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읽고

삶과 죽음에 대해 성찰하다

by 조보라


2026년, 고전 읽기 도전은 계속된다.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주인공 이반이 죽음 앞에 서 있는 자의 두려움, 혼란, 좌절을 생생하게 표현한다. 톨스토이는 삶의 의미가 어디에 있는지 우리에게 묻는다.

이반 일리치를 통해 죽음의 의미가 무엇인지, 우리는 어떤 죽음을 맞이할 것인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톨스토이, 문예출판사

[내가 뽑은 최고의 문장]


그런 이유로, 방에 모인 사람들이 이반 일리치의 사망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은 이 죽음이 가져올 자신과 지인들의 자리 이동이나 승진에 관한 거였다.

(중략)

그들이 이반 일리치의 사망 소식을 듣고 생각한 것은 그로 인해 생길 자리 이동과 승진이 전부는 아니었다. 가까운 사람이 죽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누구나 그렇듯 그들 역시 속으로 안도감을 느꼈다. '죽은 건 내가 아니라 바로 그 사람이야.'

그들 모두 생각하거나 느낀 건 이런 거였다. '아, 그는 죽었지만 나는 이렇게 살아 있어!' 하지만 이반 일리치와 비교적 가까웠던 이른바 친구라는 사람들은 이제부터 장례식에 참석해 미망인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하는 아주 성가신 일이 남았다는 생각이 어쩔 수 없이 들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톨스토이


거짓말 말고도, 아니 거짓말 때문이겠지만, 이반 일리치는 누구 하나 그가 바라는 만큼 마음 아파해주지 않는다는 것이 몹시도 괴로웠다. 어떤 때 오랫동안 통증에 시달리고 나면, 이런 고백하기 부끄럽긴 하지만, 누군가 자신을 아픈 어린아이 보듯 가엾게 여겨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아이를 안고 달래듯 다정하게 다독여주고 입 맞춰주고 자신을 위해 울어주길 바랐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톨스토이


"네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 네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 이반 일리치는 이 말을 되풀이했다. "무엇이 필요하냐고?" 그리고 이렇게 대답했다.

"고통받지 않는 것, 그리고 사는 것."

다시 온 정신을 집중했다. 어찌나 긴장했던지 그 순간만큼은 고통도 잊을 정도였다.

"사는 것이라고? 어떻게 말이냐?" 영혼의 목소리가 물었다.

"그래요, 사는 것 말입니다. 예전처럼 사는 것. 건강하고 즐겁게 사는 것."

"예전에 네가 어떻게 살았지? 건강하고 즐겁게 살았던가?"

영혼의 목소리가 물었다. 그는 예전 즐거웠던 삶의 순간들을 기억 속에 떠올려보려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예전 즐거웠던 그 모든 순간이 이제 와서는 그때와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톨스토이, 교보 e-book32%


기억이 현재의 그, 현재의 이반 일리치가 존재하는 순간에 이르자, 그 시절에는 기쁨으로 여겼던 모든 것이 눈앞에서 녹아버리면서 보잘것없고 종종 추악하기까지 한 뭔가로 변해버렸다.

어린 시절에서 멀어질수록, 현재에 가까워질수록, 기쁨은 점점 더 하찮고 미심쩍은 것으로 변했다. 법률학교 시절부터 그랬다. 그래도 거기에는 진실로 좋은 것이 조금은 있었다. 유쾌함이 있었고, 우정이 있었으며, 희망이 있었다. 그런데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이 좋은 순간은 점점 드물어졌다.

(중략)

그리고 갑작스러웠던 결혼과... 뒤이어 찾아온 환멸. 아내의 입 냄새와 성욕과 위선! 활기라고는 없던 공직 생활과 돈에 대한 걱정. 1년, 2년, 10년, 20년이 가도 늘 똑같았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점점 더 생기를 잃었다. 산을 오르고 있다고 생각하며 걸었지만 사실은 산을 내려가고 있었던 거야. 정말 그랬어. 다들 내가 산을 오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꼭 그만큼 내 발밑에서는 삶이 멀어져 갔던 거야.... 이제 다 끝나버렸고, 죽음만 남아 있어!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거지? 무엇 때문이지? 이럴 수는 없어. 삶이 이렇게 무의미하고 추악할 수는 없는 것 아닐까.

<이반 일리치의 죽음> 톨스토이, 교보 e-book32%


'내가 잘못 살아온 건 아닐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을 다 하면서 살았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 거지?' 그는 이렇게 혼잣말을 했다가 바로 다음 순간 삶과 죽음의 모든 수수께끼를 풀 단 하나의 해답을 마치 절대 있을 수 없는 것인 양 머릿속에서 몰아냈다.

