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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빠와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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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조한 글쓰기 Jul 24. 2021

10년 키우던 반려견이 새가 되었다.

딸이 맞이한 첫 번째 죽음

벌써 1년이 되었다.

10년 이상 키우던, 강아지 순심이가 천사가 되었다.

딸은 평소 순심이를 언니라 부르며 잘 따랐었다.


딸에게 죽음은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였다.

아니 어떠면 설명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래도 나는 어떻게든 이별을 말해야 했다.


"딸.. 이제 우리 순심 언니 못 봐.."

"왜??"

"순심 언니 어디 멀리 갔어"

"응? 어디 갔는데?"


"멀리 하늘나라 갔어?"

"하늘나라? 저 위에? 말도 안 돼~"

"아냐. 진짜로 하늘나라 갔어.."

"어떻게 하늘로 가~ 비행기 타고 갔어?"


"아니.. 새가 돼서 날아갔어."

"잉? 어떻게 새가돼~ 얼른 다시 오라고 해야겠다"

"이제 안돼. 순심 언니 아팠지? 많이 아프면 새가 돼서 하늘로 가는 거야. 아빠도 나중에 많이 아프면 그래"

"흠... 순심 언니랑 놀아야 되는데.."


"그러니깐 순심 언니 하늘에서 친구들이랑 재밌게 놀라고 딸이 기도해줘."

"응 알았어.. 근데 나도 언니랑 놀아야 되는데.."


그리고는 우리도 하늘로 가보자고 한다. 

딱히 설명할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너무 멀다고만 반복했다.


그런데 딸이 밖에 나가더니, 순심이의 물건을 가져왔다.

"아빠~근데 순심 언니 장난감 안 가져갔네"


순심이가 물고 놀던 장난감을 미쳐 못 치웠었던 것이다.

"급하게 가느라 장난감도 안 가져갔나 봐. 으휴"


순심이가 아끼던 장난감 인형이었다. 마치 덜렁거려 챙기지 못했다는 투로 말했다.

급하게 보내느라 함께 챙겨주지 못한 것이다.

나는 이렇게 딸에게 첫 번째 죽음을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딸의 순수한 반응에 몇 번이고 가슴이 아팠다.


이제 7살인 딸은 아직도 새를 보면, 이렇게 소리친다.

"애들아~ 순심 언니랑 친하게 지내~ 사이좋게 놀아~

그리고 얼른 장난감 가지고 가라고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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