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좋게 지내자
사람들은 끔찍할 정도로 두려워한다. 편안함이 자신을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알아채는 것을. 이런 상황에서 눈을 가리고 있던 뿌연 안개가 걷히고 '편안함에 의한 잠식'의 정체가 똑똑하게 드러나게 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편안함의 습격> 마이클 이스터, 수오서재 45p
저는 사람들이 자연 속으로 뛰어들어서 '헉' 소리 나게 힘든 도전을 하면 자동으로 천부적인 정화 장치가 작동한다고 믿습니다. 그러니까 '컴포트 존'에만 머물러 있지 말고 제발 그 너머를 탐색해 보라는 겁니다."
<편안함의 습격> 마이클 이스터, 수오서재 65p
이미 편안함에 잠식되어 살고 있는 나.
편하게 살고 싶은 마음으로 살아간다.
요즘 나를 가장 불편하게 하는 건
'출근길.'
특히나, 지난번 갑작스러운 폭설이 오는 바람에 제설이 제대로 되지 않아 빙판길이 되었다. 그다음 출근길, 버스 안에서만 1시간 갇혀 있었다. 지하철 연착이라도 되거나 하면 출퇴근이 더 멀고 고되게 느껴진다.
지금은 그래도 1시간 20분 정도니 왕복 2시간 40분 걸린다.
예전 영등포로 출퇴근할 때는 무려 왕복 4시간 40분이 소요됐다.
이제는 쌍문동으로 출퇴근하게 되면서 2시간 40분으로 소요시간이 줄어들었다. 무려 2시간이 줄어들었다. .
이렇게 시간이 줄어드니까 몸도 훨씬 덜 힘들고 마음도 가벼웠다.
3년 정도 이렇게 다니니 이 또한 익숙해졌다. 그러다 보니, 더 욕심이 생긴다. 출퇴근 거리가 더 짧아지면 좋겠다는 바람이 마음속에 자꾸 일렁인다.
집 근처, 버스 한 정류장이면 갈 수 있는, 게다가 걸어가도 15분이면 출근할 수 있는 '00아동보호전문기관'이 눈에 아른거린다. 우리 집 아이들 돌봄 센터와 같은 건물이라 아이들 데리러 가거나 할 때면 계속 보게 된다.
출근길 지금 왕복 2시간 40분 걸리니, 무려 2시간 25분을 아낄 수 있다.
와, 2시간 25분이면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을까.
아침에 글도 쓸 수 있고,
아침에 달리기나 운동도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아침에 아이들 학교 등교도 챙겨주고 얼굴도 볼 수 있을 테고.
하지만 막상 이렇게 집에서 가까우면 잠만 더 자게 될 게 불 보듯 뻔하다.
지금도 출근 안 하거나 한두 시간 늦게 출근하는 날이면 일찍 일어나서 무언가를 하는 게 아니라, 잠만 더 자고 있으니 말이다.
사람은 시간이 생기면 더 알차게 부지런해지기보다 더 느긋해지면서 게을러진다.
그토록 자유를 원하지만, 막상 충분히 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자유가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그 자유를 지혜롭게 쓰는 건 또 다른 차원의 훈련이 필요한 일이다.
인생은 고통과 불편함으로 가득 차 있다.
고생하고 애쓸 때 얻는 것들이 소중하고 귀하다.
시간이 많다고 자유가 주어지는 게 아니다.
시간을 자유롭게 쓸 줄 아는 지혜가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며칠 전, 다시 영등포로 발령이 날 수도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든다.
다시 4시간 40분 출퇴근을 하며 다닐 수는 없다.
간곡히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부디 이해해 주고 이 상황을 잘 넘기기를 기도하게 된다.
지금 사무실까지 출퇴근 거리 멀다고 우는소리를 하던 참이었는데, 행복에 겨운 소리였다.
그 이야기를 들은 후, 아침 출근길 산책을 하니 소중하다. 흙을 밟을 수 있는 짧은 오솔길도, 나뭇잎 다 떨어진 앙상한 나뭇가지도 모두 소중하다. 갑자기 사무실 동료들 한 명 한 명이 소중하게 느껴지면서 잘 대하고 싶어진다. 지금 내가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안다. 지금 소중히 여기고 사랑해야 한다.
내가 하고 있는 일 중에 쉬운 일은 없다. 에너지를 쓰고 신경을 쓰고 있는 일들을 기록해 본다.
직장 출근하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는 일
스쾃 100개
홈트 하기
아침에 출근길 추위를 이겨내고 걷기
동료들 감정 챙기기
사무실 인사발령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을 신경 쓰며 대안 찾기
책 읽기
매일 글쓰기
초고 쓰기 & 퇴고 작업하기
바라보라 글쓰기 챌린지 운영
바라보라 정규과정 글쓰기 수업
바라보라 글쓰기 무료특강
자이언트 정규과정 및 각종 수업 참여
브런치 작가 승인 결정에 따른 글 포스팅하기
교회 청소
토요일 길거리 전도
쉽고 편한 것들로 내 인생이 채워져 있는 게 아니다. 쉽사리 얻어진 것이 아니라 불편함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기꺼이 헤쳐나가며 시도하며 도전하며 얻는 것들이 많다.
이 글을 시작할 때만 해도 나는 불편함이라고는 전혀 없이 편안함만 추구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작은 불편함 속에 나를 맡기고 있다. 내가 하기 싫고 귀찮은 일도 있고, 부담스러운 일들을 꾸준히 하고 있었다.
마음을 쓰고 에너지를 써야 하는 일. 버겁고 힘들때도 있지만 꾸준히 하기. 결국, 내 삶에 불편한 요소들. 결국 이 불편한 요소가 나를 성장시키고 발전시키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내 삶에 불편함을 이제 친구로 받아들인다.
"불편함이라는 친구야, 우리 사이좋게 지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