'지금 네가 원하는 건 대체 뭐지? 사는 것인가? 그렇다면 어떻게 사는 것인가? 교도관이 '재판이 시작됩니다!'라고 외치는 법정에서 삶이 네가 원하는 삶인가?' 재판이 시작된다. 재판이 시작된다., 이반 일리치는 이 말을 입속으로 되뇌어보았다. '그래, 재판이 시작되었어! 그리고 난 아무 죄가 없어!' 그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이반 일리치는 울음을 그쳤다. 벽 쪽으로 얼굴을 돌리고는 오직 한 가지 생각만을 하고 또 했다. 이유가 무엇인지, 왜 이런 끔찍한 일을 겪어야 하는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종종 그랬든, 이 모든 것이 그가 제대로 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서둘러 자신이 늘 올바르게 살았음을 떠올리며 이 이상한 생각을 떨어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톨스토이, 교보 e-book32%



'그런데 죽음은? 죽음은 어디 있지?'

이제는 습관처럼 익숙해져 버린 죽음에 대한 공포를 찾아보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죽음은 어디 있는 거야? 대체 죽음이 뭐지? 죽음이 없었으므로 죽음에 대한 공포도 전혀 없었다.

죽음이 있던 자리에 빛이 있었다.

"그래, 바로 그거야!" 갑자기 그가 큰 소리로 외쳤다.

"이렇게 기쁠 수가!"

이 모든 일은 한순간에 일어났으며, 이 한순간의 의미는 이제 변하지 않았다.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반 일리치의 고통이 그러고도 두 시간이나 더 계속되었다. 그의 가슴에서 뭔가가 끓어올랐다. 쇠약해진 그의 몸이 경련을 일으키며 부르르 떨렸다. 그러더니 가슴이 끓어오르는 소리와 숨을 쌕쌕 몰아쉬는 소리가 차츰 잦아들었다.

"다 끝났습니다!" 누군가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반 일리치는 이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끝난 건 죽음이야. 이제 죽음은 존재하지 않아.'

이반 일리치는 숨을 훅 들이마시다가 그대로 멈추더니 몸을 축 늘어뜨리며 숨을 거두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톨스토이, 교보 e-book37%




[독후 감상]


이반 일리치가 죽음을 앞두고 고통과 두려움을 느끼는 모습을 묘사했다.

'도리에 어긋나는 삶'을 살지 않았다고 자부하는 이반 일리치.


판사로 명예로운 직업과 사회적 지위를 얻었고, 아내와 자녀들도 있지만 아내와의 관계는 소원해지고, 아내는 남편을 '멍청이, 꽁생원'이라고 몰아붙이기도 하면서 남편에 대한 미움이 커졌다. 남편이 죽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남편이 없으면 월급도 사라지기 때문에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 않는 아내였다. 이반은 점점 괴팍해지고, 트집을 잡는 사람이 되었다.


최상류층 사람들과 교류는 하지만, 정서적 교감은 없었다. 진심을 담은 관계와 연결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반 일리치는 일을 도피처 삼고 점점 내면적으로 고립되어 가는 듯했다.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상승곡선을 보이지만, 그의 내면의 충만감은 점점 하락곡선을 보인다.

그는 자신의 삶을 " 산을 오르고 있다고 생각하며 걸었지만 사실은 산을 내려가고 있었던 거야."라고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그가 죽음을 맞이하면서 그의 마음 안에는 분노가 일어난다. 불행을 향해,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고 망가뜨리는 사람들을 향해 분노를 퍼붓는다. 자신의 상태가 위중하다고 생각하면서 병을 점점 더 심각하게 만든다. 분명히 잘 살았다고 자부하면서도 죽음 앞에 서니 자신이 무언가 잘못 산 건 아닌지 두려워하고 불안해한다.


아내와 자녀들, 친한 동료들조차 이반 일리치를 진심으로 걱정하거나 가엾게 여기지 않는다. 그의 상태를 알고 싶어 하는 마음조차 없는 무관심이 이반 일리치를 더 괴롭게 하진 않았을까.

그런데, 이반 일리치를 돌보는 하인, 게라심은 이반 일리치의 상태를 이해하고 그를 가엾게 여겼다. 그래서 이반 일리치는 유일하게 게라심과 함께 있는 것을 편안하게 여겼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죽음을 인식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나에게 허락된 시간을 나답게 살기를.

마음 속에 울리는 목소리를 듣고,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기를.

사랑하며 나누는 삶을 살기를.

거짓이 아닌, 진실한 삶을 살기를 소망한다.


이 책에서 마지막은 죽음이 끝나는 자리에서 죽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나는 어떤 죽음을 맞이하게 될까.

어떤 모습으로 이 생을 마감하려나.

이반 일리치처럼 죽음 앞에 가서야 자신의 삶의 의미를 생각해 보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지금 충분히 내 삶의 의미를 생각해 보고 성찰하고 싶다.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충만감을 느끼다가 사랑하는 가족들과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과 축복을 나누고 존경과 감사를 표현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 기도를 마친 후 편안하게 잠자면서 죽음을 맞이하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져본다.





작가의 이전글내 인생에 올바른 사람이 찾아오게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