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해충을 잡아 볼까

<나는 비우며 살기로 했다> 바라보라 글쓰기 챌린지

by 조보라


Dear. 20% 부족을 80% 부족한 것처럼 느끼는 보라.



보라야. 요즘 개인 저서 퇴고 작업하느라 고생 많지. 출간 계약의 기쁨은 잠시, 이걸 세상에 어떻게 내놓지 하는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들잖아. 부족한 게 투성이처럼 보이고 문장을 보면 볼수록 왜 이렇게 수정할 게 많은지.. 다시 다 뜯어고치고 싶고 뒤엎고 싶다는 마음이 불쑥불쑥 올라오니 얼마나 힘드니.


왜 이렇게 부족한 것만 가득 보이는 걸까.


40편의 글을 다 써낸 것만으로도 대단한 데 말이야. 게다가 출판사가 아무 하고나 계약하겠어? 형편없는 원고를 아무렇게나 계약할 리 없잖아. 너랑 계약한다고 돈이 나와 떡이 나와? 출판사가 그냥 땅 파서 자선사업하는 게 아니라는 거 잘 알잖아. 출판사도 너의 가능성과 힘을 보고 출간계약을 한 그 안목을 신뢰하면 좋을 것 같아.


이런 네 마음을 찬찬히 살펴보니, 네 마음 안에는 오랫동안 살고 있는 '만성적인 허기'가 느껴지는 것 같아. 80개를 잘하고도 20개가 비어 있으면 그 20개가 80개로 보이고 그러지? 부족한 점만 보이고, 조금 더 잘할 걸, 이렇게 할걸.. 자꾸 아쉬워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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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의 PublicDomainPictures 제공 이미지



네가 책에 인정에서 자유로워지기 시작한 내 모습에 대해 글을 썼지만, 여전히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서 자유롭지 못한 네 모습을 보게 되네. '글쓰기 공부를 몇 년 동안 했다면서 에게, 책이 이게 뭐야.' 하는 말을 들을 까봐 겁나지?


부족한 걸 크게 보는 만성적인 허기는 결국, 네가 네 안에 키운 해충 때문인 것 같아. 내 안에 그 해충이 더 많은 해충을 낳고 활개 치게 둘 필요는 없을 것 같아.


그럼 오늘은 네 마음속에서 부족함만 크게 보이게 하는 그 해충을 잡아볼까.


부족하다고 느낄 때마다, 이미 해낸 것들을 구체적으로 인정해 보는 거야. 추상적인 칭찬이 아니라 구체적인 칭찬을 해 보는 거지. 예를 들어 “네가 다듬어서 보낸 원고가 전보다 좋아졌잖아. 벌써 2차 원고 보완으로 한 단계 나갔다니. 대단해. 출판사에 제목과 부제 아이디어도 낸 덕분에 훨씬 더 매력적이고 선명한 제목과 부제가 된 듯 해.”


그리고 퇴고 작업하면서 문장을 다듬을 때마다 "오늘도 한 줄 더 좋아졌네"라고 말해주자. 오늘 안 다듬었다면 이상한 문장이 그냥 세상에 나왔겠지. 다듬은 덕분에 더 좋아진 거잖아. 이젠 난 부족해가 아니라 '난 앞으로 더 좋아질 가능성이 무궁무진해'라고 바꿔보면 어떨까. 난 나아질 일만 남았다고 이런 이야기를 내 안에 더 크게 외쳐주는 거야. 해충이 나를 갉아먹지 못하도록 말이야.


아주 큰 소리로 반박해 보자.


어때? 해충이 쫄아서 도망가겠지?


해충을 잡는 건 완벽해지는 게 아니라, 이미 충분히 내 안에 있는 것을 인정하는 연습을 하는 거라는 마음이 드네.


그러고 보니, 보라야. 네가 느끼는 '만성적인 허기'는 결핍이 아니라 욕심의 다른 얼굴이었어. 이미 배부르기 먹어놓고도 더 먹으려는 욕심 말이야. 더 잘하고 싶고, 더 완벽하게 내놓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거니까. 하지만 그 욕심이 네 안에서 해충처럼 자라면, 결국 네가 이미 가진 것을 갉아먹게 되겠지?


너는 계속 성장하는 중이란 사실을 잊지 마. 이미 글을 40편을 완성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이미 대단한 일이야. 지금 네가 느끼는 불안과 걱정이 네 책을 더 여물게 만드는 여정이라고 믿어. 불안이 없다면 퇴고도 없고, 퇴고도 없다면 책이 세상에 나오지 못할 테니 말이야.


보라야, 네가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걸 잊지 말아. 오늘도 참 수고 많았어.


너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끼는 보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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