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수록 고운 빛으로 물들어 가기
"보라, 보라 외모는 한계가 없나 봐."
어제, 친한 직장 선배로부터 들은 말이다.
어느덧 입사한 지 19년 차에 접어들었다. 선배는 내가 입사 시절, 인사팀에서 일하고 있었으니, 내 입사 서류를 검토했었고, 나의 모습도 기억하고 있다. 무려 19년 나를 지켜본 사람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입사 때보다 지금 훨씬 예뻐졌다고 말한다.
생각해 보니, 신입 시절 만난 기관장은 나에게 농담을 자주 던졌다.
"조보라, 못생겨서 안 뽑으려고 했는데~"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외모 비하 발언처럼 들리지만
나를 귀여워하며 놀리는 말이었다.
나도 웃으면서 못생긴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얼굴은 크고, 코는 낮고, 광대뼈는 튀어나왔다.
외모에 대한 자신이 없었다.
큰 얼굴이 싫어서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최대한 가리고 다녔다.
그런데, 희한하게 요즘 나는 예뻐졌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지난 12월에도, 아버지 장로 은퇴를 축하하며 결혼 전까지 다녔던 교회에 갔었다.
30년간 다닌 나의 친정 교회를 몇 년 만에 가니, 오랜만에 반가운 어른들을 만났다. 희끗희끗 머리가 허옇게 달라진 권사님, 집사님들을 만나서 포옹을 나눴었다.
만나는 분들마다 나를 보시며, 왜 이렇게 예뻐졌냐며 칭찬을 듬뿍해준다. 예쁘게 봐주시는 사랑 많은 성도님들 덕분에 기분이 좋다.
성형수술을 한 것도 아닌데 점점 예뻐질 수 있는 건가..
40대 중반의 아줌마가 점점 예뻐지다니.
이건 기적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사실, 진짜 예뻐진 건 아닐 테다.
눈가에 주름도, 흑자와 기미도 생겼다.
이마엔 주름도 한가득이다.
하지만, 나를 예쁘게 봐주는 사람들 덕분에
예뻐지나 보다.
'예뻐진다'는 말이 나에겐 꽃에 주는 물과 같다.
'예뻐진다'는 말이 식물에 꽂아두는 영양제일지도.
이러다 보면, 70살에 꿈꾸던 우아하고 고운 할머니가 되어 있을 듯하다.
아무래도 죽기 전에는 더 빛이 나는 할머니가 되어 있을지도.
오뚝한 코, 큰 눈이 아니어도 괜찮다.
예쁜 외모는 따뜻한 시선과 사랑에서 자란다. 칭찬과 격려가 내 안의 빛을 깨운다. 나를 예쁘게 봐주는 시선에서 비롯된다. 나 스스로를 예쁘게 보니, 다른 사람들도 나를 예쁘게 볼 수밖에 없지 않을까. 나이는 숫자일 뿐, 나이 들수록 삶은 점점 더 고운 빛으로 물들어 가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