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즈비언 에세이> 14화. 나는 왜 이 모양일까

by 박에녹



10대의 나는, 스스로 꽤나 특별한 아이라고 믿었다.

말투는 조용했지만 생각은 늘 복잡했고,

누구보다 진지한 방식으로 세상과 나 자신을 이해하려 애썼다.


종교에 깊이 빠져 있었던 탓도 있었을 것이다.

내가 가진 믿음이 삶의 중심이었고,

그 믿음을 통해 나를 정의했다.


그래서일까.

그 시절의 나는 꽤 단단하고 순탄했다.

큰 고민 없이 원하는 대학에 입학했고,

그토록 기다리던 새내기 생활도 별 탈 없이 시작되었다.


모든 것이 내가 그려온 인생처럼 흘러가는 듯했다.


그러던 어느 날, 1학년 2학기.

나는 어떤 여자애를 사랑하게 되었다.


금지된 사랑이 으레 그렇듯,

동성애가 죄시 되는 종교를 가진 여자애 둘이서

죄책감과 짜릿함 사이를 오가며 자극적인 사랑을 했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고등학생 때 남자애와 했던 연애에선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뜨거움과 몰입이었다.


그 애의 손끝이 내 손등을 스쳤을 뿐인데,

나는 한순간에 모든 걸 잃을 준비가 되어버렸다.

그 애의 눈빛 하나에도 심장이 통째로 기울었고,

그 눈빛이 내게서 멀어질까 봐 밤마다 숨이 막혔다.


서로에게 다가가는 순간마다

이게 옳은 일인지, 끝까지 갈 수는 있는 건지,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으면서도

결국은 서로의 손을 놓지 못했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 속엔

두려움과 열망이 동시에 섞여 있었고,

그 모든 감정이 오히려 사랑을 더 자극적으로 만들었다.


신을 저버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그 애를 좋아했다.


하지만 불같은 사랑은 오래가지 못했다.

한 학기가 지나고, 그 애는 울면서 말했다.


“나는 더 이상 죄인으로 살고 싶지 않아.”


그 애는 정말 그렇게 말하고 떠났다.

나를 죄인으로 남겨둔 채로.


기숙사 침대에서,

빈 강의실에서,

캠퍼스 한복판에서도

나는 매일 울었다.


처음엔, 그 여자애가 내게

돌아오게 해달라고 신께 기도했고,

그 이후엔 죄인을 용서해 달라고 신께 회개했고,

나중엔 나를 원래대로 돌려놓으라고 신께 윽박질렀다.



신이 나를 저버린 걸까,

아님 내가 신을 저버린 걸까.


나는 그 이후로 여자들만 사랑했다.


사랑을 하면 할수록,

세상은 내가 누구인지 다시 묻게 만들었고

그 물음 끝에서 나는 비로소

나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다시 정의하게 되었다.


나는 도대체 왜 이 모양일까.


모든 걸 주고도 끝내 지켜내지 못했던 사랑,

세상의 기준 앞에서 죄인처럼 움츠렸던 나,

그 모든 혼란과 후회, 그럼에도 다시 시작했던 시간들.


그 모든 것을 지나

조금은 불완전하고, 조금은 서툴고,

조금은 기울어져 있는 이 모양 그대로의 내가

바로 나라는 사실을—


이제는 안다.


그 질문 속에서 나는

조금씩, 나답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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