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조용히 앉아 숨을 고르는 일

by 김현아

요즘 나는 자주 멈춘다.

누군가 보기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거다.

하지만 그 멈춤 안에는,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나는 가끔 마음이 앞질러 가버릴 때가 있다.

해야 할 일은 산더미인데,

몸은 따라주지 않고, 마음은 이미 지쳐 있다.

그럴 때면 억지로 움직이지 않고

그저 조용히 앉아 숨을 고른다.


그건 나를 게으르게 만드는 행위가 아니다.

오히려 다시 살아보려는 시도에 가깝다.

숨을 고른다는 건,

내가 아직 내 안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는 증거니까.




예전엔 멈추는 게 두려웠다.

멈추면 잊히고, 뒤처질까 봐.

그래서 늘 달리고, 계획하고, 채워 넣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득 채운 날일수록 마음은 공허했다.


아무리 많이 움직여도

내 안은 텅 비어 있었다.

그때 처음 알았다.

‘움직이는 게 꼭 사는 건 아니구나.’


세상이 요구하는 속도에 맞추느라

나는 나를 너무 몰아붙였던 것이다.

그때 누군가 내게 말했다.

“조용히 앉아 숨 한 번 쉬어봐요.”


그 말이 처음엔 쉽게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정말로 그렇게 해보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숨만 쉬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나는 오랫동안 듣지 못했던 내 마음의 소리를 들었다.

‘괜찮아, 조금 늦어도 돼.’

그 한마디가 눈물처럼 흘러내렸다.




이제 나는 알고 있다.

삶의 속도를 늦춘다고 해서 잃는 건 별로 없다는 걸.

오히려 그 시간 속에서

진짜 나를 다시 만나게 된다.


조용히 앉아 숨을 고르는 일은

나를 잃지 않게 하는 작은 의식이다.

아무도 보지 않아도,

그 순간만큼은 내 안의 나와 연결된다.


세상은 여전히 빠르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조금 늦게 간다.

조용히 숨을 고르며,

내가 살아 있음을 다시 느낀다.


멈춤은 도망이 아니다.
그것은 다시 걸어가기 위한 준비다.
나는 오늘도, 나를 조금 미루며
숨을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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