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을 읽고

부드러운 무관심에 스스로를 열었다.

by 조보라


누군가 당신이 어머니 장례식 장에서 울지 않았다고 비난한다면?


책의 첫 문장으로 유명한 책 <이방인>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인지도. 나도 모르겠다.



이 책의 이정서 옮긴이는 다음과 같이 <이방인>에 대해 말한다.


번역을 해갈수록, 역시 <이방인>은 대단한 소설이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야말로 어느 한 줄 긴장감이 떨어지는 구절이 없었다. 앞에서 살짝 묘사한 등장인물의 말버릇조차 뒤로 가면 반드시 이유가 밝혀졌다. 심하게는 부호 하나조차 카뮈는 허투루 쓴 게 없었다. <이방인> 알베르 카뮈, 새움, 역자노트 중에서 253p



옮긴이의 추천대로, 긴장감이 떨어지는 구절 없이 흥미진진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뫼르소는 도대체 누구인가? 이 책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건가?


이 책을 읽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진다.


이 소설의 줄거리는 다른 곳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 생략하고 문장을 소개한다.

<이방인>에 있는 명문장을 읽다 보면 이 책을 읽고 싶어 질 거라 믿는다.

뫼르소라는 특이하면서도, 심오한 이방인을 만나러 가 보자.


<이방인> 알베르 카뮈, 이정서 옮김, 새움

알베르 카뮈 이방인.jpg



[내가 뽑은 최고의 문장]


언덕 위로 불어오는 바람이 여기까지 소금 내음을 실어 날랐다. 아름다운 하루가 시작되려는 참이었다. 교외에 나와 본 것이 너무 오래전 일이라, 나는 만약 엄마 일만 아니었더라면 산책을 하면서 얼마나 큰 기쁨을 맛볼 수 있었을까 싶었다. 그러나 나는 마당의 플라타너스 아래에서 기다렸다. 싱그러운 대지의 향기를 들이마셨고, 더 이상 잠은 오지 않았다. <이방인> 알베르 카뮈, 이정서 옮김, 새움, 27p


그럼에도 감금 초기에 가장 힘들었던 것은 내가 자유로운 사람의 사고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해변으로 가서 바닷물에 들어가고 싶다는 욕망이 나를 사로잡았다. 내 발바닥 밑에서 일렁이던 첫 파도 소리, 물속에 몸을 담그는 것, 거기서 느꼈던 해방감을 떠올릴 때, 불현듯 내 감방 벽들이 얼마나 나를 압박하고 있는지를 실감하곤 했던 것이다. <이방인> 알베르 카뮈, 이정서 옮김, 새움, 108p



나는 하늘로 난 창으로 다가가서는 하루의 마지막 잔광에 비친 내 모습을 한 번 더 응시했다. 여전히 심각했지만, 놀랄 것이 뭐란 말인가., 그 순간의 내가 역시 그러한데. 그러나 그와 동시에 나는 몇 달 만에 처음으로 내 음성이 내는 소리를 분명하게 들었다. 나는 그것이 이미 오래전부터 내 귓전에 울리고 있던 바로 그 소리라는 것을 깨달았고, 그 모든 시간 내내 내가 혼자 말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때 나는 엄마의 장례식 날 간호사가 한 말을 떠올렸다. 그렇다, 달리 헤어날 길이 없다. 감옥 안의 밤이 어떤 것인지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이다. <이방인> 알베르 카뮈, 이정서 옮김, 새움, 113-114p


심지어 피고석에서 일지라도,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듣는 일은 언제나 흥미로운 일이다. 검사와 내 변호사가 변론을 펴는 동안 나에 관한 이야기가 오갔는데, 아마도 내 죄에 관한 것보다 나 자신에 관한 것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러나 이 변론들이 그토록 다른 것이었던가? 내 변호사는 두 팔을 치켜들고 그나마 해명을 하면서 유죄를 인정했다. 검사는 두 손을 뻗치고 그나마의 해명도 없이 내 죄를 규탄했다. 그런데 한 가지가 은근히 내 신경을 거슬렀다. 내 머릿속 근심에도 불구하고 나는 때때로 끼어들고 싶었는데, 그때마다 변호사가 내게 말했다. "아무 말 마세요. 당신의 사건을 위해서는 그게 낫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그들은 나를 제외하고 그 사건을 다루는 것처럼 보였다. 모든 일이 나의 개입 없이 진행되었다. 누구도 내게 의견을 구하지 않은 채 내 운명이 결정되고 있었던 것이다. 때로 나는 모두의 말을 막고 말하고 싶었다. "아니 도대체, 여기 피고가 누구란 말입니까? 피고가 중요한 겁니다. 나도 할 말이 있단 말입니다!" 그러나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나는 아무 할 말이 없었다. <이방인> 알베르 카뮈, 이정서 옮김, 새움, 136p


