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스즈키 유이
설 연휴 끝나니 후유증이 몰려온다.
사실 후유증이라고 하기도 부끄럽다. 연휴 때, 제사 준비를 하기를 하나. 음식 장만을 하기를 하나.
멀리 시골에 다녀오기를 하나.
잘 쉬고 놀았는데도 왜 이렇게 피곤한지...
연휴 마치고 출근했다.
아침 8시, 출근하자마자 G 직원과 일대일 업무 점검 시간을 가졌다.
한 시간 넘게 이어진 대화 속에서 정신이 아득해졌다.
졸음을 쫓기 위해 질문을 더 열심히 던지며 정신줄을 붙잡았다.
직원과 일대일 면담 마친 후 자리로 돌아왔다.
내일 있을 기간제 계약직 채용 면접을 준비해야 했다. 여러 서류를 준비하고 자료를 뽑는다.
한숨 돌리나 했더니, 10시 20분 K가 찾아와 자기와도 만나기로 한 시간이라고 알려준다.
2층 상담실로 내려가서 K와 일대일 업무 점검을 시작한다.
사례 점검도 하고, 사업 점검도 하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다 되어간다.
직원과 이야기를 하면서 하품이 쏟아져 나오니 직원에게 미안할 정도였다.
점심을 먹고 돌아와서도 1시부터 다시 회의가 시작됐다.
오늘따라 직원 일대일 면담을 왜 이렇게 많이 잡아둔 걸까.
S와도 일대일 업무 점검 시간을 가졌다.
업무 진행사항을 듣고, 어떻게 해야 할지 피드백을 해야 하는데 눈이 자꾸 풀린다.
와, 진짜 너무 피곤해서 쉬고만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이번에는 한 달에 한 번 돌아오는 서비스 제공 평가 회의에 참여했다.
총 5건의 안건을 검토하고 나니 이미 오후 4시가 넘었다. 그 뒤로는 내일 관할구 팀장과 진행하는 간담회 준비와 품의서 작성 등이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퇴근 시간을 넘기며 업무를 처리한다.
오늘 하루는 회의와 행정업무로 가득 차 있었다.
사례관리와 상담을 위한 시간은 어디에 있는가. 글쓰기를 위한 시간은 또 어디에 있는가.
하루를 가득 채우는 회의와 행정 업무, 그리고 그 준비들.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위한 시간은 어디 있을까?
삶은 늘 해야만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흔들린다. 해야만 하는 일은 조직에서 요구하는 책임이다. 하고 싶은 일은 내 마음에서 우러나와 나를 심장 뛰게 하는 일이다.
현실적으로 어느 한쪽만 붙잡고 살 수는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사이에서 나를 잘 지키는 일이다.
피곤함 속에서도 나는 내가 할 일에 최선을 다했다.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고민했다.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하루를 살았다고 스스로를 토닥인다.
회의와 행정이 하루를 채우더라도 그 속에서 작은 틈을 찾아 나의 진짜 일을 이어가는 것. 그것이 결국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지난 하루를 다시 돌아본다.
결국 쓸데 없는 일만 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상담이라는 걸 내담자를 만나는 것이라고만 생각하는 것을 조금 더 확장시켜 보자.
직원과 일대일 면담하는 것도 상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의자료 만들고
회의록 기록하고
직원들에게 보고서 피드백 하는 일도 글쓰기의 한 종류일 수 있겠다.
결국 인생은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다. 정해진 시간표 속에서도 나만의 시간과 의미를 담아가며 조금씩 확장하는 삶을 사는 게 중요하다.
해야만 하는 일 속에서도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서는 하루를 시작한다.
그 뒤로는 또다시 회의가 있었다. 대학교 교원의 일 대부분은 회의와 행정 업무와 그 준비로 가득 차 있다. 연구와 교육을 위한 시간은 어디 있나?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스즈키 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