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연애를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연애를 하지는 못할 것이다. 나 또한 그러했는데, 20대 초반까지의 나는 이성에게 있어 매력이 없는 남자로 통했다. 그렇다 보니 이성을 만나는 것 자체도 정말 어려웠지만 어쩌다 연애를 시작하게 되더라도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어봐야 한 달 만에 차이곤 했는데 매번 내가 질린다거나 자신과는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이유가 대부분이었다.
처음 한두 번은 정말 상대방과 성격이 잘 맞지 않았었다고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비슷한 상황이 두 번 세 번 반복되면서 점점 나 자신에게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매번 차이게 되는 입장이라는 점이 굉장히 큰 자극이 되었는데 나에게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든 해결해서 더 나은 연애를 즐기고 싶었다. 그 이후로 나는 당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연애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처음 시작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을 읽어보기도 하고, 당시엔 지금처럼 유튜브가 대중화되어 있지 않아 더 대중화되어 있던 네이버 지식인에서 연애를 잘하는 방법이 무엇이냐며 질문을 하기도 해 보았다. 하지만 연애와 관련된 책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듯 나에게 있어 연애 교재는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내용은 조금 과격하게 표현해 쓰레기나 다름없었다. 상상 속에서나 먹힐 법한 멘트, 현실과는 굉장히 먼 상황 대처법, ‘전교 1등을 하기 위해서는 공부를 열심히 하면 된다’라는 주먹구구식의 구체적인 해결책도, 행동지침도 없는 실용성이 없는 교재가 대부분이었다. 아무리 실용성이 없는 교재라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여러 권의 교재를 읽으며 필요한 부분만 모아볼 수도 있었겠지만 마음이 급한 나에겐 정말 비효율적이고 도움이 되지 않는 방법이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지식인 또한 연애 교재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지식인에 진심을 담아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올려도 대부분이 누구나 할 수 있는 똑같은 말을 해주거나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답변을 해주기 일쑤였다. 이 두 가지 방법들이 큰 도움이 되지 않아 주변 지인들에게 도움을 청하려 했지만 지인들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었다 보니, 더 나아지기 위해 연애에 도움이 되는 책을 읽고 노력하면 영화나 드라마처럼 정말 큰 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나에게 이런 상황은 정말 막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만약 나의 주변에 스스로를 꾸밀 줄 알고, 이성을 대하는 것이 능숙해 연애를 잘하는 지인이 있었다면 정말 쉽게 이 모든 고민들을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주변에는 그런 지인이 없었고, 결국 정말 막막해도 나 혼자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포기하면 마음이 편해질 수는 있었겠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던 나는 당시 SNS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연애와 관련된 짧은 조언 글들을 찾아보며 하나씩 하나씩 직접 시도해 보기 시작했다. 이성을 동성친구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대하라, 나쁜 남자가 매력적이니 나쁜 남자가 되어라, 재미있게 말하려 하지 말고 생각나는 대로 솔직하게 말하라 등등 이성이 어려웠던 나에겐 하나하나가 직접 시도해 보기에 쉬운 것들은 아니었지만 이전과 같은 삶을 살고 싶지 않았던 나는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조언 글과 똑같이 행동해보고자 했다.
따지고 보면 모두 맞는 말이긴 했지만 아무래도 조언 글 자체가 짧고 막연하다 보니 변수가 많은 현실에서는 정말 실용적이라거나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하긴 어려웠다. 하지만 이런 시도들은 곧 나에게 좋은 경험이 되었고,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만약 내가 연애와 관련된 짧은 조언 글들을 읽어 보기만 하고 직접 시도해 보지 않았다면 결과는 다른 연애 교재를 읽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나에게 필요한 것은 연애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연애와 관련된 ‘경험’이 필요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