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년 전까진 나도 종종 헌팅포차에 가고는 했었다. 일상에선 방어적이던 사람들도 헌팅포차에서는 모두 개방적인 사람으로 바뀌어 있었고, 새로운 이성을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말이면 중독이라도 된 것처럼 헌팅포차로 발길이 이끌렸다. 경험이 쌓이고 나이가 조금씩 차면서부터는 헌팅포차에 입장을 하는 것이 부끄러워졌는데 부끄러움을 느끼기 시작할 때쯤부터 발길이 끊겼던 것 같다. 과거에서 현재까지 헌팅포차의 트렌드는 계속 바뀌었지만 헌팅포차에 방문하는 사람들의 목적이나, 대체로 남자가 여자에게 먼저 다가간다는 점은 변함이 없었다. 최근엔 컨설팅을 위한 답사의 목적으로 헌팅포차를 방문해 보거나 모임, 소개팅 어플들을 설치해보기도 하는데 이 헌팅포차에 대한 나의 생각들을 말해보고자 한다.주관적인 나의 생각을 말하는 것일 뿐 무언가를 알려주기 위한 정보는 아니다.
너무나도 조급해 보이는 남자들.
헌팅포차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데 대부분은 20대 초중반으로 주를 이룬다. 목적은 모두 같지만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한 방식이 저마다 다른데 정말 재미있는 점은 대부분은 굉장히 미숙하고 어설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남자들은 마음에 드는 여자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는데 개활지의 미어캣이 따로 없다. 혹여나 여자가 지나가기라도 한다면 홀린 듯 눈길이 따라가는데 사실, 여자들의 눈에는 두리번거리는 것도, 눈길이 따라오는 것도 모두 보인다. 이런 모습들은 자연스럽게 여자에 안달 난 모습처럼 보이게 되는데 아무리 남자를 만나기 위해 헌팅포차에 간 여자라도 이렇게 안달 난 남자를 매력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두리번거리거나 눈길이 여자를 따라다니지는 않지만 어떻게든 헌팅을 하기에 급급한 것이 온몸에서 티가 나는 사람들도 있다. 분명 친한 친구와 좋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 헌팅포차에 방문한 것일 텐데 친구와는 단 한마디도 나누지 않으며 비장한 태도로 앉아있다가 여자에게 말을 걸 때만 입을 여는 것이다. 이런 태도는 표정과 분위기에서 모두 드러나기 때문에 굉장히 조급해 보인다. 아무리 헌팅을 하러 간 것이라고 하더라도 급할 필요는 없다. 급해봐야 상대방에게도 급한 게 티가 날 뿐이고, 그날의 재미를 잃게 될 뿐이다. 그러니 차라리 자리에 앉아있을 땐 두리번거리거나 여자만을 기다리기보다는 헌팅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처럼 행동하며 함께 간 친구와만 재미있게 대화를 나누다가 마음에 드는 여자가 생기면 그때만 움직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친구와 편하게 대화를 하다 보면 텐션이 자연스럽게 오르고 여유가 생기는데 여자가 보기에도 헌팅이 조급해 보이는 사람보다는 재미있게 대화를 하며 여유 있어 보이는 사람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눈치를 챙기자.
마음에 들지 않는 남자가 말을 걸었을 때 여자들이 거절을 하는 방식은 대개 비슷하다. 흔히들 진지한 얘기를 하고 있다며 거절을 하거나, 남자친구가 있다는 식으로 거절을 하는데 이때 몇몇 사람들은 이런 데서 왜 진지한 얘기를 하느냐고 되묻거나 남자친구가 있는데 이런 곳은 왜 왔냐며 상대방이 거절을 한 이유가 거짓말일 것이라고 생각해 질척거리는 모습을 보이곤 하는데 거절을 한 이유가 진실이든 거짓이든 거절은 거절이다. 거기서 더 말을 붙여봐야 상대방의 마음은 바뀌지 않는다. 차라리 다른 여자가 그 모습을 보기 전에 빨리 그 자리를 뜨는 게 더 나을 것이다. 조금 더 이런 상황에 익숙한 여자들은 직설적으로 거절을 하기도 하고, 휴대전화를 보거나 아예 없는 사람인 것처럼 대화를 무시하기도 한다. 대부분은 무안해서라도 자리를 뜨지만 여기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앉아 있는 사람이 있는데 거기서 물구나무서기를 해도 거절은 거절이다. 거절을 당했는데 눈치까지 없다면 그보다 미련한 것은 없을 것이다. 헌팅포차에서 거절을 하고, 거절을 당하는 것은 정말 당연한 일이니 상대를 미워하지도, 상처를 받지도 말자.
조금만 더 생각하고 움직이자.
이성에게 말을 걸 때도 눈치는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헌팅이 급급한 남자들은 여자가 술집에 들어와 주문을 하고, 자리에 술이 나오기 도전에 말을 걸곤 하는데 정말 바보 같은 행동이라고 말하고 싶다. 헌팅포차에 방문하는 여자들은 남자들이 자신에게 말을 걸 것이라는 것을 정말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들보다 더 여유 있게 있을 수 있는 것인데 여자들의 입장에서는 합석을 해서 술을 마시더라도 당연히 그 술집에서 가장 나은 남자와 합석을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술집에 갓 들어왔다면 아직 술집에 어떤 남자가 있는지 제대로 확인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 보니 어느 정도 괜찮은 남자가 말을 걸어도 최선의 선택이라는 확신이 없으니 더 둘러보려는 마음으로 거절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여자가 술집에 들어온 후에 어느 정도 둘러보기 전까지는 웬만해서는 거절을 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다른 조급한 사람들이 거절당할 때까지는 기다리는 게 더 현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급할 필요는 전혀 없다. 여유를 갖고 조금 더 현명하게 행동하자. 여자에게 다가갈 때도 다른 남자가 직전에 왔다 갔다면 시간 텀을 조금이라도 두는 것이 좋다. 인기가 많은 여자라면 다른 남자에게 뺏길까 걱정이 될 수도 있겠지만 텀을 두지 않고 바로 다가간다면 상대방도 지치니 무작정 거절을 해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헌팅포차에는 알파메일보다는 베타메일이 많다.
헌팅포차를 즐기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기분 나쁜 말일 수 있겠지만 헌팅포차에는 알파메일보다는 베타메일이 더 많다. 조금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매력적인 남자보다는 도태된 남자가 더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헌팅포차를 방문하면 여유 있고 매력적인 남자보다는 조급하고, 고만 고만한 남자들이 더 많이 눈에 띈다. 여기서 악순환이 시작되는데 여자들도 헌팅포차에는 베타메일이 더 많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면서 '헌팅포차에는 잘생긴 남자가 없다.'는 인식이 생기게 된 것이다. 헌팅포차에는 매력적인 남자가 없다고 생각하게 되니 매력적인 여자들도 헌팅포차에 가야 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이 글은 어떤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쓴 글도, 누군가를 비난하기 위해 쓴 글도 아니다. 나는 헌팅포차라는 곳이 너무 재미있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나이가 어릴수록 좋은 추억을 만들기에 정말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성을 만나는 것에 목적을 두는 경우가 많다 보니 상처를 줄 수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조금만 더 현명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헌팅포차나 헌팅 자체에 대한 인식이 좋은편은 아닌데 가벼운 만남이나, 헌팅 자체를 옹호하는 글이 아니니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