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희망의 끈을 놓았다
드디어 희망의 끈을 놓았다. 남들보다 흐린 임테기, 낮은 수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를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았다. 그러자 괴물같은 울음이 터졌다. 전화기를 눌러놓고 남편이 여보세요도 채 하기 전에 목을 놓아 울었다. 실낱같던 희망의 끈은 그렇게도 무심하게 툭 끊어졌다.
다시 긴긴 내리막길을 내려오려니 과거의 상처가 하나하나 살갗을 뚫고 되살아난다. 삶은 왜 나에게만 이렇게 모진 것인가. 왜 많은 인생 가운데 나의 인생만 이렇게나 가시밭길인것인가. 남들에게는 허용된 축복이자 또다른 우주가 왜 나에게만은 이렇게도 비싸게 구는가. 세상이, 신이, 운명이 너무나 원망스럽다.
목 끝까지 차오르는 울음을 더이상 참을수가 없다. 어디엔가 몰두하면 좀 나아지던 것도 이제는 아니다. 어디로 향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원망의 칼날은 남편에게로 향한다. 전에는 그걸로 곧장 싸움을 걸던 남편이었지만 이제는 그의 눈에도 내가 수척한 듯하다. 희망의 끈을 놓은 나는 이제 바람에 나부끼는 연처럼 목표가 없다. 바람이 멈추면 그저 툭 떨어지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