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해가는 것에 대한 단상
햇살이 유난히 반짝이는 눈물나도록 날이 좋은 어느 가을날 아침이었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함께했던 친구가 갑자기 너무 보고 싶고 그리워 카톡을 보냈다.
“칭구야, 가을바다 보러 가자~. 햇살이 너무 좋아 눈물 나도록 니가 보고 싶은 날이야.”
올초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들을 지나면서도 늘 그리웠던 친구인데, 선뜻 내 아픔을 내보이기는 힘들어 한동안 연락을 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늘 그립고 보고 싶었던 친구.
“ㅋㅋ 바다 춥다 ㅋ, 가을없이 겨울이 온 것 같아. 잘 지내지?”라는 답장이 왔다.
아, 나에게 가을바다는 낭만이고 가고 싶은 곳이었지 바다는 추운 곳이구나라는 생각은 미처하지 못했다.
5월 말 아이들만 데리고 5년 넘은 타국 생활을 정리하고 급하게 한국으로 들어와 고향인 울산에서 자리를 잡고 조금씩 적응하며 지내고 있다.
친구는 한 번도 고향을 떠난 적이 없다. 늘 떠나는 사람은 나였고 돌아오는 사람도 나였다. 그랬기에 언제나 그 자리에 묵묵히 그 모습 그대로 있을 거라 생각했다.
“잘 지내지? 나 울산으로 이사 왔어.”
ㅋㅋㅋ라며 데굴데굴 웃는 이모티콘을 보내는 친구.
“도깨비니? ㅋㅋ 대박 웃긴다 ㅋ 오늘 하루 중 대박 빵~터짐ㅋ”이라는 카톡이 왔다.
이때부터 조금씩 맘이 이상해졌다.
내가 연락한 게 웃긴 일인가? 나는 눈물 나게 그냥 친구가 보고 싶었던 것뿐인데... 내가 조금 더 나로 설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해 연락이 늦었던 것뿐인데..
ㅋㅋ의 의미가 뭘까에 대해 한참을 생각해봤다.
아무 의미없이 그냥 습관적으로 보낸 말일까?
그러기에 그녀의 직업과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다. 그녀는 20년 넘게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지금은 유치원 원감으로 일하고 있다. 내가 알고 있던 친구의 모습은 그렇게 가볍지도 경솔하지도 않은 사람이다.
“언제왔노”
“5월 말에.. 연락이 좀 늦었지.”
“아이고야— 빨리도 보고한다. 이제 아예 중국 생활은 끝!!!!?”
“애들 데리고 나만 나왔어. 긴 얘기는 만나서^^”
“ㅋㅋ 놀랍고 반갑다 ㅋ”
이렇게 친구와의 카톡은 끝이 났다. 나는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기가 힘들었다. 아니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
내 생각과는 너무 다른 친구의 반응에 한동안 깊은 생각에 잠겼다.
마음과 마음이 통한다고 생각했던 내 생각이 혼자만의 착각이었나 싶기도 하고, 아니면 별 의미 없이 보낸 친구의 카톡에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을 보이는 건가 라는 생각도 해본다.
어떻게 말을 이어갈지.. 어떻게 다시 연락을 해야 할지.. 아직은 모르겠다.. 그저 마음이 공허해졌을 뿐이다.
그리고 그 공허함에 가슴이 아리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