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얀모래 Mar 24. 2020

COVID-19 미국에서 경험 중

이게 무슨 난리인지...

※인터넷이 불안정하여 22일 업로드 중 다운이 되어 23일 올리고 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미국 시간 기준)


코로나 19로 여러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걱정하고, 두려워하고, 지쳐가는 거 같다.

누구도 경험하지 못하였기에, 

지금 모두 처음이기에,

그렇다는 사실을 알지만 어쩔 수 없는 지금인 듯하다.

     

미국에 있는 나에게도 많은 생각을, 많은 고민을 하게 하는 하루하루이다.     

여기는 다음 주부터 봄방학 기간이다.(봄방학:3/23~3/27)

이곳에서는 많은 사람들은 이 기간에 여행을 하며 그들의 방학을 즐긴다고 한다.


처음 이곳에서 만난 외국인 선생님도 수업시간에 여행을 계획한다면 예약을 지금 하라고 이야기하였다. 

지금도 인기 있는 곳은 예약이 어려울 수도 있다면서...(그때가 1월 중순, 두 달 전쯤 이야기인 거 같다.)     


어중간한 이사와 현지 적응에 그리고 아이는 2시간을 움직이는 이동거리에도 힘들어 하기에 어디를 가야 하는지 고민을 하다 보니 사실상 무계획으로 봄방학을 대응하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참 이게 무슨 난리인지 코로나 19는 우리의 일상을 급박하게 돌아가게 하였다.     


미국에 오고 얼마 되지 않아 한국에서 급격하게 증가하는 감염자 소식에 우리만 이곳에 와서 안심하고 편하게 있는가 하는 미안함과 아이가 있다 보니 다행이라는 이중적 마음이 공존하였다.      

지인들에게 안부를 묻고 양가 부모님에게 조심하라는 전화를 드리는 게 고작 할 수 있는 일이었으며, 한국의 쇼핑몰에서 먹을 거, 손 세정제를 주문하여 드릴 수 있다는 게 이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이었다.

고작 이것밖에 못하는 상황이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대역전을 하기 시작하였다.     

오늘자로 미국의 확진자 수는 전 세계 3위를 차지하였다.

그래도 어제는 4위였는데 그 사이에 올라가버렸다. 한국은 8위

우리가 늘 좋다고 하는 1등이 제일 하고 싶지 않은 차트이다.

(20.03/22, PM 4:43:02, 존스홉킨스 자료)

<미국 존스홉킨스  현황 참고>

미국의 캘리포니아, 뉴욕, 플로리다의 환자가 발생하였을 때 도 이곳의 분위기는 아주 대수롭지 않다는 분위기였고, 현지인들이 그렇다고 하는데 우리가 설레발을 칠 수도 없었으며, 이곳의 문화이다 보니 마스크를 한다는 건 동양인이 우리에게 더 위협적인 일이기에 불안하지만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오히려 여기에서는 독감이 더 위험하여서 우리 가족은 한국에서도 맞지 않았던 독감주사를 맞고 왔었다. 미국의 독감 사망률이 그렇게 높은 것도 처음 알았던 사실이다.(한국에도 기사가 많이 발표되었던 걸로 알고 있다.)


3월이 되어서도 사실상 동서부의 일부 지역의 기사가 이슈가 되었지만, 그 지역 주민이 아니라면 큰 문재가 아니라는 인식이 더 많아 보였다. 평범한 일상은 아무렇지 않은 듯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주변에 아무도 사재기에 문제를 걱정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곳에서도 7일쯤부터 분위기가 조금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였다.

한인 마트에 가면 쌀이 현저하게 재고가 보이지 않았고, 직원과 단골고객의 이야기 속에서는 중국인들이 많이 사가서 재고가 줄었다는 이야기에 아직 구매하지 않아도 되는 쌀을 한 봉지(9Kg) 구매하였다.     


부모가 되면서 모든 생활의 중심은 아이 위주로 돌아가다 보니 그리고 나는 신남성(주부)이기에 아이가 먹는 것에 우선 신경이 쓰였다. 나와 아내는 빵을 먹던지, 무엇이든 먹으면 되지만 아직 크고 있는 아이에게는 현지인들 같이 밀가루 음식을 계속 주기는 어렵다는 생각을 미국에 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한국보다 더 열심히 밥을 하고 있기에 우선 쌀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던 거 같다.     

그렇게 분위기를 보며 한주가 지나면서 급격한 일들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아내와 나의 학교 수업은 인터넷 강의로 바뀌었고, 딸의 봄방학은 3일이 당겨지고, 15일이 길어진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 공공도서관은 문을 닫아버렸다.     

또한 마트에 가면서 보니 점점 새로운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금주 한주 동안 내가 본 없어진 물건들 우선순위다.(미국 기준 16일~22일)     

마스크는 이곳에서 보지도 못하였으니 제외한다.

1. 손세정: 어느 날인가 보이지 않는다. 처음 여기 왔을 때는 매일 세일을 하고 있던 제품이었다.

