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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조한 글쓰기 Mar 01. 2020

재택근무가 처음이세요?

요즘 집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을 위하여

2011~2012년, 제가 다녔던 KT에서는 스마트워킹이라는 이름으로 재택근무가 강조된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재택근무는 다소 생소한 개념인데, 당시엔 파격 그 자체였습니다.

게다가 한 달에 몇 번은 무조건 재택근무를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기 때문에, 반 강제적(?)으로 활성화되었습니다. 기존의 관성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강제적 반작용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도적 활성화와 다르게 제도를 바라보는 관점은 취지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집에서 근무가 가능한가? 그러면 혼자 일하는 것인가?

다들 이런 생각이 많았습니다. 특히나 팀장이나 상무보급 중간 관리자들은 이러한 정책에 의문을 표시했습니다. 그때도 전화로 컨퍼런스 콜 회의도 일상적이고, VPN도 익숙하지만 마인드는 준비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저 같은 신입도 마찬가지였죠.


재택근무를 하면, 좀 편하게 일하겠는걸?^^

실제로 재택근무에 대해서, 사원들 사이에서는 이런 견해가 있었습니다.

출퇴근 시간 절약, 긴 회의 근절 등과 같은 순 기능에는 사실 크게 관심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관리자는 '관리의 어려움'을 걱정하고, 직원들은 '느슨한 근태'의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요즘 코로나 19로 난리입니다. 저야 집이 사무실이기 때문에, 일하는 게 변하진 않았습니다.

딸이 유치원에 가지 않아, 놀아달라며 문을 열고 들어오는 횟수가 많아진 정도입니다.

그런데 주변에서 재택근무로 집에서 근무하는 지인들이 늘고 있습니다.


다른 이유도 아닌 전염병을 막는 이유이기 때문에, 무조건 빠르게 시행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재택근무를 시작한다면서, 서로 축하(?)한다는 인사를 주고받는걸 가끔 보게 됩니다.

아마 재택근무가 편하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아니지만요.


재택근무는 생각보다 직원에게 불리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밥이 문제입니다. 회사에서 점심뿐만 아니라 아침과 저녁도 제공하는 회사가 많습니다.

집에 있으면 이걸 다 챙겨 먹어야 합니다. 게다가 다 본인의 비용으로 지출하게 되죠.

이게 미쳐 생각하지 못한 은근히 피곤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커피 타임이 사라진 것이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신입이었기 때문에, 선배들이 커피도 사주셨는데 말이죠.^^

가끔 쉬는 시간에 함께 걸으면서 마시는 시간이 지금은 가장 그립습니다.


좀 더 민감한 이야기를 시작할까요?

재택근무를 시작하셨다면, 무조건 메신저와 VPN은 출근 시간 전에 켜 놓으셔야 합니다.

이는 일을 실제 하느냐와 관계없습니다.


관리자는 이 시그널을 보고, 출근했는지 여부를 판단합니다. 심지어 회사에서도 이 데이터를 보고 판단합니다.

저도 예전에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집에서 신나게(?) PPT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VPN과 메신저를 켜면 컴퓨터가 느려져서, 일부러 활성화하지 않고 있었는데요.

바로 관리자에게 확인 메시지가 온 경험이 있습니다. 괜히 억울한 감정도 들었고, 기운도 빠진 기억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처럼 괜한 오해를 살 필요는 없겠지요.


그리고 이건 관리자에 따라 다른데요. 재택근무자에게 더 많은 일을 던지는 관리자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직원이 사무실에 출근해 눈앞에서 일하고 있으면, 추가적인 일을 주기 감정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실제로 바빠 보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재택근무자는 눈에 안보이잖아요. 눈에 안 보이면 일을 주기 쉽습니다.

슬프게도 이게 현실이었습니다. 아마도 관리자가 가지고 있는 이상한 편견이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재택 근무자는 집에서 논다]는 편견 말이죠.


저는 이 편견이 치사해서, 나중에는 재택근무를 최대한 안 했던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과/차장쯤 되는 노련한 선배들은 이미 재택근무를 안 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오는 처신이었습니다.




저는 재택근무가 좋습니다. 혼자 집에서 일에만 집중할 수 있어 효율도 좋습니다.

괜한 에너지를 아끼는 순기능도 긍정적이기 때문에, 이번 불행한 사태를 계기로 더 활성화되길 바랍니다.


다만 재택근무가 처음인 분들 중, 막연히 편할 것이라는 생각은 접어두세요.

그리고 위에 말씀드린 디테일한 부분을 한 번쯤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재택근무 방침에도, 회사 근처 커피숍에 모여 근무하자는 관리자 분들에게 말씀드립니다.


직원은 학생이 아닙니다.
어련히 잘할 테니 걱정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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