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면 모를수록 좋은 이야기
동남아 생활이 3년을 넘어가면서 보고 싶지 않아도 보게 되고 듣고 싶지 않아도 듣게 되는 이야기들이 있다. 동남아와 성매매.
온라인 광고 영업으로 해외생활 커리어를 처음 시작하면서, 한국 고객들로부터 광고문의를 받게 되었다. 나는 개인고객 담당이 아닌 광고대행사 담당이었기 때문에 개인고객의 광고문의가 들어오면 적당히 정보를 정리해서 해당팀에 넘겨주면 됐다.
개인 광고주의 산업군 중 여행업의 비율이 꽤 높았다. 문제는 건전한 여행업만 있지는 않다는 점.
온라인 광고는 배너나 텍스트 광고를 클릭했을 때 이동하는 웹사이트나 웹페이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광고주가 웹사이트를 준비해야 한다. 문의가 들어오면 가장 먼저 물어보는 정보가 웹사이트 유무와 주소이다. 웹사이트를 보고 광고정책상 맞는지 확인을 하고 맞으면 개인 광고주 영업팀에 넘겨주었다.
'나 광고하고 싶은데 여기다가 실어줘.'
호기롭게 반말로 틱틱 문의를 주는 이에게 웹사이트 주소를 물어보면 갑자기 우물쭈물해지는 사람들. 십중팔구는 성매매를 제공하는 불건전 여행업체들이다.
특히 동남아시아 패키지 관광업이 많았는데, 웹사이트 시작 화면부터 별이나 하트 스티커로 중요부위만 가린 동남아 업소여성들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더 볼 필요도 없이 광고정책 위반. 광고 불가능을 안내한다.
광고가 불가능하다고 안내하면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한다. 다른 업체가 광고하는 걸 보고 문의를 했는데 그 업체는 되고 왜 우리 업체는 안되냐는 식이다. 똥 배짱도 이런 똥배짱이 없다.
개중 아주 건전해 보이고 정식 숙박업소 허가를 받은 민박이나 콘도 대여시설 등에서 문의가 들어오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때는 웹사이트를 샅샅이 뒤져 '2차 제공', '밤문화 패키지' 등의 추가 성매매 알선을 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역시 이들도 광고가 불가능함을 알리면 숙박업소 허가까지 받은 정식 업체고 법적으로 하고 있는데 왜 안되냐며 따지고 든다. 그 날 시간과 인내심이 버텨주는 날에는 한 글자 한 글자 광고정책 위반사항을 읽어드린다. 보통은 정책사이트 주소를 안내하고 통화 종료.
도대체 무슨 패키지들이 그렇게나 많은지. 각각의 패키지 명은 성매매 여성의 특징을 딴 것이다. 웹사이트를 보다가 구역질이 나서 전화를 적당히 마무리하고 화장실로 뛰어간 적도 종종 있었다. 비율로 치면 태국 관광 패키지를 판매하는 곳이 가장 많고,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말레이시아와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의 곳곳에 이런 업체들이 뿌리 깊게 존재하고 있다.
특별한 밤을 원하시는 분들께, 스페셜 T(트랜스젠더) 패키지 ~만원부터
이런 문구. 저런 문구. 참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이 업무를 하지 않았다면 있는지도 몰랐을 테지. 묵음 버튼을 눌러놓고 욕을 퍼부어준 적도 있다.
광고 문의를 하는 업체수만 해도 엄청난데, 문의가 우리에게까지 미치지 않는 얼마나 많은 수의 업체들과 성매수자들이 있을지. 또 웹사이트에 나오지 않는 깊고 음성적인 패키지들과 서비스들은 얼마나 많을지.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범죄 피해는 얼마나 될지. 생각만 해도 메스껍다.
지금이야 이런 고객들을 상대하지 않게 되어 헛구역질을 참아내는 일이 줄었지만, 내가 듣고 보지 않고 덮어두고 무시한다고 없어지는 일도 아닐 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