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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관찰하는 사람이 되는 법

by 김현아

살다 보면

눈앞의 일에 마음이 휘둘려

정작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할 때가 있다.

바쁘고, 정신없고,

나는 늘 하루의 흐름에 끌려가는 사람 같았다.

그러다 문장을 쓰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달라진 점이 있다.

나는 ‘관찰하는 사람’이 되기 시작했다.


관찰은

대단한 기술이나 특별한 감각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저 조금 더 천천히 보는 것,

조금 더 깊게 느끼는 것,

조금 더 솔직하게 마주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당연하게 지나치던 것들을

잠시 멈춰 바라보는 능력,

그게 관찰의 첫걸음이다.


나는 예전에는

마음이 복잡하면

주변을 더 살피지 못했다.

머릿속 생각에 묶여

풍경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사람의 표정이나 말투 속에 담긴

섬세한 마음결도 놓쳤다.

하지만 기록을 하면서 깨달았다.

세상은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관찰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가장 먼저 바뀐 것은 ‘속도’였다.

서둘러 지나가던 길도

조금만 천천히 걷다 보면

예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다.

햇빛이 벽을 스치는 방향,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의 움직임,

누군가 지나가며 무심히 던진 인사.

이 작은 장면들이

내 안에 조용히 들어왔다.


관찰을 하면

감정도 더 선명하게 보인다.

나는 왜 이 순간에 불편함을 느꼈는지,

왜 이 말에는 마음이 움직였는지,

왜 어떤 장면은 오래 남았는지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문장을 쓰려면

감정을 바라봐야 하고,

감정을 바라보려면

일상을 관찰해야 한다.

이 세 가지는

하나의 흐름처럼 이어져 있다.


관찰은 또

나를 덜 흔들리게 했다.

상황을 바로 판단하지 않고

조금 더 지켜보는 힘,

감정만으로 해석하지 않고

조용히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이 여유는

마음의 무게를 줄여주는

아주 중요한 힘이 되었다.


어떤 날은

버스 창가에 비친 사람들의 표정에서

그날의 공기를 느꼈고,

어떤 날은

누군가의 말투에서

그 사람의 속마음을 미세하게 읽을 수 있었다.

관찰은 남을 분석하는 일이 아니라

세상을 더 부드럽게 바라보는 일에 가까웠다.

날카로운 시선이 아니라

따뜻한 시선을 갖게 해주는 일.


나는 이제

삶을 조금 더 자세히 듣게 됐다.

눈으로만 보지 않고,

귀로만 듣지 않고,

마음으로 느끼는 순간이 많아졌다.

그 작은 변화들은

문장에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글이 깊어졌다는 말보다

나를 둘러싼 세계와

조금 더 친해졌다고 말하고 싶다.


관찰하는 사람은

삶을 더 천천히 경험한다.

조급함 대신 여유가 생기고,

불안함 대신 이해가 생긴다.

그리고 그 이해는

문장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

관찰은 특별한 재능이 아니라

오늘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다.


오늘의 당신도

잠시 걸음을 늦추고

주변을 천천히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

생각보다 많은 장면들이

당신에게 말을 걸고 있을지 모른다.

그 말에 조용히 귀를 기울일 때,

문장은 자연스럽게

당신을 따라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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