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은
마음이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무거워질 때가 있다.
별일 아닌 듯 보이는데도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이 찾아오고,
그 감정이 하루 전체를
조용히 흔들어 놓는다.
그런 순간의 나는
말로 털어놓지 못한 마음이
어디에 쌓여 있는지도 모른 채
그 무게만 감당하려 애쓰곤 했다.
하지만 어느 날,
그 감정을 한 줄로 적어 본 뒤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오늘은 이유 없이 마음이 가라앉는다.”
이 짧은 문장은
상황을 해결해 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마음을 적시는 힘이 있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
이해되지 않는 상태로 흩어져 있지 않고
한 문장 안에 고요하게 담기자
감정의 크기가 조금 줄어들었다.
문장은
감정에게 자리를 만들어 준다.
말하지 못해 떠돌던 마음이
언어를 만나는 순간
그 자리에서 가라앉기 시작한다.
감정은 모른 척할 때 커지고
마주할 때 작아진다.
한 줄의 기록은
그 마주함의 가장 작은 용기다.
나는 가끔
한 줄조차 쓰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럴 땐
“지금은 그냥 괜찮지 않다.”
이것만 적어 둔다.
그 문장이
완성된 글이 아니어도,
그날의 나를 정확하게 말해 준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마음을 적시는 문장은
거창하지 않다.
오히려 작은 문장일수록
더 깊게 스며든다.
긴 글 속에서가 아니라
짧은 문장에서
마음은 더 솔직해진다.
더 꾸밈없이,
더 나답게,
더 가까이 다가온다.
한 줄을 쓰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몇 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이
나를 지탱해 주는 날이 있었다.
혼란스럽던 감정이
한 문장에 담기자
생각이 바로잡히고
마음의 호흡도 고르게 바뀌었다.
글을 잘 쓰기 위한 한 줄이 아니어도 된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문장이 아니어도 된다.
단지 지금의 나를
가장 정확하게 담아낼 수 있다면
그 문장은
오늘 하루를 버티게 하는 힘이 된다.
나는 여전히
긴 글보다
짧은 한 줄에서 더 큰 위로를 받는다.
그 한 줄이 마음을 적시고
마음을 적신 문장이
내일을 살아갈 힘이 된다.
한 줄의 문장은
작아 보이지만
내 마음을 지켜 주는
아주 조용한 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