2.Disinfecting Wipes: 살균소독용 티슈, 주로 청소할 때 사용 용도로 구매하는데 없어졌다.

                                      제품에는 대다수 kill's 99% of Viruses&Bacteria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3. 알코올: 75%, 91% 어느 종류 XX%의 소독용 알코올도 보이지 않는다. 이 또한 많이 있던 제품이었다.

4. 휴지: 늘 그렇게 많이 있던 휴지가 안보이기 시작했다.

5. 키친타월: 휴지도 이해가 반 정도 되었는데 키친타월은 왜?

6. 물: 미국은 물이 석회질이라고 하여 여기 와서 마시는 물은 사서 마시고 있다.

7. 계란: 여기 와서 엄청 싼 가격에 놀랐는데, 계란이 하나도 없는 것에 다시 놀람

8. 냉동식품, 통조림, 파스타, 시리얼, 과자, 맥주 엄청 물건이 없어지기 시작하였다. 이 항목들은 그래도 물건이 정말 없어지지는 않았다. 신기한 건 맥주도 물건이 엄청 빠진다는 사실이 비음 주파인 나에게는 신기한 부분이었다. 

<2번 항목 제품, 중간에 Kills~~라고 적혀있다.>

아! 이외에도 세제, 감자도 한 번은 없어진 적이 있다. 그다음 날 다시 가득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참 다양한 물건들이 보이지 않았다. 이곳에서 여러 개의 마트를 돌아다니고 있지만 상황은 비슷하였다.

위와 같이 대표적으로 찾아보기 힘들어져간 제품들이었다. 그래도 6번 밑으로는 물건들이 잘 맞추어 간다면 구할 수 있는 물건이고, 4~5번은 정말 잘 맞추어 가야 하고, 1~3번 물건들은 이 기간 이전부터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시간 동안 보지 못하고 있는 제품 들이다.

<그 많은 휴지,키친타올 달걀은 어디에?>
<냉동식품, 세제>


<감자, 통조림>

위와 같은 상황이 되다 보니 먹는 물은 이곳저곳 투어를 하여 마실 물을 구하고,

아이가 좋아하는 냉동식품들을 사서 냉동실에 테트리스를 하였다. 

한국에 커다란 양문형 냉장고에 냉동실이 그리워지고 있었다.

(이곳 숙소에서 제공되는 냉장고는 양문형이 아니고 심지어 크지도 않다)


심지어 한국보다 더 많이 먹고 있는 김치는 가격이 올랐다.

 그리고 다른 것들도 가격이 오른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니 이게 무슨 상황인지 어리둥절하였다.     

이것이 자율경쟁의 시장의 법칙인 건지, 수요와 공급의 법칙인 건지 잘 모르는 나의 무지인 건지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고 나니 참 이게 무슨 난리인지 싶다.


나이 많은 어른들도 이야기하신다.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난리라고, 

내가 겪은 난리는 IMF도 난리였고, 군대에서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헛소문도 난리였다.

취직을 하여 회사에서 신제품이 출시되고 문제가 발생하여 43일인가 하루도 안 쉬고 일을 한 것도 난리였다.

    

하지만 지금이 정말 내 인생에서 최악의 난리이다.

아이가 있어 더 많은 생각과 고민에 빠지게 한다.


분단국가에 살고 있어 언제나 전쟁의 위험에 있는 나라에 살았지만 이번만큼 뭔가 사재기를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여보았던 적도 없고, 세상의 모든 걱정을 가져오는 걱정인형과 같은 나이지만 이렇게 대책 없이 하루하루 걱정이 되었던 적도 없는 거 같다.


밖에 나갔다 오면 살면서 이렇게 손을 잘 씻어 본 적이 있었던 건지,

문 손잡이며, 방문까지 열심히 청소하여 본 적은 있었던 건지,

마트에 가면 카트를 열심히 닦아 본 적은 있었던 건지,     

그냥 모든 행동에 겁이 나지만 나는 아빠이고, 남편이기에 더 행동으로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지는 거 같다.


영어가 아주 미숙하지만 혼자 마트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며, 

아이의 컨디션을 더 챙길 수밖에 없는 나를 보게 된다.     


어느 누구도 지금은 무엇이 방법인지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건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들을 실천해야 한다는 거다. 불필요한 사회적 접촉을 피해야 하며, 위생, 컨디션 관리를 그 어느 때보다 잘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너무 필요 없는 걱정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지금 여러 분야의 수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노력하며, 희생을 하여 우리의 봄날을 지켜내려고 노력 중이기에 우리에게 그날이 오기를 기대하여 본다.     


따스한 봄날이 와서 어디든 떠나고 싶다. 정말 어디라도 좋겠다.


※오늘 확인해본 결과 미국 확진자는 46,000명이 넘어가고 있다고 하네요.(미국 기준 3/23)


매거진의 이전글 여기가 시골 이라고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