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핫치 연애컨설턴트 Feb 17. 2023

연애 이론 전문가의 고충 by 핫치

이론만 빠삭했던 P님에 대한 사례

본 내용은 작가의 저서 '연애의 전략'의 번외이자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우선적으로 담은 글입니다.


우리는 오로지 사랑을 함으로써
사랑을 배울 수 있다.

아이리스 머독



P님이 나를 찾아왔을 땐, 연애에 있어서 초보였지만 초보가 아니기도 했다. 

무엇이든 열심히 해 좋은 대학에 좋은 직장까지 다니고 있었던 P님은 어려울 수는 있어도 열심히 한다면 무엇이든 결국에는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믿었다. 연애도 마찬가지라고 믿었다. 연애가 어려웠던 P님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연애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P님에게 있어서 무언가를 공부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었고 자신 있는 일이었다. 서점에 박혀 수십 권의 연애 서적을 읽고 요점을 파악하고, 중요한 부분을 외우며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경험'하기보다는 '공부'하기를 택했던 P님은 그렇게 연애 이론 전문가가 되었다.

연애와 관련된 그럴싸한 이론은 정말 많다. 이론들을 읽다 보면 내가 봐도 감탄이 나올 정도로 신박하고, 완벽해 보이는 이론들도 많다. 거기다 전문 용어처럼 영어를 섞어가며 그럴싸한 이론에 걸맞은 그럴싸한 용어들을 만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연애를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기기도 할 것이다. 연애 이론을 정말 열심히 공부했던 P님이 그랬다. 많은 시간을 들여 연애를 공부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어느 책을 읽어도 자신이 아는 내용들이 적지 않았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확신이 든 P님은 연애를 정말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연애는 실전이다.

좋은 직장을 가지고 있어 소개팅이 끊이지 않았던 P님은 소개팅을 할 때마다 결과가 좋지 않았다. 주선자에게서 들려오는 상대방의 후기는 "나쁘지 않았다."였지만 에프터는 없었다.  나쁘지 않았지만 좋지도 않았던 것이다. 애를 공부할 만큼 공부해 자신감을 얻은 P님은 다시 소개팅을 잡았다. 이전과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가득 찼고, 여자친구를 사귈 수도 있다는 생각은 P님을 설레게 했다. 소개팅 당일, 머릿속으로 모든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고 준비했던 P님은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확신했다. 상대방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상대방을 만나 처음 인사를 나누고 서로에 대한 몇 마디를 나눌 때까지는 스스로 변했다는 것을 느끼고 대화가 잘 풀리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얼마 못 가 머릿속은 하얘졌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지고 정적이 찾아온 것이다. 한번 당황하기 시작하니 일은 점점 더 꼬이기 시작했다. 음식을 먹다가 음식물이 입에서 튀어나오는가 하면 횡설수설하며 하지 않아야 할 말도 하게 됐다.  시작은 좋았던 소개팅 자리는 점점 불편해졌고, 의미 없는 대화와 상대방의 어색한 대답만 오고 갈 뿐이었다. 결과는 뻔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자신만만했던 P님은 자신의 바보 같은 실수에 자책하고, 바뀐 것이 없다는 것에 망연자실했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고민하고 분석하려 했지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나를 찾아온 P님은 분명 연애 초보였지만 초보가 아니기도 했다. 이론이 너무 빠삭했다 보니 상담을 진행하면서 상황을 분석하고 설명해 줄 때도 이미 아는 내용인 것처럼 금방 이해하고 전혀 어려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경험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는 것이었다. 연애와 관련된 이론을 많이 알고 있다면 분명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상대방의 심리를 짐작하며 행동하고 여러 변수를 미리 예측하고 준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험 없이 이론뿐이라면  이론은 말 그대로 이론에 그칠 뿐인 것이다. 현실에서는 이론과 다르게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를 마주하게 된다. 가령 상대방의 성격이나 상황, 기분에 따라도 많은 것이 급변할 것이고, 날씨나 방문한 식당의 맛 서비스도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P님의 경우엔 상대방과의 대화코드가 그다지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이 변수였다. P님이 상대방에게 질문을 했을 때 상대방은 건조한 대답만 할 뿐 되물어준다거나, 적극적으로 대답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 보니 대화는 잘 이어지지 않았고 이내 할 말이 없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P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연애를 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했던 P님은 다행히 부지런하기도 했다. 그래서 연애 이론 전문가가 될 정도로 연애를 열심히 공부했던 것이다. 다만 방향성이 조금은 잘못됐던 것이 너무나도 아쉬울 뿐이었는데 P님은 연애를 하고자 하는 강한 욕구와 부지런함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보였다. P님에게 부족했던 것은 단 한 가지. 경험이었기 때문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결과가 좋지 않아도 괜찮으니 무작정 부딪히며 많은 경험을 할 것을 제안했다. 그 과정 속에서 무너질 것같이 힘들기도 할 것이고 많은 의문이 생기기도 하겠지만 연애를 '경험'할 것을 강조했다.


이론만큼은 빠삭했던 P님 시간이 지나 어떻게 됐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연애고자에서 1위 연애컨설턴트가 되기까지 by 핫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