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삶을 내려놓고 편히 쉬소서

애도의 마음을 전하며..

by 조보라


"누나, 장인어른 돌아가셨어"


퇴근 시간이 다될 무렵, 동생에게 메시지가 왔다.

토요일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남동생과 올케가 전남 화순에 내려갔었다.

의식이 없고 인공호흡기를 끼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

2년 전에도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남동생 내외가 내려갔었는데, 그때는 아버님께서 기적적으로 의식을 찾으시면서 회복하셨다.

이번에도 그럴 수 있으려나 희망의 끈을 붙잡았다.


올케와 형제자매들이 모두 병원으로 모였다. 일요일 저녁, 다른 가족들 인근 여관에 가서 쉬라고 하고 남동생이 장인어른 곁에서 병실을 지켰다.

새벽 4시 무렵, 맥박이 잦아들면서 아버님은 하나님 품에 안겼다.


남동생의 장인어른은 '진폐증'으로 고생하시다가 돌아가셨다.


진폐증은 석탄, 유리, 보석 세공 등 광물 가공과정에서 분진에 장기간 노출될 때 발생하는 것이다. 폐에 점차 분진이 쌓이면서 염증과 섬유화가 일어나고 폐기능이 손상된다. 호흡곤란, 기침, 가래 등이 생기면서 고통이 동반되는 질환이다.


폐에 분진이 쌓이는지도 모르는 채 가족들 먹여 살리느라 얼마나 애쓰며 살아왔을까.

하루 이틀 일할 때는 그 작은 먼지를 먹는다고 무슨 일이 일어나겠는가.

하지만 그 작은 먼지 같은 분진들이 수십 년간 쌓인다면, 그 양은 사람의 목숨을 위태롭게 할 만큼 거대해진다

수고하고 애쓰며 살아온 무거운 가장의 무게.

이제 그 고단함을 내려놓고 편히 쉬기를 기도한다.


"고단하고 어려운 인생살이.

이제 모든 걸 내려놓고 편히 쉬소서."


고인이 된 남동생의 장인어른은 인생에 사랑스러운 보물을 남겼다.


예쁘고 사랑스러운 딸인 올케를 포함 딸 두 명, 아들 두 명. 4명의 보석을 남기셨다. 아버님의 헌신과 수고가 있었기에 자녀들이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었고, 따뜻한 집에서 지낼 수 있지 않았을까. 지금은 장성하여 자신의 역할을 잘 감당하는 성인이 되었고, 가정을 이루었다.


우리 모두 죽음을 자각하지 못하고 지낸다. 먼 일로 느낀다.

하지만, 우리 모두, 죽음에서 예외일 수 없다. 지금도 죽음을 향해 서서히 걸어가는 중이다. 장례식장 다녀올 때마다, 어떤 말로도 그들을 위로할 수 없기에 마음은 더욱 무겁다.


장례식장을 다녀오면 나 자신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을 얻게 된다.

나도 언젠가 죽겠구나 하는 자각.

그러면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질문.

나 자신을 잘 돌보며 사랑하며, 나답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마지막 순간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는

현재에 최선 다한다.

나 자신답게 살아가면서 말이다.

무엇보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따뜻한 사랑과 위로를 나누며 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마음에 새기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광대한 시간과 공간 안에서는 내 존재가 한없이 왜소하게 느껴졌다. 나는 곧 죽음을 맞이할 것이고,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 또한 머지않아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후 우리는 완전히 잊힐 것이었다. 이 진실 앞에서 내가 어찌해 볼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 어떤 노력도, 그 어떤 발버둥도, 그 어떤 운명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에 나는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머릿속이 멍해졌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더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었다. 살아 있다는 자체가 얼마나 기적적인 일인지 깨닫지 못했다. 나는 건강과 풍요가 보장된 시대에 태어났다. 그런 행운을 감사하기보다는 나는 그저 울며 자책하고 있었다. "

<편안함의 습격> 마이클 이스터, 수오서재 293p




많은 사람들은 언젠가 다가올 죽음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살아간다. 그러곤 결국 자신답게 살지 못한 것을 가장 후회한다. 임종을 앞둔 미국인들이 가장 흔하게 후회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실제로 죽음의 문턱을 경험한 사람들은 종종 단조로운 직장 생활을 그만두거나 독이 되는 인간관계를 끊고, 자신의 꿈을 좇기 위해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말했다.
"만일 내가 죽음을 나의 삶 속으로 끌어와 인정하고 정면으로 바라본다면, 죽음에 대한 불안과 삶의 하찮음으로부터 나를 해방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럴 때 비로소 나는 자유롭게 나 자신이 될 것이다."
<편안함의 습격> 마이클 이스터, 수오서재 29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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