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삶 속에서 겪은 자본주의
저는 돈을 좋아합니다. 그 힘은 삶의 대부분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고 믿습니다. 그렇다고 부자는 아닙니다. 그저 낭만적인 생각이 조금 덜할 뿐입니다.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닙니다. 어려서부터 돈에 대한 가치관이 부족했습니다. 그러한 교육도 못 받았고, 돈은 그저 공부를 열심히 하면 저절로 오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평온한 제 삶에 돈에 대한 아픈 기억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오늘은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겪었던 이야기입니다. 제가 24살쯤 틈틈이 동생과 전단지 살포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무려 16년 전, 시급 1만 원이었으니 매우 고소득 아르바이트였습니다. 4시간 기준으로 4만 원을 받았고, 이 돈이면 상당히 많은 것들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전단 알바는 간단했습니다. 우선 매는 가방에 전단지를 가득 넣습니다. 그리고 업체 봉고차에 탄 후, 아파트에 내립니다. 그렇게 아파트 안으로 들어간 후, 맨 꼭대기 층에서부터 내려오며 전단지를 붙이면 되는 것입니다. 이른바 '동타기'라고 하죠.
당시 분당의 한 아파트에 내리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잘 사는 동네였기 때문에 경비 분들이 깐깐했습니다. 무사히 세 동을 마무리하고, 다음 동으로 들어가려는데 경비원이 막더군요.
경비원: 어떻게 왔습니까?
나: (당황..) 친구 집에 왔는데요.
경비원: 친구 집이 어딘데요?
나: (더 당황..) 그건 왜 물어보시죠?
경비원: 가방에 뭐가 들었는지 열어봐요.
나: 네?
그렇게 가방이 열린 채로 거꾸로 털렸고, 그렇게 전단지는 사방에 나뒹굴었습니다. 경비원은 흡사 도둑이라도 잡은 것처럼 의기양양했었죠. 그때 그 표정은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경비원: 야. 친구 집?
이거 신고 들어왔어. 너 몇 동이 나 뿌렸어?
나: 3동이요.
경비원: 이거 전부 회수하고, 확인하고 가.
그렇게 욕을 먹으며 땅에 떨어진 전단지를 줍는데, 동네 주민들의 시선들이 느껴졌습니다. 이게 잘못인지도 모르고 한 부분도 있었지만, 그렇게 모멸감을 받을 일인지도 억울하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전부 회수하고 업체에 이야기한 후, 다행히 일당 4만 원은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그 아파트 놀이터에 앉아 있는데, 손에 든 4만 원을 보니 하염없이 눈물이 나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도 그 경비원의 처사는 지나쳤던 것 같습니다. 그냥 회수해가라면 될 것을, 그렇게 도둑 봇짐 털듯 할 필요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ㅎㅎㅎ
그때 놀이터에 앉아 손으로 4글자를 깊게 팠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돈을 벌자
아마 흙이 아닌 제 마음에 팠던 것 같습니다. 비록 전세지만 지금은 그때의 그 아파트 근처의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며 가며 가방을 털렸던 그 입구를 자주 지나칩니다. 16년 전 울었던 놀이터에 가끔 앉아보기도 하고요.
며칠 전에도 커피 한잔 마시며 산책하다가 그 놀이터에 앉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손으로 이렇게 바닥에 썼습니다.
이젠 괜찮아
과거 펑펑 울었던 저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