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윈 킴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듣고 나서
딸은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후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피아노가 즐겁다며 연주를 즐긴다. 새로운 연주곡 하나를 받아, 처음 배울 때는 더듬더듬 건반을 누른다. 어렵게만 보이는 악보도 반복, 또 반복하며 곡 전체를 암기하고 완성도를 높여간다. 딸아이의 연주를 들을 때, 행복하고 흐뭇하다.
딸은 커서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그 꿈이 단순한 어린 시절의 상상으로 끝날지, 아니면 실행으로 옮겨 전문 연주자가 될지 궁금해진다.
피아니스트란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다.
조성진, 임윤찬 같은 피아니스트들의 완성된 연주곡만 들었을 때는
'천재이니 가능하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중 콩나물학교 덕분에, 이 시대 또 한 명의 천재 피아니스트 '에드윈 킴' 교수를 알게 됐다.
세계 최정상급 연주자인 그의 연주를 직접 들으니,
'와! 이 분 역시 하늘이 내린 천재구나!'라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눈을 감고 연주를 들으니, 내 몸 안에 있는 세포 하나하나 살아나는 듯했다.
연주 후, 나누는 이야기를 통해 그의 연주가 단순히 타고난 재능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소리를 잘 듣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 음 한 음을 어떻게 하면 더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을지 끊임없이 연구했다. 길게 누를 때, 짧게 누를 때, 세게 누를 때, 부드럽게 누를 때 등 손 끝의 미세한 움직임이 소리를 다르게 만든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그 차이를 끊임없이 탐구했을 테다. 소리를 연구한 사람이 만들어내는 소리는 다를 수밖에 없다.
삶의 모든 시간이 피아노 연습으로 이어진다고 그는 말한다.
심지어 자동차 엑셀, 브레이크 밟는 것조차 피아노 페달링으로 이어진다고 하니, 다른 영역에서는 말해 뭐 하겠는가.
그의 삶과 경험은 모두 피아노 연주와 연결되어 있다.
피아노 악보를 똑같이 따라서 잘 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같은 곡을 연주해도 왜 이렇게 다른 울림이 생기는지, 그의 연주를 통해 알게 됐다. 연주자의 해석과 손끝에 깃들어 있는 그 섬세한 감각이 전혀 다른 감동을 만들어낸다.
비단 피아노 연주만 그럴까.
우리 삶 역시 피아노 연주와 닮았다.
우리는 우리 인생의 연주자다.
같은 악보를 받아도 손끝의 해석과 연습과 실전 연주가 완전히 다른 울림을 만들 수 있다. 한 음을 어떻게 누르는지, 페달링을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곡으로 탄생한다.
단 한번 주어진 삶, 나만의 해석으로 어떤 연주를 만들어낼 것인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성찰하면서 내 삶을 아름답게 연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