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워진 휴대폰, 가벼워지는 마음

[바라보라 글쓰기 19기] 14일 차, 글쓰기

by 조보라


얼마 전 친구를 만났다.

우리 둘째 아직 기어 다닐 때 본 적 있는 친구라

얼마큼 컸냐고 물어본다.

그러면서 딸 사진을 보여달라고 한다.


딸 사진을 찾으려고 휴대폰 속 갤러리를 열었다.

음식 사진은 엄청 많은데,

딸 사진 찾기가 쉽지 않다.

아이들이 좀 크니까 사진 찍는 데 어느새 소홀해졌다.

매일 루틴 기록하면서 음식, 걷는 길, 영어 공부 등 사진 등을 찍어 놓은 건 많은데 정작 아이들 사진이 없다니..


스크롤을 한참 내려서 딸 사진을 찾아 보여줬다.







Pixabay%EB%A1%9C%EB%B6%80%ED%84%B0_%EC%9E%85%EC%88%98%EB%90%9C_Jorge_Gryntysz%EB%8B%98%EC%9D%98_%EC%9D%B4%EB%AF%B8%EC%A7%80.jpg?type=w1 Pixabay로부터 입수된 Jorge Gryntysz님의 이미지



휴대폰 속 사진이 34,772장

덜덜덜.. 많기도 많아라.


무슨 사진을 이렇게 많이 모아둔 건지..

블로그 포스팅 이후 바로 삭제하면 되는데 귀차니즘이 발동하니 자꾸만 사진이 쌓여간다.



첫째, 휴대폰 갤러리부터 비워야 한다.

아마도 1/3은 다 버려도 될 사진들이지 않을까.

그럼 1만 장을 삭제해야 한다는 소리인데,

언제 다 삭제하나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우선 지금 244개 사진을 선택해서 삭제한다.

틈날 때마다 휴대폰 사진 지우기 작업을 해야겠다.



두 번째, 휴대폰 속 연락처 742명이 저장되어 있다.

과연 나는 이 사람들 중 몇 명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을까.

저장해 두고 한 번도 연락하지 않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겠지.


진짜 내 인생에 중요한 사람들은 과연 몇 명일까.

우선 몇 년간 연락한 번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의 이름을 삭제해 보려 한다.


이름을 쭉 훑어보다 보니 별의별 사람들을 다 저장해 두었다.

예를 들어 심지어 에어컨 청소 아저씨 번호까지 저장해 두었다.

강사나 교수들도 저장해 두었는데, 언젠가 요청 연락 등을 드리게 될지 모르니 삭제하지 못했다.


10년 동안 연락 안 했으면 이미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이라고 봐야겠지.

언젠가 하겠지 하며 저장해 둔 이름들.

아니면 아주 오래전에는 인연이 닿았지만

더 이상 왕래하거나 연락하지 않는 이름들.



우선 오늘은 106명의 전화번호를 삭제한다.


휴대폰조차 이렇게 무거우니

인간관계는 얼마나 무거울까.


신경 써야 할 사람들이 많고 챙겨야 할 사람들이 많아 마음이 복잡할 때도 있었다.

쌓아둔 사진과 묵은 연락처를 비우는 일은 단순한 정리가 아니다.


나를 둘러싼 무게를 덜어내는 과정이다.


휴대폰 사진도 삭제하고, 전화번호도 삭제하면서 가벼운 휴대폰부터 만들어보자.



휴대폰이 가벼워지면 마음도 가벼워진다. 그 가벼움 속에서 진짜 소중한 사람들과 더 깊이 소통할 수 있다. 비움은 잃는 게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을 지키기 위한 결단이자 수고라는 사실을 마음에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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