그때, 한밤의 경계선에서 사이렌이 울부짖었다. 그 소리는, 이제 영원히 내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세계로의 출발을 알리고 있었다. 아주 오랜만에 다시, 나는 엄마를 생각했다. 그녀가 왜 말년에 "약혼자"를 갖게 되었는지, 왜 그녀가 새로운 시작을 시도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거기, 거기에서도, 삶이 점차 희미해져 가는 그곳 양로원에서도, 저녁은 쓸쓸한 휴식 같은 것이었다. 죽음에 인접해서야, 엄마는 해방감을 느끼고, 모든 것을 다시 살아볼 준비가 됐다고 느꼈음에 틀림없었다. 누구도, 그 누구도 그녀의 죽음에 울 권리를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모든 것을 다시 살아볼 준비가 되었음을 느꼈다. 마치 이 거대한 분노가 내게서 악을 쫓아내고, 희망을 비워 낸 것처럼, 처음으로 신호와 별들로 가득한 그 밤 앞에서, 나는 세계의 부드러운 무관심에 스스로를 열었다. 이 세계가 나와 너무도 닮았다는 것을, 마침내 한 형제라는 것을 실감했기에 나는 행복했고, 여전히 행복하다고 느꼈다. 모든 것이 이루어졌다는 것을 위하여, 내가 혼자임이 덜 느껴질 수 있도록, 내게 남은 유일한 소원은 나의 사형 집행에 많은 구경꾼들이 와서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아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이방인> 알베르 카뮈, 이정서 옮김, 새움, 165-166p



[독후 감상]

뫼르소라는 인물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카뮈의 표현력과 간결한 문장이 참 좋았다.

이 책은 뫼르소라는 사람에 대해 모든 것을 다 말하지 않는다.

뫼르소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어머니와 관계가 어땠는지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다.

뫼르소가 어머니 장례식장에서 울지 않았다는 것, 어머니의 관을 열어 마지막으로 보지 않았다는 것, 밀크커피를 마셨다는 것. 산책을 하면 얼마나 좋았을지 생각한 것.

장례를 마치고 12시간 동안 잠을 잘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의 기쁨,

여자친구와 수영을 하고 영화를 보고 잠자리를 갖는다.

뫼르소는 사람을 죽일만한 사람이 아니다. 죽일 이유도 없다. 그 사람에 대한 원한도 없고, 레몽 대신 죽일 마음도 전혀 없었으며, 레몽이 죽이려는 것을 제지하고 막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런 뫼르소가 사람을 죽였다.


나라면 얼마나 억울하고, 그럴 의도가 전혀 없었음을 목소리 높여서 피력했을 것이다.

여기에서 뫼르소는 재판을 하면서 본인이 철저히 소외되는 현상에 대해 꼬집는다.


카뮈는 뫼르소를 보여주면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우리가 상식이라고 말하는 것이 상식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걸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부조리로 가득하다는 것을 생각해 보게 해 주는 책이다.


뫼르소가 엄마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았다고 해서 그녀를 사랑하지 않은 게 아니었다. 중간중간 엄마를 떠올린다.

책에 마지막에 가서야 카뮈는 말하고 있다. 뫼르소는 누구도 그녀의 죽음에 울 권리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고 본 것이다. 왜냐하면 죽음에 앞자리에 가게 되면 해방감을 느끼고, 모든 것을 다시 살아볼 준비가 됐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뫼르소 역시 사형을 선고받고, 다시 살아볼 준비가 됐다고 느낀다.


오히려 죽음 앞에 가서야 진정한 행복을 느끼는 뫼르소.

이 세계는 부드러운 무관심을 보인다고 말하는 뫼르소.

그리고 이 세계와 자신이 너무 닮았다는 것을 실감했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느낀다.


나는 부드러운 무관심에 마음을 열 준비가 됐는가.

이 책은 나의 좁은 세계를 깨뜨리고 더 넓은 세계로의 걸음을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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