잡고 앉아 있을 때는 손이 가지 않는다.

 퇴근 후 아이패드를 열어 독서를 하려고 마음을 먹는 순간 내 손은 왜 인스타그램을 하고 유튜브를 보고 있는지. 비교적 의지가 강하고 독한 나도 디지털만 보면 놀고 싶어 진다. 독서의 재미도 쏠쏠하긴 하지만, 유튜브만큼 손쉽고 신경전달 물질의 자극을 지금 당장 주지는 못한다.


 안타깝게도 나에게 있어 유튜브와 맥주의 콜라보는 지금당장 세상 모든 슬픔을 아주 잠시나마 잊게 해 준다. 지금 이 상황은 아날로그 독서 예찬을 하는 중에 유튜브를 아주 꾸역꾸역 이겨보겠다고 쓰는 글이다. 이렇게 글을 쓰거나 읽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도 소셜미디어를 당해낼 재간이 없다.


 독서는 골동품처럼 세월이 쌓여가면서 인생이 즐거울 여지를 많이 주기 때문에, 순간적인 즐거움에 현혹되기 쉬운 우리는 책 보다 소셜 매체의 즐거움을 선택하는 것이 더 쉽다.

 그렇지만 매일 가볍고 손쉬운 자극으로만 즐거움을 찾다가는, 우리는 자극적인 트리거 없이는 스스로 전혀 즐거울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삶이 되고 말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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