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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창 Nov 20. 2021

이소라는 왜 머리를 밀었을까?


이소라는 내게 특별한 가수다. 여느 가수처럼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지만, 묘하게 내게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는 악기 소리와 큰 구분이 가지 않았다. 그녀의 노래를 들을 때면, 음악이란 하나 된 무언가가 내 몸을 관통하는듯 했기에, 난 멍한 채로 온몸을 울려대는 음악의 떨림을 느끼며 그녀의 숨결, 마음, 감정을 조금씩 느끼곤 했다. 숨소리 하나에, 가사 하나에 빼곡히 실려서 나오는 감정들을 느꼈을 때, 난 어린 시절로 돌아가 담장 너머로 그녀의 삶, 사랑, 사람의 한 장면을 몰래 엿본 것 같았다. 그렇게 몰래 훔쳐본 그녀의 삶의 단면을 가지고 난, 갑작스러운 그녀의 삭발에 대한 쓸데없는 추측을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TV(이소라의 프러포즈)에서 대담하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고, 감정까지 내보일 수 있는 멋진 사람이었다. ‘믿음’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조심스레 감정을 뱉어냈고, ‘제발’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쏟아져 나오는 슬픔을 토해냈고,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를 부르며 갈무리된 이별을 말했다. 이 세 개의 영상 속에서 엿본 그녀 삶의 단면이 머릿속 깊이 남아있었다. 너무 아픈 이별을 공감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서야 그때 보았던 장면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너무 섬세해서, 너무 여려서 노래 한마디에도 몸짓 하나에도 감정이 배어져 나오는 그녀였기에, 사랑의 아픔은 너무나도 아팠으리라, 그런 아픔을 더 이상 겪지 않기 위해, 더는 사랑을 하지 않기 위해 머리를 밀어버린 것은 아닐까?


그녀의 사라진 머리카락과 그녀의 음악에서 엿본 것들로, 나는 가끔 이런 쓸데없는 망상을 해보곤 했다.

 

 

 

사진출처

https://mnews.jtbc.joins.com/News/Article.aspx?news_id=NB1182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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