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로움' 모든 건 마음먹기 달려있다

별천지 세상이 펼쳐진다.

by 조보라


전라남도 함평군에는 첫 방문이다.

이곳은 광주광역시 옆에 있는 지역이다.

새벽 5시에 차를 타고 출발했다.

운전을 하는 남편 입에 초콜릿 하나를 넣어주었다.

귤도 까서 입에 넣어주었다.


어두컴컴하던 길이 시간이 지나니 어스름하게 밝아온다.

주황색 해가 도로 왼쪽에서 고개를 내민다.

하늘엔 새떼도 날아다닌다.

깜박 졸고 일어나니 어느덧 고창 휴게소다.


고창휴게소에 들어가니 라면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보통 간헐적 단식으로 아침 식사를 거르는데, 오늘은 라면을 거부할 수 없다.

라면을 후루룩 입에 넣는다. 속이 든든하다.


다시 출발이다.

함평 IC를 지나 함평군에 들어선다.

논과 밭이 펼쳐져 있는 곳.

나지막한 산으로 오르자 W 기독학교가 나타난다.


이 학교 교목 목사님의 요청을 받아 남편은 이곳까지 왔다.

고3 아이들을 위해 '이단 특강'을 2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단 세미나 참석자 대상은 소수 정예 8명이었다. 남자고등학교는 아닌데, 8명 모두 남자아이들이었다.

8명 모두, 처음에는 잘 듣고 관심과 반응을 보이는 듯했다. 20분 정도 지났을까. 한 명은 엎드려 자기 시작한다. 한 시간 마치고 쉬는 시간을 가지고 나니, 심지어 두 명이 도망쳤다.


내가 조용히 가서 자는 아이를 깨우고 도망친 아이를 잡아오고 싶은 마음이었다. 수능 마친 고3 아이에게 무엇을 기대하랴 싶어 지켜만 봤다.

특강을 마친 남편에게 수고했다는 눈짓을 보냈다. 학교에 오니 학교 급식을 먹을 수 있었다. 남편을 초대한 교목 목사님과도 교목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갈 길이 멀었기에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다시 양주로 돌아왔다.


2시간 특강을 위해 함평까지 가는 일정과 수고를 생각해 보면 비효율도 이런 비효율이 없다.

강의 시간보다 길에서 소요되는 시간이 더 길다. 왕복 10시간을 거리에서 보냈다. 교육 대상자도 100명도 아니고, 오직 8명이라는 아주 작은 집단이었다. 강의비가 들어온다 해도 왕복 주유비, 톨게이트비, 아침 식사비, 저녁식사비, 중간에 간식도 사 먹어야 하니 부대비용도 많이 든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 보면 엄청난 가치가 있다.

참가자 중 한 명이라도 이단에 대해 인식이 생긴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만족이다. 학생들이 내년 대학 입학 이후 학생들을 유혹하는 이단을 경계하고 잘못된 길에 빠지지 않는다면 그것만큼 큰 축복이 있을까. 부디 분별력을 가지게 됐기를 기도한다.

남편을 초대한 교목 목사님과 이야기 나누며 교제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교 현장에서 수고하며 헌신을 하는 교목 목사님. 아이들의 영성을 책임지며 신앙의 기준을 세우는 교목 목사님.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다 퍼주기만 해서 소진이 되지 않을까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다. 오늘 우리가 나눈 교제와 나눔이 혼자 고군분투하는 현장에서 작은 위로가 되기를 기도한다.


남편이 혼자 먼 거리 가니 나에게 동행해 달라고 하여 나도 휴가를 내고 따라갔다. 남편 덕분에 함평에 처음 방문을 해 봤다.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와야 해서 함평의 명소를 가 보진 못했지만, 함평이라는 곳을 가 보게 된 것만으로도 나에겐 새로운 경험이다.

함평에 숨겨진 보석, W 학교를 발견했다. '하나님 사랑, 자기 사랑, 이웃 사랑의 뜻을 세우고 하나님 나라와 의를 품는 리더'를 양육하는 터전이 있다니 마음이 흐뭇했다. 사랑의 배움터, 성장의 배움터 되기를 기도한다.

마지막으로는 남편과 함께 데이트하는 기쁨을 누렸다. 남편과 한 공간에서 10시간 넘게 있어도 불편하지 않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가. 먼 거리지만 함께 이야기 나누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으면서 가니 지루하지 않고 즐겁게 다녀올 수 있었다.


무엇이든 마음먹기 달려있다.

'왜 2시간 강의하러 그곳까지 가? 집어치워'라고 생각하면 곤욕스러운 일이 되고 괴로운 일이 된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을 배움과 즐거움으로 여긴다면 추억이 되고 경험이 된다.


오늘 나는 어떤 마음을 먹고 하루를 살아갈 것인가.

불평과 원망보다는 감사와 기쁨의 하루를 보낼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몇 년 전부터 먼 지방에서 강의 의뢰가 들어오면 콧노래가 나온다. 또 강의 끼고 놀러 갈 하루가 생겼기 때문이다. 예전 같으면 돈도 안 되는데 멀리 가야 해서 피곤하다고 불평을 쏟아냈을 것이다. 그러나 강의 가서 강의만 하란 법이 어디 있나 생각하기 시작한 뒤부터는 일부러 강의 앞뒤 시간을 넉넉하게 잡았다. 그러자 별천지 세상이 펼쳐졌다.
강의 시작 전에 그 지역을 구경하고, 강의를 마친 뒤 다시 휴양에 빠졌다. 마치 지금은 돌아가신 송해 선생님이 그 지역 노래자랑을 하기 위해 며칠 전 내려가서 동네 목욕탕도 가고, 재래시장도 가서 국밥도 먹으면서 지역 인심과 상황을 미리 다 파악했다는 것처럼, 나도 강의 앞뒤로 충분히 넉넉한 시간을 두고 강의를 나서니 강의료가 많거나 적거나 별 불만이 생기지 않는다. 기차로 내려가면 기차여행이요, 버스로 내려가면 버스여행이 되니, 이제는 지방에서 강의를 불러주지 않나 기다릴 정도가 되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참 괜찮은 어른> 이서원, 마디북, 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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