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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마음을 적시는 한 줄의 힘

by 김현아

어떤 날은

마음이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무거워질 때가 있다.

별일 아닌 듯 보이는데도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이 찾아오고,

그 감정이 하루 전체를

조용히 흔들어 놓는다.


그런 순간의 나는

말로 털어놓지 못한 마음이

어디에 쌓여 있는지도 모른 채

그 무게만 감당하려 애쓰곤 했다.

하지만 어느 날,

그 감정을 한 줄로 적어 본 뒤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오늘은 이유 없이 마음이 가라앉는다.”

이 짧은 문장은

상황을 해결해 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마음을 적시는 힘이 있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

이해되지 않는 상태로 흩어져 있지 않고

한 문장 안에 고요하게 담기자

감정의 크기가 조금 줄어들었다.


문장은

감정에게 자리를 만들어 준다.

말하지 못해 떠돌던 마음이

언어를 만나는 순간

그 자리에서 가라앉기 시작한다.

감정은 모른 척할 때 커지고

마주할 때 작아진다.

한 줄의 기록은

그 마주함의 가장 작은 용기다.


나는 가끔

한 줄조차 쓰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럴 땐

“지금은 그냥 괜찮지 않다.”

이것만 적어 둔다.

그 문장이

완성된 글이 아니어도,

그날의 나를 정확하게 말해 준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마음을 적시는 문장은

거창하지 않다.

오히려 작은 문장일수록

더 깊게 스며든다.

긴 글 속에서가 아니라

짧은 문장에서

마음은 더 솔직해진다.

더 꾸밈없이,

더 나답게,

더 가까이 다가온다.


한 줄을 쓰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몇 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이

나를 지탱해 주는 날이 있었다.

혼란스럽던 감정이

한 문장에 담기자

생각이 바로잡히고

마음의 호흡도 고르게 바뀌었다.


글을 잘 쓰기 위한 한 줄이 아니어도 된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문장이 아니어도 된다.

단지 지금의 나를

가장 정확하게 담아낼 수 있다면

그 문장은

오늘 하루를 버티게 하는 힘이 된다.


나는 여전히

긴 글보다

짧은 한 줄에서 더 큰 위로를 받는다.

그 한 줄이 마음을 적시고

마음을 적신 문장이

내일을 살아갈 힘이 된다.


한 줄의 문장은

작아 보이지만

내 마음을 지켜 주는

아주 조용한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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